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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재(四宜齋)
  • 모비 딕
  • 허먼 멜빌
  • 25,200원 (10%1,400)
  • 2024-04-09
  • : 8,927

책 좀 읽는다...방귀 꽤나 뀐다하는 독서가들에게는 있기 마련인, 무슨 밀린 숙제같은, 어쩌면 끝내 밀어내지 못한 오래 묵은 숙변 같은...쩝... 그런 책들이 있다. 비유가 책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무례하고 추잡하기는 하나 소생이 워낙에 똥오줌 못가리는 근본없는 축생인지라.... 어쩔 수가 없고. 나름 대하소설을, 토지(16권), 도쿠가와 이에야스(32권, 이건 2회독...대단하다!!), 듄(구판 16권), 태백산맥, 혼불, 변경, 삼국지, 열국지 등등을...꽤나 읽은 소생에게도 당근 그런 책들이 여럿 있는데, 지금 이야기하려는 <모비딕>도 그 중 한 권이 되겠습니다.

 

막힌 숙변이 일시에 터지듯 분기탱천, 무슨 대단한 결심작심을 한 것은 아니고 그냥 문득 한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얼마 전에 시작했다. 이제 겨우 140페이지 정도 읽고 있는데, 제3장에 이르러 떡하니 짠하니 등장하는 것이 바로 ‘물보라 여관’ 되겠다. 소생 왠지 여기에 필이 팍 꽂히고 말았다. 너무나도 멋진 작명이 아닌가!!!! 아름다운 작명이 아닌가!!!! 소생도 언제 저 물보라 여관에 꼭 한번 투숙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다가 원서에는 어떻게 되어 있나 싶어 한번 찾아보게 되었는데, 원서에는,

 

“Spouter-Inn”라고 되어 있었다. 그럼 ‘Spouter’가 무엇인가? 네이버 사전에서는 ①웅변가, ②분출하는 유정, ③물을 내뿜는 고래, ④포경선 이라고 한다. 아마도 고래가 숨을 쉴 때 등에 있는 숨구멍으로 물을 시원하게 뿜어내는 것을 말하는 모양이다. 포경기지 항구에 있는 여관 상호로 이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 할 일 없는 소생이 또 좀 뒤적뒤적해보니 황유원 역 문학동네판, 강수정 역 열린책들판에서는 “물기둥 여인숙” 이라고 번역되어 있고, 이종인 역 현대지성판과 소생이 현재 읽고 있는 김석희 역의 작가정신판에서는 “물보라 여관”이라 되어 있더라.

 

김석희 역의 구판에는 이것이 또 “물보라 여인숙”이라고 되어 있었던 것인데, 다음사전을 보면 여인숙이란 ‘작은 규모의 숙박업소, 여관보다 급이 낮으며 값이 싸다’ 이렇게 나와있으니, 김석희 선생이 뭐 그러지는 않았겠지만 여인숙으로부터 무언가 고래고기라도 몰래 받아드시고 이번 개정판에서 여인숙을 여관으로 한 단계 승급을 해주신 것은 아닐까하는 아주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뭐 먹다남은 고래고기라도 있으면 모를까? 증거가 없으니 어쩔 수 없고,,,,혹시나 다음 개정판에서 “물보라장 여관”으로 승급하게 될 것 같으면...그때는 정말 어데 신고라도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 한번 두고보자하는 마음이다.

 

각설하고, 소생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①물기둥 여관, ②물기둥 여인숙, ③물보라 여관, ④물보라 여인숙 중에서 ④번 물보라 여인숙이 가장 마음에 든다. 고래가 숨쉴 때 분수처럼 내뿜는 것은 처음에는 물기둥의 모양이었다가 나중에는 물보라로 흩어져 포말로 스러지고 마는 것이려니, 물기둥이나 물보라나 모두 가당할 것이다. 한편 당 숙박업소에 식당과 바가 있는 것이나 대충 짐작하기로 그 규모를 생각해보면 이 숙박업소는 여인숙 보다는 여관에 더 적합할 것이나, 여인숙이란 단어에서 풍기는 그 낭만고풍스러움과 삼삼(3+3)하게 맞아떨어지는 글자수의 조합 등을 종합적으로 합종연횡적으로다가 고려한다면 여인숙이 더 어울린다고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최진희라는 가수를 알고 그녀의 “물보라”라는 노래를 좋아한다면 뭐 답은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 물보라를 보면서 길을 떠나요 / 우리 이대로 길을 떠나요 / 마음껏 소리치며 뛰어 들어요 / 저 넓은 세상을 향해~ / 일단 한번 들어보시면 그 부드럽고 애잔한 멜로디에 깊은 감동을 받은 심금이 그야말로 엉엉 울어버리고 말것이다. 이건 뭐 여담이지만 1984년 발표된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였으며, 당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으로도 알려져 있어 북조선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한편, 마침 얼마 전에 다락방님 페이퍼를 보니 다부장님께서도 모비딕 시작하시면서 이 물보라 여관에서 자행된 ‘모르는 사람과 한 이불 덮고 자기’의 기괴함과 황당함에 대해서 언급을 하셨는데.... 역시나 소생도 이 부분을 읽다가......햐......참,,,해괴한 일이로고.......고금에 저런 풍습은 듣도보도 못한 것이관데........하며 혼자 고개를 갸웃거렸던 것입니다. 이슈메일이 폭풍우 몰아치는 몹시 추운 밤에 물보라 여인숙에 도착했는데, 아뿔싸, 빈 방이 없는 것이라. 여기서 여관 주인장이 요상한 제안을 한다. 이게 무슨 복잡한 식당에 혼자 온 손님을 다른 혼자 온 손님 테이블에 합석시킬 때 날리는 멘트 ”저기 빈 자리가 없어서 그러는데, 어떻게 잠시 좀 합석해도 괜찮을까요?” 와 유사한 것이기는 하나 합석이 아니라 합방이라는 것이 함정 게다가 동침 ㅋㅋㅋㅋ

 

여관 주인장이 이슈메일에게 혼자 묵는 손님 방에 합방하고 한 침대에 동침할 것을 권유하는데..... 햐!!!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은데, 추운 밤에 갈 곳 없는 나그네는 주저하기는 하지만 길바닥에서 얼어죽지 않으려면 뭐 방법이 없기도 하려니와 어쨌든 그러마고 하며 그 방 그 침대로 기어들어가서.....결국 나중에 온 그 방 주인인 야만인 작살잡이 퀴퀘그와 한 침대에서 동침을 하게 되고, 더 나중에 둘은 둘도 없는 마음의 벗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 데는 합방동침만한 것이 없음이라. 옛말 하나 틀린 것이 없더라는 생각을 잠깐 해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역시 여관 이름이 심금을 엉엉 울려버려서 그리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살짝 드는 것이었다. 마음의 벗을 원하세요? 그럼 물보라 여관으로!! 가자 물보라 여관으로!!!

 

** 추신 : 검색을 해보니 조선반도에는 ‘물보라’라는 상호의 여인숙, 여관, 모텔, 호텔은 없고 다만 강원도 철원하고도 아름다운 한탄강 유역에 물보라 펜션이라고 있습니다. 모쪼록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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