알라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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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키스

오랜만에 월요일 책탑을 제대로 올리는 것 같다.


책을 샀다.



















집에 사두고 안읽은 원서도 많고 내가 혼자서 원서를 완독할 자신도 없어서 언젠가부터 원서는 잘 사지 않았더랬다. 읽을 자신도 없는데 쌓아둬서 뭣하나 싶어 있는 원서들도 조금씩 팔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에 사는 친구가 내게 [LATE MIGRATIONS] 를 보내왔다. 응? 친구는 사인본을 보내왔는데, 나는 이 책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고, 그런데 친구가 미국에서 이 책을 보냈을 때에는 분명, 이 책이 좋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읽어보자 싶었는데 펼치자마자 첫 줄부터 읽을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고, 나는 잽싸게 이 책의 번역본이 있는지 검색해보았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였고, 나는 급박한 마음으로 주문했다.


원서의 첫 문장은 이것이었다.


We didn't expect her quite as early as she came. 


나는 이 문장이 해석되지 않았다. 위 디든 익스펙트 허, 까지는 알겠는데, 그러니까 우리는 그녀에게 기대하지 않았다, 까지는 됐는데 그 다음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그래서 책장을 덮고 번역본을 주문한거다.


번역본의 첫 문장은 이랬다.


그 애가 그렇게 일찍 나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아... 어렵다. 그렇지만 이 책은 아주 좋을 것 같다. 그것이 나의 느낌적 느낌~


















알라딘에서 서재 활동을 한다는 것, 편파적인 독서에서 그치기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라는 사람을 개인적으로 놓고 보면 크리스티앙 보뱅, 이렇게까지 많이 읽을 작가가 아닌데, 서재 활동 하다보면 '어디 이번에도 다시 한 번?' 이렇게 되어서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는 작가를 사고 또 사고 읽고 또 읽고.. 보뱅 난 좀 아닌듯, 하면서 벌써 보뱅의 책이 몇 권째인지.. 인생이란 무엇인가.


[모로 박사의 섬]은 [모로 박사의 딸]이라는 책을 읽고 싶어져서 샀다. 모로 박사의 딸은 모로 박사의 섬을 읽은 작가가 쓴 소설이라는데, 그렇다면 모로 박사의 섬을 보고 무엇을 느꼈길래 자신이 다른 식의 이야기를 쓰게 되었을까, 그러니까 마치 제인 에어를 읽고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쓴 진 리스 처럼, 그런 식의 흐름인건가 싶어서 급박하게 주문했다. 나여..


알라디너들이 모두 좋아하는 에세이스트가 비비안 고닉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나는 한 권 읽고 더는 안 읽어도 되는 작가, 라고 나름 생각했다가, 그런데 이렇게나 사람들이 좋아한다면 뭔가 있지 않을까, 하고 한 권 더 읽어보자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것은 공산주의로 가는거야! 막 이래가지고 샀다. 내가 알라딘을 하기 땜시롱 나는 별로인데 사람들이 이러는거 보면.. 하고 알랭 드 보통 도 여러권 읽었다.. 그래도 좋아지진 않았습니다.


















얼마전에 e 가 자신이 최근에 읽는 책에 자꾸 코페르니쿠스가 언급된다고 했다. 나랑 관심분야가 전혀 다른 e 라서 나는 코페르니쿠스가 잘 안나오는데 e 는 나오는 것 같다. 아무튼 자꾸 나온다길래, 그러면 코페르니쿠스 궁금하지 않아? 알고 가야할 것 같지 않아? 앞으로도 계속 나올텐데? 했고, 그런데 딱히 e 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서, 내가 샀다, 코페르니쿠스 ㅋㅋ(네?) 사실 코페르니쿠스 이름만 알지 아무것도 모르고 그렇다고 자세히 파고들만큼 흥미가 동하는 건 아니고 그래도 기본은 알아야 하지 않나 싶어서 만화로 샀다. 이렇게 만화로 사둔 책들도 여러권인데 만화로 사도 안읽더라고요.. 


아무튼 문학을 좋아하는 여러분들아, 앞으로도 문학을 계속 읽기 위해서라면 성경을, 안나 카레니나를, 위대한 유산을, 레베카 를 읽어두면 아주 도움이 됩니다. 이걸 읽어둔다면 여러분은 각주 없이 술렁술렁 책장을 넘길 수 있으며, 제 때에 농담에 반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읽어봤는데 성경은.. 한 번 가지고는 안되겠더라고요. 흠흠.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사실 예전에 처음 번역 출간되었을 때에 읽었던 책이다. 그 당시 읽은 소감은 '아이고 참 시끄럽네' 하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나는 엘리자베스 길버트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며 이 책이 영화로 나온 것도 보지 않았다. 정말 흥미가 생기지 않았거든. 그런데 최근에 <달콤한 이곳>에서 남자 주인공이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어 공부하는 거 보니까 갑자기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생각이 뽝 나는거다. 거기서 초반에 주인공이 이탈리아어와 사랑에 빠져서 막 공부하지 않았나? 하게 되어 읽어보고 싶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였나, 거기서는 주인공이 포르투갈어를 사랑하게 되어 막 공부하는게 나오는데, 나는 그런 부분이 진짜 좋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무엇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계기, 그래서 어떻게 그 사랑을 이어나가는지 보는게 좋다. 얼마전에는 나의 팬을 자처하는 분이 인스타로 디엠을 주셨다. 덴마크어랑 사랑에 빠지게 된 계기를 알려주시고 그래서 공부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는데, 나는 그런 이야기들이 정말 자지러지게 좋다. 그래서 이탈리아어랑 사랑에 빠진 얘기를 다시 읽고 싶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를 사게 된거다. 이미 읽은 책이고 좋은 느낌은 아니었으니 중고로 사자, 하고 최상으로 구매했는데, 저 사진에서도 이미 알 수 있지만, 그런데 책 상태 어쩜 이러니..





