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천천히, 한 걸음씩....
epist 2002/08/08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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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아니 나 또한, 아니 나는 보잘 것 없고 그저 세계에서도 변방, 그 변방의 변방에서도 중심에 있지 않은 일개 독자일뿐이라는 사실을 먼저 말하고 싶다. 그러나 아직은 젊다는 것도......
이진경의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을 놀라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었던 적이 기억난다. 그리고 그러한 수많은 책들이 내 인생에서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 책들은 자연스럽게 고전과 시효상실이라는 레테르를 달고 정리된다. 아직 미완인, 아니 미완인게 분명한, 반드시 미완이어야 할 이진경의 작업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때로는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인문.사회과학 이론서들을 읽다보면 조로증에 걸린 아이를 보는 듯하다. 대가인듯한 말투지만, 정리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그럴때마다 정말 난 안타깝기 그지 없다. 외국 이론가의 논리에 절대적으로(!) 기대고 있지만, 그 외국이론가에 대한 연구서 한 권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고 그 외국이론가의 일차저작물이 우리나라에 충분히 번역되고 소개되고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작업이 영문학과 석사논문류와 다를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왜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는가, 왜 본격적인 연구서를 쓰지 못하는가....
가라타니 고진이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에서 말한 바 있듯이, 어떠한 책을 읽고 사상을 접한다는 것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심으로 들어가 살펴보는 일일 것이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이진경의 작업이 보다 그 '중심'으로 들어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그 스스로 후기에서 말한 바대로, 무거운 짐을 다룰 줄 알게 되려면 그 무게중심이 어디인지 파악하는 일이 먼저일 것이다. 그리고는 천천히, 한걸음씩 나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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