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67페이지 읽는중인데, 그런데 이만큼 읽었어도 너무 재미있다. 뒤에 어떤 내용이 나올지 너무 궁금하고 형광펜으로 밑줄 박박 그으면서 읽고 있다.
'19세기', '영국' 의 젠더형성이라는 부제를 보면, 사실 그걸 지금 대한민국에 사는 내가 굳이 읽어야 하나? 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는데, 와, 서문부터 너무나 재미있네요.
지금까지 읽은 내용을 요약하자면 19세기 영국은 전세계 4분의 1을 식민지로 가지고 있었고 그중 가장 욕심나는 식민지가 인도였는데, 처음에는 인도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고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는듯 하다가 점점 더 강압적으로 변했고, 이러다 영국군으로 복무하던 인도인들이 반란을 일으켰고 이때 불만 품던 다른 인도 사람들도 함께 거리로 뛰쳐나와 '인도항쟁'을 시도했는데, 인도인들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영국은 '어라? 얘네들이 반란을 할 수도 있네?' 이래가지고 더 강압적이 되어버렸다는거다. 그러면서 백인 영국 남성이 인도 남성들에 비해 얼마나 더 우월한지 보여주고 드러내기 위해 남성성을 퍼뜨렸고 이걸 보여주려고 연기했던 영국인 남성들은 어느틈에 연기가 난지 내가 연기인지 모르게 되었다는 것. 식민지에서 인종간의 강약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어쩔 수 없이 성별 위계로도 연결되고 이 위대한 '남성성'은 여성 착취로도 이어졌다는거다.
이 과정에서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학자들과 또 이름만 아는 '호미 바바' 가 소환되고 우리가 함께 읽었던 '이리가레이'도 언급되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라면 이리가레이도 시도해볼만하지 않을까,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하여간 진짜 너무 재미잇어서 사람들아, 이 책 다들 한 번씩 읽어봐!! 하고 싶다.
밑줄을 정말 많이 그었지만, 특히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시'의 상황과 '그 뒤'가 너무너무 궁금해졌다.
당시 문서에 기록되기도 했던 사례인 인도의 라자Rajah(왕자)와 영국 하층민 출신 백인 여성의 결혼은 계급 불평등 문제까지 내포하고 있었다. 인도인 남편에 대한 백인 여성의 종속은 영 제국이 추구하던 인종간의 위계질서를 뒤집는 것이었고, 게다가 영 제국 내의 계급 질서 또한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원래 하층민 출신이므로 영국 상류층에서 배척되어야 마땅한 그 백인 여성이 이제는 인도 왕자의 부인으로서 런던의 최상위 계급에 편입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p.57
식민지 초기에는 영국 백인남성과 인도 원주민 여성들과의 결혼이 장려되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인종간 결합보다는 축첩 관계가 권장되었고 그러다 나중에는 성매매로 이어졌다고 한다. 영국 백인 남성과 인도 여성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는 차별 당했다는데 그 아이가 대체 무슨 잘못이 잇나요?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냐? 하여간, 나는 위 인용문이 너무 재미있었다. 강인한 남성이 약한 식민지의 여성과 결합해야 하는데, 아니 세상에 식민지의 남성이 영국의 여성과 결혼했대. 미치겠는거지. 그런데, 만약 영국에서 살았다면 배척되었을 하층민 여성이, 갑자기 인도의 왕족이 되어버린 겁니다.. 영국인들의 대혼란....영국인들은 이제 그녀를 어떻게 대했을까? 뒷이야기 너무나 궁금하네요. 그런 한편, 이런 식의 결혼이 더 많이 이루어졋으면 좋겟다고 생각했다. 계급을 없애버리는게 궁극적 목적이지만 그러나 그것이 없어지는 일은 쉽지 않을 터. 일단 상위 계급을 차지한 사람은 평등을 싫어하잖아요?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고 입으로는 부르짖지만 어디 그런가. 계급 있는거 나도 알고 너도 알고 그래서 어쩐지 누군가는 한껏 잘난척하고 누군가는 잔뜩 움츠러든다면, 이런 계급과 계급 사이에 대혼란을 일으키는 결합이 마구마구 생겨서 나중엔 대혼란의 시기가 왓으면 좋겠는거다. 아, 내 심부름 하던 저 사람이 내 위가 되었네? 막 이런 걸 사람들이 다 너무 자주 겪어가지고 나중에는 '지금 내가 내 밑에 있다고 이 사람 함부로 대하다가는 나중에 이 사람이 내 위로 올라올지도 모른다'는 거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중엔 그들도 어찌될지 몰라서 쪼그라드는 이런 계급사회 말고 우리 모두 평등으로 퉁치자!! 이렇게 되지 않을까. 계급 대혼란 넘나 재미있다..
