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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키스















신간을 둘러보다 위의 책을 알게됐다. 

국내 작가가 지은건데 제목 그대로 전 세계 사이코패스 살인마들에 대해 다룬 책인 것 같다. 

이 책의 책소개를 읽다보니 얼마전에 보았던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이 생각났다. 그 드라마 보면서 계속, 거듭 생각해도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언젠가 한 번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것이긴 하다.



일단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금 거신 전화는>의 어마어마한 스포일러가 포함될 예정이므로 그 드라마를 앞으로 볼 예정이라거나 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페이퍼는 읽지 않기를 권한다. 음.. 그런데 여기 오는 분들 중에 그 드라마 보고싶어하는 사람은 어쩐지 없을 것 같지만...


시작합니다.



백사언은 정치인 집안의 아들이자 손자인데, 그러나 백사언은 백사언이 아니다.

다른 이름을 가지고 다른 장소에서 다른 어른과 함께 살던 소년이었는데, 어느날 백사언의 집에 와서 백사언으로 살게된거다. 

대대로 정치인의 집안이어서 으리으리한 집에 살며 좋은 교육을 제공받고 그 덕에 지금 유명하고 인기 있는 대통령실 대변인이 되었지만,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삶에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고 행복한 적도, 웃었던 적도 없다. 그가 백사언으로 살아왔을지언정, 남들이 그 삶을 부러워했을지언정, 그러나 그것은 백사언이 원한 삶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이 어른들과 이런 삶을 살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곳에 오게 됐을까. 어쩌다 오게 됐을까.


그러려면 '진짜' 백사언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태어나서 받은 이름이 백사언이었던, 이 백씨 집안의 원래 아들이자 원래 손자인 진짜 백사언.

이 백사언은 그러나 자라면서 큰 문제를 가진게 드러났으니, 그가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이다.

금붕어를 시작으로 고양이를 거쳐 나중에 아이들까지 죽이는 일을 아직 십대의 진짜 백사언이 해왔다. 고작 열네살인데(어쩌면 열다섯) 그런 삶을 살았던거다. 이에 진짜 백사언의 할아버지는 그를 '괴물'이라 부르고 더이상 살려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 아이가 살아있다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테고, 그건 비단 이 소년의 범죄 문제뿐만이 아니라 백씨 집안의 명예를 더럽히게 될일이 분명해, 이 할아버지는 어느날 열네살 진짜 백사언을 데리고 낚시를 가서 이 소년을 죽여버리는거다. 물을 잔뜩 먹여서.  그렇게 몇 번이나 할아버지로부터 물을 먹어 축 늘어진 진짜 백사언을, 할아버지는 낚시터지기에게 처리하라 이르고, 낚시터지기가 키우고 있던 소년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백사언으로 대신 키우는 거다. 이제 백사언으로 살 수밖에 없는 소년은 이 할아버지가 진짜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우연히 목격하게 되었고 이 일은 평생 자신에게 남아 지독한 악몽을 꾼다. 그렇게 소년은 가짜 백사언으로 삼십대가 되었고 대통령실 대변인이 되어 집에서 정해준 가문과 정략결혼까지 하고 살고 있는 것. 그러나 그의 마음에는 항상 이 모든걸 버리고 본래의 내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자, 이제부터 내가 하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 진짜 백사언의 시체를 처리하려던 낚시터지기는 그러나 그가 아직 숨이 붙어있음을 알게 된다. 진짜 백사언은 살아있었던거다! 낚시터지기는 차마 이 소년을 '다시' '제대로' 죽일 수가 없어서, 차마 죽일 수가 없어서, 이 소년을 살려둔다. 그렇게 진짜 백사언은 자라서 어른이 된다. 어떤 어른이 되느냐. 사이코패스 어른이 된다. 그는 자신이 마땅히 누려야할 좋은 환경을 누린 가짜 백사언을 괴롭히고 싶다. 그는 사이코패스 아이에서 사이코패스 어른이 되었다. 이걸 알게된 낚시터지기는 '그 때 그 아이를 죽였여야 했는데' 라고 이제와 후회하지만, 그러나 지금의 후회가 결과를 바꾸진 않는다. 사이코패스 아이는 자라서 사이코패스 어른이 되었다.



내가 고민하는 지점, 내가 게속 생각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이 아이가 명백하게 사이코패스임이 드러난다면, 그래서 그 아이가 사이코패스 어른이 될 것이 분명해보인다면, 그렇다면 그 아이를 죽이는 것이 마땅한가? 그래도 되는것인가? 하는 지점.


드라마를 통해 나는 이 사이코패스 아이가 할아버지로부터 죽음을 당하는 장면을 보게 됐고, 그 때 나는 고통스럽고 괴로워서, 그리고 마땅히 그러면 안되는 거라고 생각해서 눈을 질끈 감아야했다. 나는 이 아이가 싸이코패스라고 해서 그 아이를 죽이는 일이 어떤 누군가에게 허락된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안돼, 그건 안돼, 라고 생각하는거다. 그런데, 그 아이가 살아서 어른 싸이코패스가 되어 여전히 사람을 더 잔인하게 죽인다면? 그렇다면 어릴 때 그 아이를 죽이지 못한 것이 잘못인가? 그 때 이 사이코패스 아이를 죽이지 못해서 결국 더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냈으니, 그 아이를 살려둔게 잘못인가? 



