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stella.K님의 서재

1. 올해 다시 안 볼 책을 두어번 추려서 버렸다. 한 번에 몇권씩. 그전 같으면 주민센터 도서관에 기증했을 것이다. 근데 지난 9월인가, 10월에 비교적 깨끗하게 본 책 몇권을 가져갔더니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청년이 안내 데스크에 있는데, 내가 가저간 책뭉치를 보더니 대여해 간 책을 반납하러 온 줄 알았던 모양이다. 나는 책을 기증하려고 한다고 했더니 순간 안면이 바뀌는 게 보였다. 그러더니 뭔가 기분이 안 좋은지 내가 가져 온 책을 꼬나보기만하고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나오면 그만이긴 했지만, 그의 사람 대하는 태도가 하도 불쾌해 속으로 '헛, 이것봐라.'하며 일부러 한동안 지켜보았다. 기증 받은 책 반갑지 않다는 건 알겠는데, 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는 이상(그 안내 데스크의 사람은 수시로 바뀌긴 한다. 그런 걸 보면 자원봉사나 싼 일일 아르바이트로 운영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사람을 맞고 보내는 일에 충실해야 하는 거 아닌가? 순간 오기가나서 나를 언제까지 세워 둘 건가 몇 초를 더 서 있어 보았다. 그러다 결국 내가 안 되겠다싶어 "가면 되나요?" 했더니 그제야 나와는 눈도 잘 마주치지도 않고 겨우, "네."라고 하고는 딴청을 하는 것이다.  

난 그런 예의도 없는 애는 보다가도 처음 봐 수고하란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나왔지만, 나오면서 내 아들 같았으면 벌써 뒤통수를 한 대 갈겨줬을 것이다. 뭐 사람을 그딴 식으로 대하냐며. 기증을 많이 한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하면 받은 측에서 좋건 싫건 예의상 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듣고 나왔다.  

아무튼 난 그 이후로 더 이상 번거롭게 주민센터까지 내 책을 들고 가 기증하는 수고 같은 건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기증한 책이 항상 서가에 꽂혀 있으란 법도 없고 인기가 없으면 그것도 폐기처분하느라 골머리를 썩을 것이다. 게다기 주민센터도 기왕이면 새 책이 꽂히는 게 좋지 남아 가져다주는 헌책 꽂는 게 좋겠는가?

어쨌든 그러다보니 난 훨씬 더럽고 자유롭게 책을 보게 되었다. 대신 책에도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집 밖에 내놓을 땐 마음이 좀 쓰리다. 업동이 보내는 심정 같다고나 할까?


2.

             

어제 알라딘에선 서재의 달인 발표가 있었다. 올해 나는 작년의 반도 활동을하지 않아 당연히 안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이번엔 서재의 달인이 되었다. 작년엔 나름 열심히 서재 활동을 했는데도 안 되서 여기저기서 왜 안 됐는지 모르겠다며 한동안 위로 받기 바빴는데 올핸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알라딘선 자격요건을 완화했나? 아니면 내가 리뷰나 페이퍼 쓰는데 게으른대신 여기 저기 좋아요, 댓글은 열심히 한 편이라 그점이 참작이 될 걸까? 어쨌든 안 되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는 막상 되고보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요즘 며칠째 뒤숭숭한데 위로받는 느낌도 들고.


무엇보다 다른 건 별로 관심이 없는데 서재의 달인이되면 다이어리가 생긴다. 오래 전, 싸구려 스프링 노트가 있어 그냥 버리기도 뭐해 잊을만하면 한 번씩 일기를 쓰곤했다. 근데 역시 그것도 나중엔 갖고 있기도 버리기도 뭐한 애물단지가 될 것 같아 앞으론 쓰지 말자 했다. 그런데 이렇게 쓸 것이 생겨버렸으니 안 쓸 수도 없고, 결국 내년에도 적자생존하게 생겼다.


3. 달력을 사는 사람도 있나? 해마다 이맘 때면 이게 좀 궁금했다. 달력은 어디선가 받거나 얻는 거 아닌가? 그런데 사는 사람이 있다는 걸 나는 머리털나고 처음 본다. 바로 내 동생. 동생도 그렇게 사 보기는 머리털나서 처음 일거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달력은 벽걸이형 달력을 말한다. 나도 나이를 먹는지 탁상달력은 별로다. 숫자도 크지도 않고. 그래도 몇년을 두고 모처에서 보내주는 탁상달력은 그나마 마음에 들어 썼다. 그런데 며칠 전 내가 거래하는 은행에서 달력을 얻어 왔는데 내 동생이 그렇게 머리털나고 하지 않아도 될 짓을 한 덕분에 하나만 더 얻어도 되는 수고는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됐고, 내 동생이 그렇게 한 건 나 좋자고 한 건 아니고 순 우리 노모 때문이다.덕분에 하나가 남아 돌아 몇 년만에 내 방에 벽걸이형 달력을 다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그런데 문득 어렸을 때가 생각이 났다. 그땐 연말이면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알아서 몇 권의 달력을 챙겨 귀가하시곤 했다. 새삼 그 시절이 좋았단 생각이 든다.    

일년이면 그것도 끝내 선택 받지 멋하고 연초에 버려지는 달력이 수억 권일텐데 그것들은 다 어디로 갈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새 달력을 얻어 마음은 든든한데 당장 내년부터 곶감 빼먹듯 하루하루 없어지는 날짜를 생각하면 좋아하는 것도 잠깐이다.       


4. 와, 여기까지 쓰는데 몇 시간이 소요되는지 모르겠다. 근육도 안 쓰면 퇴화된다고, 몇 개월만에 페이퍼를 썼더니 우왕좌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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