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김선우의 수필집이 나왔다. 무척 반갑다.
내가 처음 이 책에 실린 김선우의 글을 만난 건 <생활속의 이야기>라는 Cj사외보를 통해서였다.
재작년이던가, 부채를 시작으로 격월간으로 손톱깎이, 걸레, 생리대 등등을 글을 만나면서 난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얼른 연재가 끝났으면... 하고. 그만큼 좀더 빨리 단행본으로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앞서 못 읽은 글들도 읽고 싶었고, 그리고 잡지가 아닌 한 권의 당당한 단행본으로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책이 이제야 나왔다. 너무 오래 기다려온 책.
그런 오랜 시간을 지나온 글들이라서일까, 이 책에서 저자 자신도 밝히듯이 감히 단언하건대 이 책은 급하게 읽지 말아야 할 책이다. 한 편 한 편 읽고난 다음엔 가슴에 책을 한 번 품어보고 되새김질을 하면 딱 좋은 책.그리고 언제나 내 곁에,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놓여 있었음 좋겠는 책이다.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을 때 그랬는데, 간만에 가져보는 동질의 느낌이다.
너무 칭찬만 하기엔 좀 그렇지만, 그래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김선우, 그이의 글은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동시대를 사는 사람으로 그러한 시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행복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