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 동네를 한 바퀴 돌다가 결국 산으로 향한다. 쉬엄쉬엄 걷다가 달리기 시작한다. 경사 급한 산 허리를 질러 달리듯 올라갔다. 괜실히 웃음이 비져나온다. 힘이 들었다. 더 힘을 내 달렸다. 너무나 건강한 육체의 에너지가 공허한 마음에 전해진다. 마음이라는 장기에 피가 돌기 시작한다.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힘찬 혈류의 순환이 온 몸을 각성시킨다. 무작정 달리다보니 어느새 능선에 올라섰다. 뒤를 돌아보자 내가 사는 마을이 한 눈에 보인다. 작은 마을, 저 안에서 옹기 종기 살고 있는 우리 가족과 이웃, 얼굴 모르는 사람들.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 그제서야 나는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제 어디로 갈까, 생각을 하며 정상을 바라보았다. 정상께에 걸친 한낯의 태양에 얼굴이 웅크려든다. '저길 가려고 했었나?' 능선길을 따라 십 분을 가면 태극기 휘날리는 정상이다. '흥, 맨날 가는 꼭대기......'
능선길을 벗어나 산을 내려간다. 잠시 딴생각에 방향이 바뀌었다. 딴생각? 생각?
딴생각이 아니었다. 능선까지의 내달림은 무의식의 이끎이었다면 능선에 올라 뒤를 돌아볼제 그제서야 생각을 한 것이었다. 지금 가는 곳은 분명한 목적지였다. 그곳에 가면...
방금 올라온 곳의 반대 방향으로 내려갔다. 산을 넘는 꼴이었다. 능선을 경계로 서울을 벗어난다. 지금 가도 밥이 있을까? 핸드폰을 놓고 왔으니 시간을 알 수가 없었다. 다시 뛴다. 한 시까지 점심 공양시간, 잘하면 밥을 얻어 먹을수가 있었다.
공양주 보살님은 나보고 학생이냐 물었다. 네, 아..아니요 직장인이에요. 학생 다음엔 일직와~, 미안해 하는 표정이다. 네 그럼 다음에 오겠습니다, 밥 때가 지나 밥이 없는데 공양주 보살님은 밥을 먹이고 싶어했다.
밥 보다 더 따듯한 식은 떡을 한 덩이 들고 나는 다시 산을 올랐다. 떡을 떼어 입안에 넣었다. 목이 메어 자꾸 눈물이 난다.
현기증이 일었다. 물 한모금 안 마시고 두 시간 여 거친 산을 달렸으니 어지럼이 일만했다. 입천장은 마르고 인후까지 먼지가 가득했다. 갈증으로 침도 나지 않는 입안에서도 떡은 달았다.
소주 한 잔 얻어마시고 싶은 날이 있다. 꼭 얻어마셔야 한다. 이런 날은 자연스럽게 술 한잔 하자, 해 놓고 친구가 계산하게 내버려 두는 것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하다.
술이나 한 잔 하자, 가 아닌.
나 술 사 줘, 라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친구가 없다는 게 이 페이퍼를 쓰는 이유이다. 아니 결과인지 모르겠다. 술 한잔 편히 사달라고 말할 친구가 없는 외로운 현실의 허허로움에 이런 허접한 푸념이나 하는 것이니 결과라고 해야겠다.
친구에게 매우 실례되는 생각이지만 때때로 그렇게 느껴진다.
'어쩌면 친구가 없는 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