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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서재
  • 내 이름은 빨강 1
  • 오르한 파묵
  • 9,000원 (10%500)
  • 2004-04-23
  • : 6,718

  동양적인 것으로 파고드는 서양적인 것의 침략?

  이슬람적인 것의 정점에서 피는 세밀화, 다초점적이고 리얼리즘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림의 의미에 더 큰 의미를 두는 세밀화에 대한 이야기.

 동양적이라지만 서쪽에 가장 치우친 동양이라는 점에서 유목민적이고 피가 남발하는 세계는 동북아가 가지고 있는 여백과 선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는 면에서

 전적으로 여백을 허락하지 않고 빽빽히 채우는 서양적 사유의 면면을 닮았다.

 술탄에 대한 별다른 자의식이 없다는 데서 가부장적이고 권력 지향적 서술을 별로 버리지 않았다는 것과

 대상화된 여자의 모습에서

 남자보다 하등하게 취급되는 이슬람적 특성을 무기력하게 학습하는 듯해서

 읽는 내내 불편했다.

 여자에 대한 욕정을 누르기 위해 미소년을 사랑하는 성인 남자들의 이야기는

 금기에 대한 성마른 파괴에서 오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서양은 이슬람 세계를 압도해 들어오는 어떤 것으로 작용하지만 사실 서양 세계를 깊이 파괴해 들어간 것은 오스만투르크의 무력적 팽창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피로 이루어진 그들의 세계가 서양의 세계와 달라보이지 않는다

 세밀화에 대한 다각적 서술에 초점이 맞지 않는 데다가

 상상에서 오는 이상적 아름다움 따위와는 처음부터 거리를 두는 까닭에

 파묵이 선취한 이슬람적인 것의 미개성이나

 폭력적 위대성 따위에

 관심을 둘 수 없다

 이슬람 세계가 과연 그런가

 종교가 결합되는 세밀화에 대한 어떤 느낌은 가질 수 있었지만

 그것을 그리는 사람들의 욕망이 앞서고,

 그들의 다른 의견이 가르는 것들은 다분히 이분법적이다

 동양과 서양이라는

 이슬람세계와 기독교라는

 세밀화의 다초점과 서양화의 원근법과 사실적 묘사라는 대립점은

 소설을 다소 촌스럽게 한다.

 거기다가 이 세계가 정말 이슬람의 세계인지는 모르겠다

 오로지 작가의 선굵은 상상의 세계이자

 욕망의 세계라는 섣부른 단정을 내릴 뿐

 

 노벨문학상? 모르겠다

 

 거대한 것과 다양한 것들을 좁은 화폭에 다 담으려는 작가의 욕심에 휘둘려 보는 것은 그리 즐겁지만은 않아서 재빨리 읽어버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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