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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성 귀차니스트의 책읽기

blanca님의 페소아 글 읽다가 다시 생각난 포르투갈

벌써 1년 전인 작년 1월에 다녀온 곳이지만 여행기는 쓰다 만....(내 여행기가 다 그렇다)

그래도 페소아 글 보니 하나는 쓰야지 싶어 부랴 부랴 사진첩을 뒤졌다.


포르투갈은 정말 페소아의 나라다. 포르투갈의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이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이 시인을 사랑하는지가 눈에 보인다. 그게 길거리에 널린 어느 기념품 가게를 들어가도 페소아를 형상화한 온갖 기념품들을 만날 수 있다. 마그넷과 머그컵과 수건과 그 외의 기타 등등..... 포르투갈이 가장 사랑하는 인물은 페소아 그리고 두 번째로 노벨 문학상을 탄 주제 사라마구다. 노벨 문학상은 탄건 주제 사라마구인데 정말로 사랑하는건 페소아인듯....특히 리스본은 그야말로 페소아의 도시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 우리나라도 김소월이나 윤동주, 백석같은 시인이 남한 출신이었다면 시인을 좋아하는데서 그치지않고 생활속에서 그들을 기념하는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잠시 했었다. 국민시인이라고 할만한 이들이 모두 북한과 간도 출신이다보니 남한에는 그들을 기릴 도시도 없고 문화상품도 그리 만들어지지 못했던거 아닐까 뭐 그런.....


페소아의 도시 리스본 이야기는 잠시 뒤로 돌리고 그래도 포르투갈에서 제일 유명한 서점은 포르투의 랠루 서점이니까 잠시 사진 투척한다.(랠루 서점은 해리포터때문에 유명해졌는데, 정작 작가인 롤링은 포르투에 살면서 랠루서점을 한번도 가 본적이 없단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 서점이 해리포터의 배경이 이 서점이라고 생각하고 싶어하는것 같지만.... 내가 정작 생각한건 포르투갈의 특이한 교복문화다. 이 나라는 중고등학교는 교복이 없는데 특이하게도 대학생들이 교복을 입는다. 그런데 포르투갈의 대학도시인 코임브라에서 본 바 이 대학생들의 교복 망토가 호그와트의 교복망토와 거의 비슷하더라는..... 


랠루 서점은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시간대에 따라 입장인원이 정해져있다. 심지어 일인당 8유로의 입장료까지 있다. 물론 이 입장료는 이곳에서 책 구매비용으로 쓸 수 있는데 책을 사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냥 입장료다. 굿즈라도 살 수 있을까 했던 사람들에게는 안타깝게도 안된다. 오로지 책을 살 때만 입장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 


랠루 서점은 언제나 이렇게 줄을 서 있다. 앞에 가면 시간대별 팻말이 있고 10분 전쯤에 도착해 줄을 서면 된다.




랠루 서점이 유명한건 말했다시피 해리 포터때문인데 서점으로 들어가면 정면에 있는 계단이 호그와트의 계단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얘기 때문이다. 이 계단이 진짜 예쁘긴한데 내 사진으로는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다. 언제나 오르내리는 사람과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벼서 도저히 각도도 안 나오고 사진도 안 예쁘고... 그래서 아래 계단 사진은 내 입장 티켓에 있던 사진을 스캔했다. 이 사진이 제일 멋져하면서...




서점 내부





서점 천정의 스테인드 글라스인데 여기서 또 포르투갈이 다른 유럽지역과 다른게 보통 이 정도 건물이고 하면 천정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종교화인게 거의 대부분이다. 그런데 포르투갈에서는 유럽의 다른 지역에 비해 종교의 힘이 약하다는 것을 좀 많이 느꼈었다. 이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노동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놓은 것처럼 상공업에 대한 존중이 다른 유럽보다는 강하다는 느낌이었다. 노동하는 인간의 스테인드 글라스 나는 참 좋았다. 








