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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왕국 일본에서 출간 전 예약 판매 시작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서는 두 작가가 있다.

소설 분야에서는 1949년생 무라카미 하루키, 또 다른 한 명은 다양한 장르를 써내는 1958년생 히가시노 게이고

1985년 '방과 후'로 제3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혜성같이 문단에 등장한 히가시노 게이고는  1999년 '비밀'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 2006년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 2012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주오코론 문예상, 2013년 '몽환화'로 제26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2014년 '기도의 막이 내릴 때'로 제4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춘 다재다능한 작가다.

해외 문학계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히가시노 게이고는  '용의자 X의 헌신'으로 2012년 미국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에드거상 최우수 장편소설 부문 최종 후보 5편에 선정되었고 2019년에는 '신참자'가 영국추리작가협회(CWA)의 인터내셔널 대거상 후보에 올라 에드거상과 대거상 모두에 후보로 지명된 최초의 일본 작가라는 기록도 남겼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이면서 자신의 이름이 하나의 장르가 된 히가시노 게이고는 매년 신간 두 권을 써냈던 그의  이야기는 이제 멈추게 됐다.

현존하는 추리 작가 중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만큼 다작을 하면서 출간 하는 작품 마다 베스트 목록에 올라가며 영화와 드라마 제작으로 이어지는 작가들이 극히 드물다. 일본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를 '소설 찍어내는 기계'', '몇몇 대필가나 작가 예비 지망생들에게 지시만 내리는 소설 공장장.'이라는 별명을 달고 다닌다.

1980년대 중반 부터 글을 쓰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집필 방식은 '주도 면밀하게 작품 구성 설계도'를 기획해 놓고 난 후 작업을 시작했다.


 '젊은 시절엔 그저 생각 나는 대로 쓰기 시작하다가  이야기가 막힐때면 순간 번뜻이는 아이디어로 끌고 나갔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런 작업 방식을 이어가다가는 독자들에게 읽혀지는  글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쓰기 전부터  작품 전체 개요를 꼼꼼하게 설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꼼꼼하게 작품을 설계해도 중반부 부터 꼭 수정할 부분이 나오기에, 아무리 치밀하게 기획해 놓아도 술술 이야기가 풀리지 않을 때가 많아서 추리보다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는 데뷔 초기에는 풀이형 추리소설 작품을 썼지만 차츰  사회 문제를 비롯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사건.사고로 이야기가 확장 되고 있다. 그의 작품 중에 한 편의 동화 같은 따스한 이야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전 세계 1000만부가 넘게 팔렸을 정도로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기록되었다. 

'역시 살인이 일어나는 이야기보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고민들을 그린 이야기가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게 된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이 작품은 저에 작가 인생에서도 기적을 일으킨 작품 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가 처음 작품을 발표 했던 당시 1980년대 일본 문학계는 미스터리 이외의 장르는 판매가 저조했던 시기로 그 역시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며 데뷔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1998년에 발표한 판타지 소설 <비밀>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대 히트를 쳤고 이후로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멈추지 않고 소설 기계처럼 작품을 써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작품 <비밀>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그렇게 쓰기 시작한 작품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탄생했다.

그는 글만 쓰는 글쟁이가 아니라 겨울만 되면 눈 밭을 뒹구는 스노우보드 매니아였다.


 겨울이면 발에 항상 스키가 장착 되어 있었던 히가시노 게이고는  눈으로 뒤 덮혀 있는 곳을 누비고 다녔고  일본에서 사멸해 가고 있는  스노우보드 대회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자신의 사비를 털어 상금과 선수들의 훈련비를 지원 해 주는데 앞장섰다.

스노우보드와 겨울 스포츠 장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물을 써내기도 했던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스포츠에 대해 각별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제 작품을 처음 실어 준 잡지사가 스키나 스노우보드와 관련된 잡지로 당시 일본에서 겨울 스포츠 인기가 점점 떨어지고 있으니 구독자들을 끌어 당길 만한 작품을 원해서 제가 쓴 초기 추리작품들이 그 잡지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2023년 저서 100권 출간과 일본 내 누적 발행 부수 1억부 돌파라는 기록을 동시에 세운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동안  일본 내 누적 발행 부수는 약 1억900만부를 기록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세계 41개 국가와 지역에서 출간됐으며, '백야행' '갈릴레오' '가가 형사 시리즈' '매스커레이드 시리즈'를 비롯한 다수의 작품은 일본 안팎에서 영화·드라마·연극으로 제작되어서  미국의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들과 비교 할 수 있을 정도의 대중성과 흥행을 모두 갖춘 대형 작가다.


