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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서재

 왜 저런 거창한 제목을 달았을까.  

 나는 저 소설을 꼼꼼히 읽었다. 

 저 소설은 그가 가지고 있는 사실주의적 서술 방식의 미덕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서 

 빠르고 쉽게 읽을 수 있고, 젊음이 가지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가슴 뛰게 긍정할 수 있게 하면서, 엄혹했던 이승만 독재시절과, 군부독재 시절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후루룩 두리뭉수리하게 잘 서술한 것이 탁월했던 소설이었다. 

그래서 좋았느냐는 평가는 우선 보류하기로 한다. 

 그래서 재밌었으면 다 아니냐는 평가도 일단 보류하기로 한다. 

 나는 저 책을 보는 이들이 함께 보았으면 하는 책으로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떠올렸다. 

재미로만 소설을 보는 사람들이라면 보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비슷한 인물, 성장이라는 비슷한 주제 의식의 저 소설은 [개밥바라기별]과 비교해서, 그 정신적인 배경과, 주변세계의 폭력성을 살피는 일은 단순히 한일간의 문화를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사춘기 남자아이들의 내면풍경에 대해 잘 들여다볼 필요를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두 인물은 똑같이 타인들을 웃김으로 해서 타인들에게 호감을 사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개밥바라기 별- 이하 개밥]의 주인공이 약간은 위악적이며 과시적이인 유머를 구사하는 반면, [인간실격--이하 실격]의 주인공은 자기 혐오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든 남성다움과 강함을 요구하는 바깥세계와 불화하는 자신의 내면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기 위한 위장용으로 유머를 사용한다. [개밥]의 주인공이 주변 세계 속에서 꼿꼿하게 자신의 강함을 잃지 않으면서 세상 속에 제대로 욱여들면서 잡고 휘두르지 못해 안달하는 반면,[실격]의 인물은 끝없이 자신을 은폐 시키면서 폭력적 세계로부터 자신을 차단하는 자폐적인 성향을 드러내 보인다. 언뜻 보기에 [개밥]의 주인공은 외향적인 듯이, [실격]의 인물은 철저하게 내향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춘기 청년이었던 그들의 내면이 그렇게나 달랐을까을 질문해보면 아니라는 답이 떠오른다.  

단지 [개밥]이 황석영 작가의 자전적 성격의 소설이라면, 노작가가 자신의 청년시절을 호기롭게 그려내고 있으며, 자기의 영향력을 충분히 즐기면서 쓰고 있다는 인상과 

[실격]의 인물이 중년에 채 접어들지 않은 나이에 자살에 성공해, 폭력적인 세계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워진 작가의 나중 모습이 아주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 둘은 어떻게 다르며, 지금을 사는 우리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는 것일까?  

  두 소설은 사회의 폭력성에 의해 고뇌하는 인간군상들의 삶의 조건을 보여주고 있다. [실격]에서는 가부장적인 집안분위기와 남성위주의 강함과 사무라이 정신에서 자유롭지 못한 일본 남성들의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하는 섬세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남자에 대해 그리고 있다. 인간의 내면은 누구나 약하리라고 생각한다. 단지 사회의 요구에 의해 길들여질 뿐이다. 그에 순응해서 강한 흉내를 제대로 내고 사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로 나뉘는데, [실격]의 주인공은 순응하지 못해 시대와 불응하고, 스스로 몽환적인 골방 속으로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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