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문학과 미술에서 세계적인 거장들의 조합을 다루는 세계문화전집 시리즈는 카프카와 실레를 다룬
2권 '만나지 않은 쌍둥이'를 흥미롭게 읽어 3권인 이 책도 기대가 되었다. 3권의 주인공은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레프 톨스토이와 인상파를 대표하는 오귀스트 르누아르였다. 최근 도스토옙스키의
세 편의 단편을 수록한 단편선을 읽어서 그와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톨스토이도 공평하게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나마 톨스토이의 작품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은 지 3년만이었다.
르누아르는 작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세잔, 르누아르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현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인상주의 넘어' 등 여러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이 전시의 대표 작품으로 내세울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어 이 책을 통해 좀 더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책 제목이 '거장의 사생아들'이어서 이 두 사람이 사생아라고
착각할 수도 있지만 알고 보니 그들에게 사생아가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먼저 이 책과 함께 들으면 좋을 클래식을 추천하는데 요즘 음악 관련 책에서 유행하는 것처럼 관련
영상 큐알코드를 넣어놨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다음으로 르누아르의 여자 아이들 그림들이 등장
하는데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때 봤던 '분홍과 검은색 모자를 쓴 소녀'를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다음으로 톨스토이의 단편들이 연달아 등장하는데 '주인과 일꾼'은 알고 보니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수록되어 이미 읽은 작품이었다. 그리고 중간에 뜬금없이 '들어가며'가 나오는데 여기서 톨스토이와
르누아르의 비밀이 폭로된다. 톨스토이는 결혼 전 자신의 영지의 농민 여인이었던 아크시냐와 사이에
티모페이 바지킨이란 아들을 두었고 르누아르도 결혼 전 사귀던 리즈 트레오와 사이에 잔 트레오란
딸을 두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두 사람이 자신의 사생아를 대한 태도도 사뭇
달랐다. 톨스토이는 티모페이를 철저히 외면하면서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은 반면 르누아르는
비록 딸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진 않았지만 경제적으로 계속 후원을 하고 딸에게 보낸 편지들도 남아
있었다. 톨스토이의 '악마'란 단편이 그의 자전적 소설이라 할 수 있었는데 결혼 전 만났던 농민
여인에게 갈등하는 남자의 모습이 딱 톨스토이 자신이었던 것이다. 추가로 아내를 살해한 남자의
얘기인 '크로이체르 소나타'의 요약본까지 실려 있다. 엮은 이는 톨스토이를 평생 거울을 들여다본
사람이었고 르누아르는 일생 창문 너머를 본 사람이라고 표현하는데, 톨스토이는 '인생론' 등을
통해 위대한 사상가로도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낳은 사생아는 거들떠보지도 않아 좀 충격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의 잘못을 일기 등을 통해 늘 고백했지만 티모페이에게 제대로 사과를 하거나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 마치 성자처럼 군 그의 모습이 좀 위선적인 느낌도 들었다(어쩌면 그 당신
사생아를 두고 모른 체 하는 게 별일 아닐 수도 있다). 르누아르는 비록 딸을 거두거나 인정하진
않았지만 당시 형편상 이해할 측면이 있는데 평생이 부호로 살았던 톨스토이는 매정하기 짝이 없었다.
엮은 이는 나름 그를 변호해주지만 그가 얘기했던 모든 것들이 사생아의 존재(여기까진 당시로 봐선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와 그를 철저히 외면했던 모습으로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암튼 두 사람의 숨겨진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으로도 의미가 있던 책이었는데 역시 사람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봐서는 제대로 모른다는 걸 잘 알려준 책이었다. 이제 다움 책에선 또 어떤 문학과
미술의 대가가 환상의 조합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