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낡은 책장
이 작품은 학부때 너무나 흥미롭게 읽은 월터 J.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를 마치 그대로 소설로 꾸며놓은 듯 했다. 벌써 5-6년전쯤으로 기억되는데 그때 읽은 옹의 책은 구술성(기억력)이라는 것과, 쓴다는 것이 어떻게 텍스트를 다르게 구성해내가는에 대해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일깨워주었다.

이 작품에서 나오는 두 정보원 프레누쉬와 뒬은 각각 문자성(쓰기)과 구술성(기억력:청각)을 상징하는 듯 하다. 그리고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연구하는 두 외국인 학자들을 감시하는 뒬의 보고서는 그 내용과 방식 그대로 현대의 서사시가 된다.

뒬의 문장을 좋아하는 군수가 그것을 흉내내보고자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장면에서 이것이 더욱 확실해 지는데, 옹 식으로 설명하자면 구술문화 속에 사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에 사물의 힘을 불어넣기 때문에 문자문화를 바탕으로 한 말(글)에서처럼 자의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 재미있게 읽은 소설을 개인적으로 또 재미있게 읽은 이론서적으로 비교 분석해보는 일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이겠지만, 그것만큼 또 따분한 일도 없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 소설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특히, 카다레의 냉소적이면서도 흡입력있는 유머가 시종 흘러넘치는 이 작품을 개인적으로는 카다레 최고의 작품으로 꼽고 싶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