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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여름
- 체사레 파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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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 - 2025-10-17
: 10,270
N25079
"그 시절의 삶은, 마치 끝도 없는 축제 같았다. 집을 나서 길을 건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곧잘 제정신을 잃었다. 모든 것이 경이로웠다. 특히 밤은 더욱 그러했다."
어떤 사랑은 깊어질수록 외로워진다. 내가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기 때문에, 계속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방의 마음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더 좋아할수록 비참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 사랑의 대표적인 예가 첫사랑이다.
지난 주말에 이름도 낯선 이탈리아 작가인 체사레 파베세의 작품인 <아름다운 여름>을 읽었다. 언제나 믿고 구매하는 녹색광선 출판사의 신간은 나올때마다 재빨리 구매해서 읽는데 이번 작품역시 나오자 마자 구매해서 읽었다. 작품도 좋았지만 표지가 너무 아름답고 내가 좋아하는 민트색이어서 그런지 더 좋았다.
아름다운 표지와 아름다운 제목과는 다르게 내용은 엄청 아름답진 않았다. 16세 소녀인 지니아의 성장과 첫사랑은 풋풋하면서도 아련한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의 첫사랑이 그렇듯이. 지나고 나면 그 여름을 아름답게 떠올릴 수 있을까?
[그해 여름은 너무나 뜨거웠기에, 매일 저녁 집을 나서야만 했다. 지니아는 여름이 어떤 것인지 지금껏 전혀 알지 못했던 것 같았다. 밤마다 가로수 아래를 거니는 일이 그저 황홀했다. 때로는 이 여름이 영원할 것만 같다가도, 계절이 바뀌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서둘러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 P.39
옷가게에서 일을 하는 소녀 지니아에게 하루하루는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10대들이 그렇듯 사소한것에도 웃고 별것 아닌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이성에 대해 설렘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지니아 앞에 미술모델을 하고 있는 아멜리아가 나타난다. 지니아는 자신보다 성숙했고 자유로운 영혼인 아멜리아를 동경하게 된다. 그녀처럼 미술모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니아는 귀도의 그림을 다시 보고 싶었다. 낮의 햇빛 아래서만 색이 제대로 드러날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로드리게스가 없다는 확신만 있었다면 용기를 내어 혼자 찾아갔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계단을 올라가 문을 두드리고 군복 바지 를 입은 귀도가 나오는 모습을 상상했다. 어색함을 깨기 위해 그에게 농담을 하고 미소 짓는 장면까지.] P.70
비오던 어느날 지니아는 아멜리아와 함께 화가인 귀도의 집을 가게 되고 그곳에서 귀도와 로드리게스를 알게 된다. 지니아는 군인이자 화가인 귀도에게 반하게 되고 첫사랑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귀도와 아멜리아의 관계를 의심하고, 귀도에 대한 상상을 펼치며, 그의 한마디 한동작에 기뻐하고 슬퍼하며 그리워 한다.
["넌 절대 여름이 아냐, 넌 그림을 그린다는 게 어떤 건지 몰라. 내가 널 사랑하게 되어야 비범한 화가가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시간을 낭비하겠지. 네가 알아야 할 게 있어. 예술가는 자기 작업을 이해해 주는 친구가 있어야 일할 수 있어."] P.120
결국 지니아는 귀도에게 자신을 허락한다. 하지만 귀도는 지니아가 사랑하기에는 적합한 사람이 아니었다. 지니아는 그토록 원했던 귀도의 모델이 되지만 환멸감을 느끼고 그렇게 첫사랑은 끝난다. 하지만 첫사랑이 끝났다고 인생이 끝난건 아니다.
이 작품은 첫사랑에 빠진 10대 소녀인 지니아의 감정기복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해설에 써있는것처럼 남성작가가 이정도까지 그렸다는데 대해 놀라웠다.
불꽃같은 첫사랑과 여름은 어딘가 닮았다. 한참 뜨겁다가도 어느순간 끝나 있으니까. 그리고 첫사랑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이해보다는 동경이라는 감정이 앞서는 시기이니까. 그럼에도 첫사랑의 경험은 성장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순간이다. 그래서 작가는 첫사랑을 아름다운 여름으로 표현했나 보다.
아직도 여름인것 같은 요즘 시기에 읽기 좋은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는데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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