해리포터 코너도 있다. 그리고 호그와트의 마법모자도.... 저 모자 사고싶었는데 비매품이다. ㅠ.ㅠ





나는 해리포터도 좋지만 그래도 이곳에서는 주제 사라마구 관이다. 서점 2층 한 켠이 주제 사라마구에게 바쳐져 있다. 역시 주제 사라마구 관의 전체 모습 사진은 없다. 정말 사람이 끊이지 않아서..... 그냥 책만 찍자.

렐루 서점 띠지를 두른 주제 사라마구의 책들. 저 책들 중에서 가운데 눈알 무서운 책이 <눈먼자들의 도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이니까 꼭 포르투갈어판으로 사고 싶었다. 구매 성공. ㅎㅎ





서점의 1층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진짜 예쁜 책들이 전시되어 있다. 여기 있는 책들 진짜 너무 예뻐서 다 사오고 싶었다는..... 표지도 예쁘지만 책등이 금박이다. 역시 금은 좋다. 어디에다 갖다놔도 고급지다. 하지만 나는 여행객이니까 하고 페소아의 영문판 시집 한권만 샀다. 정말 너무 예뻐서 안 살수가 없다는..... 그리고 페소아는 왜 영문판이냐고? 페소아는 포르투갈인이지만 어릴 때 남아공으로 이주해서 남아공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러므로 그는 글을 쓸 때 포르투갈어가 아닌 영어로 글을 썼단다. 시는 거의 대부분이 영어였고, 산문인 <불안의 서>가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로 쓰여진 글이란다. 그러니까 페소아의 시집은 영문판으로.... 영언 포르투갈어가 내가 못읽는건 똑같으니까 이왕이면 원래의 언어로..... ^^





그리고 이제 리스본, 페소아의 도시 리스본이다.

리스본에는 페소아가 자주 갔던 카페가 몇군데 있다. 그 중에 카페 A Brasileira 에는 그가 즐겨 앉았던 자리에 그의 조각상을 만들어놓아서 누구나가 페소아의 친구처럼 앉아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나는 같이 간 친구한테 마음데 들때까지 찍어달라고 요구해서 인생샷을 건지기도 했다. 페소아 이름도 처음 들었다면서 그래도 열심히 사진 찍어준 친구들에게 밥 샀다. (물론 별로 안 비싸서 샀지만..... ㅎㅎ) 





그리고 리스본에는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인 베르트랑 서점이 있다.

입구에서부터 인증마크가 딱하니 붙어 있다. 1732년부터니까 진짜 얼마 안 있으면 300년이 되는 서점이다.






양쪽이 책으로 가득찬 동굴같은 공간을 들어가면 페소아에 헌정된 공간이 있다. 그리고 페소아의 책들도...






리스본의 모든 곳이 아름답고 정겹지만 서점 말고 정말 좋았던 곳 하나만 쓰련다.

상 조르제성으로 일몰 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다른 일몰명소와 다르게 입장료가 12유로나 했던 곳인데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곳이었다. 처음 이곳에 갈때는 성도 구경하고 일몰도 구경하고 그러자 하면서 들어갔는데....

아 우리는 아래의 공간을 들어서자마자 발견해버린 것이다.





상 조르제 성 안에 있는 노천카페

같이 간 친구가 성 한바퀴 돌고 나중에 와서 여기서 커피 한잔 하면 되겠다라고 했으나 내가 말했다.

"성? 별거 없어. 원래 이런 성 그냥 구멍 뚫린 데 대포 몇개 갖다놓은게 다야. 하지만 우리가 성을 한 바퀴 돌고 오면 저기 저 명당자리는 없어져. 무조건 자리 사수해야 해. 내가 여기 자리 맡아놓을테니까 성 보고싶은 사람은 갖다오자"라고..... 하지만 원래 성에 관심 없던 친구들이 갈 리가 없다. 일단 앉아보고 결정하겠다더니

처음엔 커피로 시작해서 그 다음엔 맥주, 그리고 와인까지 안주도 없이 술만 진탕 마시면서 술에 취한건지 석양에 취한건지 야경까지 보고 알딸딸해져서 상조르제성을 내려온 우리들이었다. 

어쨌든 상조르제성에 간다면 저 카페의 제일 앞 자리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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