이제 점심시간이구나. 후훗.
여러분, 이 책 재미있습니다. 너무 재미짐. 읽어보시라!!
맥클린톡은 <여성들이 세계 노동의 3분의 2를 감당하면서 전 세계 수입의 10퍼센트를 벌어들이고, 전 세계 재산의 1퍼센트에도 못 미치는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세계에서, ‘탈식민주의‘의 약속은 계속해서 미루어진 희망의 역사였다>고 지적한다.- P27
장교, 상인, 의사, 성직자와 같은 영국 개개인들은 제국주의의 정치적, 사회적 정책들이라는 좀더 큰 틀 속에서 그 정책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인도에 있던 영국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영국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도록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하고, 영 제국의 이미지 강화에 부합되는 범주나 규범적인 행동의 기대 수준에 맞춰 자신의 태도를 적절히 결정해야 했다. 예를 들면 자신의 인종과 계급 또는 성 정체성에 대하여 그다지 뚜렷한 자의식이 없던 영국 소년이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곧 자신이 영국 백인 남성이며 동시에 지배 엘리트 계급의 일원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P40
제국주의적 맥락에서 시작된 남성성의 개념이 단지 인도라는 식민 공간에 국한되지만은 않는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다시 말해서 영국적 남성성은 식민지뿐만 아니라 본토의 빅토리아 시대 영국 남성들의 성 정체성을 규정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는 것의 필자의 주장이다. 19세기 후반 서구 세계에서 이미 하나의 전형으로 굳어졌던 강하고, 정력적이며, 냉철함으로 대표되는 <영국 남성성>은 제국주의와 더불어 성장했고, 식민 통치를 영속하기 위한 식민 전략으로 기능했다는 시각이다.- P40
1929년에 발표되었던 리비에어(Joan Riviere)의 매스커레이드masquerade(가면극) 이론은 기본적으로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여성의 사회적 행동을 설명한다. 현재의 전통적 개념의 여성성을 과장되게 표현할 경우에만 그들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남성성을 갈망하는 여성들이 여성다움이라는 가면을 쓰지 않고서는 남성들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피해갈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결국 여성스러운 행위는 특정한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외형적인 자기 재현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러한 매스커레이드를 통해 위장된 본질은 가면을 쓴 정체성과 본질에 대한 구분이 사라지면서 그 행위 주체의 내면화된 본질이 된다.- P42
이러한 <역할극>은 반드시 외부로 공연되는 선에서 그치지 않았다. 리비에어가 언급했던 가면을 쓴 여성성과 비견되는 가부장적인 남성성의 퍼포먼스는 차츰 영국인들의 정신을 지배하여 내면화되기에 이르렀다. 후천적 정체성을 향한 모든 자기 재현은 궁극적으로 주체가 자신의 행위를 선천적인 것이라고 믿게 만든다. 결국 제국주의자로서의 자기 믿음은 가상의 인종적 우월성을 성공적으로 전파하기 위한 첫 걸음이 된다. 그리고 제국주의자들은 <이상적인> 정체성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데서 헤어나지 못하고 인종간 위계질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지니기 때문에 그 정체성에 대한 오해나 균열을 최소화해 간다. 그런 까닭에 제국주의자로서의 위상을 위해 인도의 영국인들은 남성다운 가면극의 퍼포먼스가 븐드시 필요했고, 그렇게 생성된 성적, 인종적 정체성을 본래의 고유한 것으로 믿게 되었다.- P49
강인한 남성성에 바탕을 둔 식민 지배자의 이상적인 정체성 퍼포먼스는 식민 피지배자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지배자 스스로의 자기훈육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결국 후천적인 정체성에 대한 자기 믿음은 인종적 우월성이라는 식민 이데올로기 담론의 생산과 소비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첫 단계였다.- P50
스톨러는 인도 여성을 첩으로 들이는 것 자체가 이미 인도 여성을 착취하는 것이지만, 성매매는 그보다 더 심각한 착취라고 지적한다. 매매춘이 활성화되면서 인도 여성은 백인 남성의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박탈당하고 상업적인 성매매 도구로 간주되었다. 인도 여성과 개별적 관계를 맺는 것은 감정이 개입될 위험이 있었지만 사회 현상으로 대두된 매매춘은 제도로서 통제될 수 있었다. 축첩은 인종간의 구분을 떠나 동등한 남녀 관계에 대한 일종의 환상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인도인 매춘 여성과 백인 유럽 남성 간의 상업적인 성 관계는 제국과 식민지 관계 속에 내포된 경제적, 성적 권력의 불균형을 응집하여 서양인의 인종적 우월성을 더욱 강화시켰다.
