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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인리 : 대정전 후 두 시간
  • 우석훈
  • 12,420원 (10%690)
  • 2020-04-28
  • : 481

88만원 세대로 유명한 우석훈 선생이 소설을 썼다기에 놀랐다 (첫번째 놀람).

하지만 더 놀란 건 소설이 아주 재미있다는 점 (두번째 놀람)

책이 배달된 건 어제인데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전기’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보니 내게 관련지식이 없는 게 아쉬운 적도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줄거리를 파악하는 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시작은 지진이었다.

한국전력 본사가 위치한 나주에 지진이 나는 바람에 전국이 블랙아웃,

그러니까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전기를 켜기 위해 분투하는데,

저자가 말하고픈 것은 그들의 영웅담이 아닌, 한국 사회의 후진성이었다.

책에 나오는 정치인들, 그리고 공기업 임원들은

다들 정치질에 미친 나머지 국민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출세를 먼저 생각했다.

좀 지나친 감이 있지 않나 싶다가도,

요즘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이게 과장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

어쨌거나 주인공들은, 이런 걸 스포일러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서울을 시작으로 해서 전국에 전기를 다시 공급한다.

소설 속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전기가 들어올 때는 가슴이 뭉클했다.

저자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방대한 자료조사를 했던 모양이다 (세번째로 놀랐다).

그 지식을 바탕으로 저자는 아주 그럴듯한, 실제를 방불케 하는 소설을 썼는데,

책을 읽고 나면 우리나라의 전기공급 현황에 대해 학사급 지식은 갖출 수 있으리라.

 

소설적 재미도 재미지만, 책 곳곳에 배치한 저자의 주장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공기업의 지방 이전에 관해 대체로 찬성했는데, 그건 아닌 듯하다.

“서울에 있던 공기업들을...전국에 보내다 보니까 전력은 나주에 가게 된 거다. 원자력발전..어랍쇼. 이건 또 경주에 가 있다. 에너지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에너지경제연구원과 후방지원을 맡는 한국에너지공단은 울산에 있다....서로 긴밀하게 협력하기에는 좀 너무 멀다.” (68쪽)

-한국의 남자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그걸 들어주는 사람과 친구가 된다. 한국의 여자들은 상대방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꺼내고, 리액션이 마음에 드는 사람과 친구가 된다..남자들은 상대의 말에 대꾸하는 대신, 연거푸 술잔만 비운다. 그들만의 리액션 방식이다. 그러나 정이 통하지는 않는다. (110쪽)

-돈에 대한 걱정 없이 산 그녀는 좀 더 가정적인 남자를 원했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아버지처럼 능력있고 잘생겼고 아주 매력적인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 치명적으로 매력적인 사람이 가정적일 가능성은 그렇게 많지 않다...(127쪽)<---이 대목은 저자 자신에 대한 변명 같다. 우석훈 형님은 능력은 있지만, 아무리 봐도 잘생기진 않았으니까. 나도 형님처럼 가정적이어야 하는데, 반성한다.

 

세 번 놀라고 반성까지 한데다 재미까지 느꼈으니, 이 정도면 투자 대비 훨씬 남는 장사가 아니겠는가. 전기세까지 아낄 수 있다면 일석사조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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