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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에환장2024
  •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다카시
  • 14,400원 (10%800)
  • 2001-09-10
  • : 6,126

내가 서평을 통해 알고 싶은 것은 오로지 그 책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관한 정보이다. ◎ ○ △ X 등의 기호로 등급을 표시하는 것으로써 서평을 대신한다면 그보다 좋은 방법이 없을 것 같다고까지 생각한 적이 있다. 책에 대한 평가는 읽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타나는 것이 당연하다. 책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개인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당연히 읽는 사람 스스로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다. 

 

서평을 하는 사람은 책을 읽는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참고 의견을 제시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독자는 보통 책을 사기 전에 ① 서점의 앞쪽 판매대에서 책을 펼쳐 든다, ② 책을 대충 보며 책의 가치를 가늠해 본다, ③ 주머니 사정을 살펴본다 등의 단계를 보여 준다. 서평을 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할은 ①의 '서점의 앞쪽 판매대에서 책을 펼쳐 들게 되는 계기'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는 ②와 ③에 대해 서평을 보조적인 참고 의견으로 보는 데 그쳐야지 너무 의존하지 않는 것이 좋다. (211~212p.)

 

그 책을 직접 볼 기회만 있었다면 분명 샀을 사람과 만나 볼 여유조차 얻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는 책이 너무 많다. 적어도 이처럼 책이 만나야 할 사람과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드는 것이 서평이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책을 깎아 내리는 일은 되도록 하지 않고(이렇게 말하면서도 책을 깎아 내린 일이 몇 번이나 있지만), 단지 그 책을 한번 펼쳐 보고 싶은 적절하면서 매력적인 인용을 활용하는 것이므로, 적절히 인용할 곳을 찾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213p.)

 

정보의 중심은 그 책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 읽을 가치가 있다면 어떤 점에서 가치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나는 그것을 가능한 한 요약과 인용을 통해 책 자체로 말하는 스타일을 취하고 있다. 개인적인 비평적 코멘트(다른 사람의 서평에서 내가 쓸데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는 될 수 있는 한 비중을 줄이고 있다. 따라서 나는 서평을 쓸 때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의 몇 배나 되는 노력을, 소개하려는 책을 고르고 요약하고 인용하는 과정에 쏟아 부었다.

 

이렇게 글을 쓰는 목표는 책을 읽는 사람에게 그 책을 읽고 싶다는 기분이 들게 하여, 서점의 판매대에서 그 책을 발견하였을 때 펼쳐 보도록 하는 데 있다. 또한 그 책을 사야겠다는 기분까지는 들게 하지 못하더라도 그 책이 어떤 책인가를 알려 주어, 그 안에 실려 있는 정보를 통해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작은 지식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고,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도 지적 우주를 확대해 가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책을 읽는 즐거움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오호라' 하며 마음속에서 놀라움과 탄성을 지를 수 있게 하는 한 구절을 만났을 때의 기쁨이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서평에는 그런 작은 탄성이 몇 백 권 분량 이상으로 담겨 있으며, 정보량도 상당히 많은 편이라고 자부한다.(216~217p.)

 

 

최근에 서평이벤트 응모에 재미를 붙여서 정신없이 읽고 서평 쓸 책이 쌓여가고 있다. 시간에 쫓기게 된 이유다. 시간에 쫓기는게 기분 좋을 리는 없지만 좋은 점도 있는데 그건 책을 읽는 것도 읽는 거지만 읽은 책에 대해서 뭔가를 써낸다는 사실이다. 그 '뭔가'가 비록 책에서 어떤 부분을 골라 옮겨 적는 것에 불과하다 해도 상관없다. 실제로 책을 읽고 어떤 부분을 옮겨 적는 그 과정에서 이미 나는 읽는 것에 버금가는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옮겨 적는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책을 다 옮겨적는 것은 아니므로, 읽으면서 감동을 느끼거나 새롭게 느낀 부분을 옮겨 적다보면 감동은 배가 되고 새로운 것을 알아는 즐거움은 더욱 확실해진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를 읽으며 작가가 정말 개성이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개성이 강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 개성이 나와 맞지 않을 때라도 어떤 사람이 자신의 개성을 오랫동안 지켜가는 것을 알게되면 기분이 좋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를 읽으며 처음 만난 다치바나 다카시. 알고보니 꽤 유명한 사람이다. 일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다치바나 다카시는 책 좀 본다는 사람들 사이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사람인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다가 반쯤 읽고 바로 인터넷으로 주문을 할 정도로 한 눈에 반하고 말았다. 주문한 책이 내일 도착할 예정이므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이제 그만 덮어두기로 한다. 내일이면 내 책을 받아 마음껏 밑줄 치고 메모해가며 읽을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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