지난  15년 동안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은 전부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작품들로 그의 이름 앞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도 1위자리를 바로 내 줄 정도로 한국 내 고정 독자 팬층이 매우 두터운 작가다. 

출판 대국인 일본에서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종이책 사양 문턱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출간작들은  한 권당 평균 100만부가 발행되어 이름이 곧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한국 언론에서 그를 추리 작가로 부르고 있지만 일본 문학계에서는 동시대 인간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여러 에피소드를 교묘히 엮어내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지독하게도 읽지 않았고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공부 하는 동안에도 책보다 기계들 조립하는데 푹 빠져 있었을 정도로 글 쓰는 삶과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 중 어떤 작품을 펼쳐 들어도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고 끝까지 읽게 되는데 주요 인물의 심리묘사가 아니라 행동에 중점을 두고 짧게 서술 되는 문장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어  머릿속에 장면들이 그대로 그려지게 만든다.

 그는 작품 곳곳에 서로 다른  에피소드를 연결해서 독자들이 이 사람이 이런 행동을 왜? 라는 궁금증을 유발 시키다가 마지막에 그 실체를 알아차리게 만든다.

작품 전체를 촘촘하게 설계하기에 이런 스토리 구성이 가능한 것으로  시대를 가로질러 등장하는 방대한 인간 군상을 통해 증폭되는 수수께끼 같은 인생을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각기 다른 이들의 시선으로 독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매 작품 마다 각기 다른 주제로 독자들의 구매 욕을 자극 시키는데 예를 들면  타임 슬립과 평행 우주의 컨셉을  적용 시킨 이야기부터  1998년 시작한 갈릴레오 시리즈는 유체 이탈, 폴터 가이스트 등 초 현실적 현상을 가장한 범죄를 물리학 지식을 이용해 해결하는 탐정을 내세웠고  '용의자X의 헌신'에서는  물리학 교수와 수학자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이며 첨단 과학과 의학, 인공지능 로봇의 폭력성과 클론의 도덕성, 원전 위험, VR 세계에서의 정체성  21세기 적 과학 발전의 위험과 윤리 문제를 결합한 뇌과학 서스펜스 물로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렇게 다작을 쏟아 내고 있는 게이고는 최근 출간하는 작품들은 부모와 자식에 관한 문제로 어느 날  사회에 내 던져진 청소년의 문제에 대해 쓰고 있다.

 나미야의 잡화점의 좀도둑들이 풀게 되는 수수께끼는 결국  자신들이 자란  보육원에 얽혀 있는  사람들의 삶의 흔적들로   30년 전에 지금의 자신들을  있게 한 기적이 바로 그곳에서  시작됐기에 그 기적이 지금까지  지켜 봐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지 6개월 때 부터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들고 다녔다.

첫 페이지 첫 문장 부터 읽어 나가면서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찾고 이어서 읽다가 다시 앞으로 가서 사전을 찾아 의미를 파악하며 읽는 사이에 몇 날 몇 일에 걸쳐서 한 챕터를 읽고 나니 다음 장면이 궁금해서 페이지를 넘겼다.

맨 처움 히가시노 게이고 원서를 완독한 책은 <예지몽>으로 첫 페이지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으며 사전을 찾고 문장을 써나가며 필사를 해서 지금도 눈을 감으면 첫 페이지에 새겨진 장면이 머릿속으로 떠오른다.

27살 때 부터 매년 두 세권 씩 작품을 쏟아낸 히가시노 게이고가  지금까지 출간한 작품은 모두 105권, 한 사람이 써 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그의 다작의 비결은 너무나도 단순했다.

-꾸준할 것

-도전할 것

-호기심을 가질 것

-귀를 기울일 것

그의 삶 자체가 소설의 재료가 된 풍부한 경험과 아이디어였고 소설 공장장으로 불릴 정도로 진심으로 쓰는 걸 스스로 즐겼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 8월에 출간되는 <영원의 기억>을 마지막 투병 중에 마무리 하고 23일 향년 68세의 나이로  영면에 들었다.

일본어를 중도 포기 하지 않게  읽는 즐거움을 주며 다음 신작을 기다리게 만들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105번째 책을 선뜻 완독 하지 못하고 있다.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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