이 사이코패스가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다면, 잡아서 감옥에 처넣는게 정답이다. 그게 유일한 답이다. 만약 뉴스로 이런 소식을 접한다면 나는 '저런 놈은 사형시켜야지!'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릴 때 죽였어야 했어' 라고 말한다면, 거기에는 내가 '맞아!'라고 할 수가 없다. 그 아이가 사이코패스로 자랄게 분명해서 그래서 미리 죽여버려야 한다, 미리 죽여서 더 큰 피해를 막아야 한다, 라고 하는 것에는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그래도 안돼' 라는 답을 하게 되는거다. 그런데 나는 나의 이 생각이, 그 아이를 누군가 죽여서는 안된다고 하는 내 생각이, 맞는것인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이게 맞나? 만약 사이코패스에게 가까운 사람이 살해당했다면, 나의 '그래도 아이일 때 죽이면 안되지'라는 말은 얼마나 속편한 소리로 들릴까? 그런데 나는 '그건 아닌것 같은데' 하게 되는거다. 아니야, 그래도 그 아이를 그렇게 죽이면 안돼, 이렇게 되는데, 그러다 어른 사이코패스가 늘어나면, 그러면 나는 '그러면 안돼'라는 내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나? 내가 그렇게 말함으로써 지켜지거나 얻어지는건 대체 무엇이지? 어른 사이코패스가 될 아이를 살아있게 하는게, 거기에 의미나 가치가 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나는 적극적으로 말렸을 것 같은거다. 안돼, 그러지마, 그러면 안돼! 그리고 얼른 경찰에 신고할 것 같은거다. 그러면서도 자꾸 묻게 된다. 이게 맞나? 내가 맞나? 


아, 너무 어렵다... 어려워.....




<지금 거신 전화는> 이란 드라마는 사실 설정이 말도 안된다. 게다가 노골적 광고가 심하다. 그 광고 보고 '그' 돈까스 먹어보고 싶어져서 연달아 이틀동안 맛있다고 사먹은 시청자가 누구냐, 나다. 하여간 말도 안되는 설정이라서 '저기서 저런다고?' 이러고 한심하게 생각되는 지점이 수두룩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할 지점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바로 위에 썼던 사이코패스에 대한 부분이 그렇고 '수어 통역사'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극중에서 말을 하지 못하는 수어 통역사 홍희주가 대통령실 수어통역사로 면접을 볼 때, 그 때 면접관인 백사언이 이런 질문을 한다. 너는 말을 하지 못하는데 그렇다면 여기 다른 직원들과 어떻게 소통을 하려고 하느냐, 고. 이 때 홍희주는 수어로 말한다. 여러분이 수어를 배우시면 되지 않냐, 수어 어렵지 않다. 그리고 백사언 니가 수어를 배운다면, 통역사가 네 말을 제대로 통역하고 있는지, 그 뉘앙스는 맞는지도 확인할 수 있지 않냐, 고 하는거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현명한 답이라고 생각했다. 왜 수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수어를 하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이쪽처럼 해야 소통하지' 라고 말하는걸까. 내가 너와 소통한다면, 꼭 네가 나에게 맞춰야 할까? 왜? 내가 다수이므로? 내가 너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내가 너의 말을 배우는 방법이 있다. 이걸 지적해준 건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이었다. 다른 건 뻥이 너무 쎄가지고..



조연 중에는 아나운서 '나유리(장규리)' 가 있다. 평소 백사언을 너무나 존경하고 짝사랑하는데 정신의학과 전문의 '지상우(허남준)'과 함께 일하게 되면서 지상우의 어두운 과거를 알게 된다. 보육원에서 자란 지상우는 당시에 함께 보육원에서 자랐던 친구들을 잃었던 것 지상우도 이 사건으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으며 해결하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함께 일하게 된 나유리가 옆에 있게 된다. 백사언, 홍희주, 지상우까지 모두 악몽을 반복하는 고통과 상처를 가지고 있는데 나유리는 그런게 없는 캐릭터로 나온다. 지금 일을 열심히 하고 백사언을 짝사랑하는 그런 발랄 캐릭터. 그런데 하루는 지상우가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한다. 


"당신은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밝은 사람이에요. 덕분에 내가 버틸 수 있었어요."


나는 이 대사가 그렇게나 좋더라. 나유리가 밝은 이유는 괴로운 지상우를 버티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지만, 그러나 나유리의 밝고 건강함이 지상우를 버티게 했다는 사실이 참 좋았다. 어떤 이의 밝음은 그 자체로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좋았던거다. 저 말이 되게 좋았어서, 나는 내가 저런 말을 들은 적이 있나 생각해보았다. 딱히 떠오르질 않네. 그러다가 내가 '너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이라는 수식어로 들었던 말이 뭐가 있나, 생각해보다가..... 저렇게 막 좋은건 아니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점심 먹으러 가야지.



아! 꼭 덧붙이고 싶다.

<지금 거신 전화는> 의 마지막회는 진짜 해도해도 너무했다. 어이가 없다. 완전 구렸다.

사랑하는 남자 찾겠다고 내전 있는 지역에 가고, 거기서 인질로 사로잡히고, 그런데 남주가 나타나서 구해주는... 서사 무엇??

그거 찍으면서도 부끄럽지 않았어요?



제목에 드라마를 보다가 '1' 이라고 붙인건, 2가 있다는 걸 암시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편에서는 <나의 완벽한 비서>로 돌아오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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