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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 [세트] 그리고 마녀는 숲으로 갔다 1~2 세트 - 전...
  • 산호
  • 42,300원 (10%2,350)
  • 2025-02-17
  • : 1,237


세상에는 산 것보다 살아남은 것들이 더 많아. 그러니 우리는 서로를 돌봐야 해.

마음이 흩어지려 할 때, 말을 문진 삼아 내리누른다.

‘장래의 일정한 시기에 현품을 넘겨준다는 조건으로 매매 계약을 하는 거래 종목’을 선물(先物) 이라 한다. 한자가 다른 의미의 선물(膳物, present)는 전통과 문화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매매 계약은 아니지만 선물(膳物)은 어쩌면 일정 부분 선물(先物)의 의미도 담고 있다. 돌려받을 목적으로 선물하는 경우는 많지 않겠으나 받는 사람은 어느 정도 부담스럽기도 하다. 생일 선물, 100일 기념 선물, 결혼기념일 선물, 크리스마스 선물, 입학과 졸업 선물 등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애정, 감사, 축하, 위로 등을 담은 선물은 관계를 공고히 하거나 때로는 역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로 마음을 잘 전하는 사람도 있고, 상대방의 고민을 덜어주려(?) 선물을 지정해서 요구하는 사람도 있고, 주고받는 선물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선물을...

책은 상대방의 취향, 지적 수준, 관심 분야, 독서 이력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부담스러울 가능성이 많은 선물이다. 관계에 따라 권위, 조언, 충고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내용에 따라 상대방이 나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읽히기도 해서 조심스럽고 신중한 선물이다. 물론 모든 선물은 관계와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출판사, 편집자, 저자를 제외하면 책 선물을 받아본 지 참 오래됐다. “이 책 참 좋다, 읽어봐.”라는 의미로 말이다. 『그리고 마녀는 숲으로 갔다』는 아주 오래된 지인에게 선물 받은 책이다. 이 책은 만화를 좋아하고 그리기도 하는 선한 분의 마음을 닮았다. 창밖에 내리는 가을비처럼.

그렇게 수집한 문장이 서랍 속 거미줄처럼 촘촘하고 내 상상 속에서 오가는 대화의 끝에 당신은 닿지 못할 말들을 가여워하지 않으며 여전히 숨 쉰다.

슈피겔만의 『쥐』나 안토니오 알타리바와 킴의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처럼 사회성 짙은 그래픽 노블을 읽은 적은 있지만 게임과 만화를 즐기지 않는 성향에도 불구하고 산호의 글과 그림으로 큰 위로를 받았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본질적이고 고유한 성질이 있다. 본성에 반하는 삶은 그래서 불편하다. 그 대상은 스스로 무언가 의도하지 않아도 곁에 있는 사람은 영향을 받는다. 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를 환상적인 수법으로 그려낸 이야기와 그림이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언제 위기 아닌 상황이 있었으랴. 마녀들의 이야기가 모든 순간, 우리가 겪는 고통과 아픔이 아닌지 싶었다.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상대를 비난하고 난도질하거나, 개인과 조직을 싸잡아 주관적 해석으로 악마화하거나, 개발과 발전을 위해 희생은 당연하다고 주장하거나, 사회적 기회와 우연의 결과를 오로지 자기 능력과 성공으로 착각하거나......그렇게 신념과 확신으로 가득한 채 정해진 답과 길이 있거나...

그렇게 많은 사람과 사물들 사이에서 길을 잃은 사람에게는 비현실적인 혹은 환상적인 상상력과 공상에 가까운 판타지가 오히려 현실을 견디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주기도 하는 게 아닐까. 매우 현실적이고 심각한 문제를 다룬 사회 소설에 가까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오독하든 그 또한 독자의 권리일 테니까. “『그리고 마녀는 숲으로 갔다』는 죽은 무화과나무와 오천삼백 원짜리 애호박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겪는 오늘과 맞을지도 모르는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라는 작가의 말이 이 책을 온전히 설명해 줄 수는 없다. 모든 책이 그러하듯 행간의 의미를 확장하고, 여백을 채우는 상상력은 읽은 이의 몫이다. 그것이 책이 아닌 무엇이더라도.

그러니 비록 전할 수 없다 해도 당신의 모서리를 더듬기 위해 쓴다.

초원.

여름이 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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