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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 오십에 읽는 자본론
  • 임승수
  • 17,100원 (10%950)
  • 2025-09-22
  • : 4,021


나는 사회민주당 당원이다. 당비를 내는 정도가 의사 표시의 거의 전부지만 지향점에 대한 확인이자 공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무엇을 위해,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멈춘 적이 없다. 매우 이기적이며 현실적이며 냉정하고 논리적인 판단 성향을 가진 인간의 지향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자연선택이 아니라 집단선택을 하는 유전자처럼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면 지속가능한, 보다 넓은 의미의 장기적 행복의 바탕은 ‘나만’이 아니라 ‘함께’에 수렴한다. 인류 역사가 증명한 태도이며 먼저 살다 간 현자들의 결론이다.

철 지난 이념 논쟁과 다른 경제 이야기다. 루카치의 ‘사물화’가 마르크스의 ‘인간 소외’로부터 영향을 받았듯 근대 이후 현생 인류의 거의 모든 학문과 삶에 영향을 드리운 진화론, 정신분석, 맑시즘은 ‘돈’과 직결된다. 부자가 되려면, 행복을 찾으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들이라면 사람들이 귀를 좀 기울일까. 『자본론』은 그런 책이다. 숱한 오해와 비난 속에서도 꿋꿋하게 세월을 견디며 사회학적 상상력을 길어 올리는 샘물 같은 책이다.

이 자본론을 원숭이도 이해할 수 있게 알려주겠다는 임승수의 일관된 노력과 사회주의자로 살아가는 모습을 오랜 시간 책으로 지켜보면서 위로를 받는다. 그의 책을 보면서 독학으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던 순간들이 떠올랐고 와인에 심취해 거품을 무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안도했다. 『오십에 읽는 자본론』을 보면서 이제 편안하고 자유롭게 경계를 넘나드는 나를, 아니 저자의 삶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비록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한 번쯤 그들의 지향이나 노력에 관심을 가져볼 나이가 오십이 아닌가. 어차피 타인을 이해할 수는 없어도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는 생긴 나이가 오십이 아닌가.

고3 수험생을 둔 부자 아버지와 저자의 대화 형식으로 써내려 간 자본론은 이 악물고 무언가를 관철시켜야 했던 순간들, 깨지고 부서져도 앞으로 나아가야 했던 시간들, 이상과 신념으로 가득했던 청춘의 한 시절을 넘어 선 느낌이다. 도를 터득한 노인 같은, 부드럽고 유머러스한 아재의 넉넉함과 여유가 보이는 자본론 이야기는 어렵지 않고 쉽게 이해되는 자본론, 누구나 알아야 하는 자본론, 미래를 위해 필요한 자본론, 생활밀착형 자본론, 실천적 자본론이라 할 만하다. 소설 형식으로 쓰여 등장인물과 상황이 주어지자 죽은 마르크스가 되살아나 현실의 문제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결국 자본주의가 이대로 괜찮으냐고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한때 마르크스주의자였던 꼰대가 아니라 먹고 살기 바빠서 잘 몰랐지만 도대체 왜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왜 빨갛게 변해가는지 또 아직도 그러한 지 궁금해서라도 한번쯤 읽어보면 어떨까. 내 친구와 이웃을 위해서라도. 엄빠, 삼촌, 이모, 조카, 선후배가 모두 모여 자본론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이제 대한민국은 갖고 있지 않은가.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때때로 고전에게 기대고 이런 책들에게 신세를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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