따라서 매매춘은 식민 정책의 차원에서 결혼이나 축첩과 같이 인종 간의 구분을 모호하게 할 위험한 제도들보다 더 선호되었을 뿐 아니라, <비정상적인> 성행위에 대한 해독제 역할도 수행했다. - P54
당시 문서에 기록되기도 했던 사례인 인도의 라자Rajah(왕자)와 영국 하층민 출신 백인 여성의 결혼은 계급 불평등 문제까지 내포하고 있었다. 인도인 남편에 대한 백인 여성의 종속은 영 제국이 추구하던 인종간의 위게질서를 뒤집는 것이었고, 게다가 영 제국 내의 계급 질서 또한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원래 하층민 출신이므로 영국 상츄층에서 배척되어야 마땅한 그 백인 여성이 이제는 인도 왕자의 부인으로서 런던의 최상위 계급에 편입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P57
매매춘을 제도로 허용하면서도 매춘 여성들에 대해서는 타락하고 퇴폐적인 존재로 손가락질했다.
영국인과 인도인 사이의 성적 결합은 영국 남성과 인도 여성의 관계에만 국한되지는 않았다. 흔하지는 않았지만 백인 여성과 원주민 남성 사이의 성 관계는 영 제국의 이상을 불안정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P56
식민 정책의 핵심에는 인종 차별 외에도 성적 이분법을 강화하는 극대화된 넘성성이 놓여 있었다.- P59
리비에어의 가면을 쓴 여성들은 그들 자신뿐 아니라 타인, 즉 남성을 위해서 여성다움을 연기하며, 그 과정에서 여성이라는 본질과 여성다움의 행위는 분리되지 못한 채 동일시된다. 제국주의 이상을 꿈꾸는 남성들도 자신과 같은 백인 남성들을 위해, 그리고 관람하기를 강요받은 관객, 즉 식민 피지배자들을 위해 자신들에게 요구되는 남성다움을 실행한다. 동시에 그러한 가면극으로서의 남성성을 고유한 자신의 성 정체성으로 내면화시킨다. 그리고 백인 남성의 행위를 관람하도록 유도당하거나 강요받은 관객들은 제국주의의 이상을 효과적으로 실현하는 차원에서 백인이 연출한 가면극 속의 일원이 된다.- P60
이리가레이는(Luce Irigaray) 리비에어의 가면극 이론을 사회적 행동 규범에 대한 비자발적 순응으로 해석하는 반면, 흉내내기에는 가면극 이론에 부재한 행위자의 의도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흉내내기는 사회적인 행동 규범을 의도적으로 모방하여, 흔히 풍자적인 특성을 지닌다고 설명한다. 이리가레이는 여성성의 가면극 행위에서 여성은 본래의 자신을 상실하게 되지만, 흉내내기의 여성은 의도적으로 여성스러운 역할을 연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곧 흉내내기를 통해 순종이라는 가면의 형태를 당연시하여, 이미 그 행위에 대해 반기를 들기 시작한 것이라고 이리가레이는 해석한다. - P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