하아.. 내가 읽는데 지장 없으면 걍 읽자~ 하는 사람인데, 그러니까 반품 교환 같은거 잘 안하는데, 이건 너무 싫어서 반품신청해뒀다. 반품하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지. 중고 최상인데 좀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어제 <샬라샬라> 보는데, 성동일이 대영제국박물관 가면서 영국까지 오는데 60년이 걸렸다는 얘기를 했다.

그 말이 참 인상깊었다. 어떤 사람들은 굳이 바라지 않아도 이십년도 안걸려 닿는 곳에 어떤 사람은 간절히 바라도 60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 확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60년이 걸려서 기어코 거기에 닿은 것도 좋았다. 그만큼 더 스스로가 받아들이는 감동이 크지 않았을까.

엄마랑 보면서 그런 얘기도 했다.

엄마 지금 성동일이 보는 저 파라오가 이집트의 왕인데, 엄마도 모세가 아이일 때 버려진 건 알지? 그리고 이집트 왕 파라오의 친구였는데(책 람세스에서 그렇게 말함), 이집트 왕이 기독교를 박해해서 모세가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 다 데리고 이집트를 떠났잖아? 그걸 쓴게 출애굽기야, 나갈 출에다가 애굽이 이집트란 뜻이거든, 이집트를 나가다, 해서 출애굽기. 그래서 모세가 이집트를 나오는 이야기가 출애굽기인거야, 라고 했다. 엄마는 교회를 다니시고 성경을 읽지만 출애굽이 그런 뜻인줄은 몰랐다며 너는 어떻게 알았냐고 하셨다. 성경 읽다가 궁금해서 검색해봤지, 그리고 나는 람세스라고, 저 파라오의 입장에서 쓴 책도 읽었거든. 다섯권짜리 람세스 읽었는데 기억나는 건 네페르타리의 이름...


어제 내가 본 회차에서는 샬라샬라 멤버들이 모두 스피킹 테스트를 받았는데 어쩐지 처음보다 다들 실력이 조금 향상된 것 같았다.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같다. 무엇보다 나 역시 여기서 배우는게 있었는데, please 에 대한 것이었다. 좀 더 공손한, 정중한 부탁의 경우, 예의상 플리즈 를 붙인다고 알고 있었는데, 샬라샬라 멤버들의 선생님은 please 를 절대 잊지 말라고 말하는게 아닌가! 아, 나도 잊지 않도록 해야겠다. 그러고보니 여행을 다니면서 짧은 영어를 할 때 내가 플리즈 를 말한 기억이 별로 없는거다. 나 그간 무례한 영어를 하고 있었던건가. 잊지말자 플리즈!! 


스페인어 듀오링고 할 때 영어의 플리즈와 같은 용도로 쓰이는 말이 '포르 빠보르' 이다. 내가 그간 스페인어를 말할 일은 전혀 없었지만, 이탈리아어로는 플리즈가 '페르 빠보레' 이고 이건 써먹었던 적이 있다. 잊지말자, 플리즈, 포르 빠보르, 페르 빠보레!!




주말에 다섯살 조카랑 놀았는데, 조카가 내 품에 안겨서는 내 볼에 자기 볼을 부볐다. 이건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아주 큰 행복인데, 그런 한편 감격스럽기도 했다. 이렇게 못생기고 나이도 많은 고모, 뭐가 좋다고 볼을 부빌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내가 이런 사람인 그대로 이 아이는 내가 좋다고 볼을 부비다니, 거기에서 오는 감동이 정말 큰거다. 그러면서 감사하고! 내가 이 아이에게 사랑을 주는 데에서 오는 기쁨이 정말 크지만, 이렇게 아이가 볼을 부벼오고 나를 끌어안을 때면, 나 역시 이 아이로부터 벅찬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울컥해진다. 어떻게 나에게 이런 사랑이 왔을까, 이거야말로 나의 큰 복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랑 놀고 나면 정말이지 에너지가 금세 고갈되는데, 그런 한편 충만한 사랑으로 가득 차기도 한다. 이런 조카가 태어난 것, 이런 조카를 세상에 내놓은 동생 부부에게 감사하면서, 그런데 이들 부부를 연결해준 건 나라는 생각을 하면.. 역시 내 행복, 내가 만들어가는구나 싶다. 잘난척 맞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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