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병원에서 병과 싸우다 죽어갈 것이고,
어떤 사람은 예고 없이 돌연사로 죽어갈 것이다
최근 돌연사가 늘었다고 한다
주변에서 돌연사는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과 인사도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간 사람들을 보았다
죽음이 갑작스럽게 찾아 온다는 것은
죽음을 준비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 삶이 그만큼
불투명하고
어떤 예의나 범절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사람은 돌연 죽는다
돌연 죽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삶을 사는 것도 결국은 잘 죽기 위한 노력에 불과하다
안 죽기 위해 사는 삶이나
때 되면 죽을 테니
지금을 맘대로 사는 삶이나
과연 차이가 있는 지 의문이다
'소파 위, 등불 아내, 붉고 둔하고도 속된, 병약한 얼굴을 한, 알지 못하는 한 노부인이 기진맥진한 자세로 꿈꾸는 듯, 좀 멍한 눈을 책 위에 굴리고 있음을 언뜻 보았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권180p
내 주변에 낮익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때로 나를 견디고, 때로 나 때문에 행복하고, 나 때문에 불행할 것이다. 그들은 끝없이 변하고, 그 변화는 멈출 수 없다. 달리는 시간 위에 있는 우리가 돌아가는 지구 위의 우리가 평화를 구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다. 통합 진보당 사람들이 당권을 위해 비리를 저리른다 하여 화가 솟았지만, 그들은 달리는 시간 위에 불안한 사람들 아닌가 현재를 무언가를 위해 보험처럼 들고 있는건 아닌가 그러니 그들에게 도덕의식을 요구하는건 부당한 것은 아닌가. 유독 그들에게만 어떤 청빈이나 어떤 대단함의 기준을 들이대는건 우스운 일은 아닌가. 결국 너도 변할 거니까. 결국 너도 늙을 테니까. 결국 너도 어느 순간 이기적으로 돌변할테니까. 이렇게 생각해놓고 나면 세상은 참 한심하고, 별볼일 없는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진하게 자신의 신념을 위해 병적인 도덕성을 위해 소심하게 자신과 또는 타인과 사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이 나라의 현실이 다른 나라보다 어떤 측면에서 불합리하지만, 합리적이라는 그 나라는 그렇게도 좋기만한 건지는 모르겠다. 인간들이 사는 어디라고, 고통이 없을까. 돌아가는 시간이 천천히 돌아주기는 할까. 사람은 매순간 다르게 판단하고 느끼고, 주변을 겪어내기 때문에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다. 그 긴장의 끈을 놓치 않고 꾸준한 사유와 언어로 풀어나가는 이 책은 지리멸렬하고 끔찍하게 적나라하지만 그런 까닭으로 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