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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er than day before
  • 카모메 식당
  • 무레 요코
  • 9,000원 (10%500)
  • 2011-02-28
  • : 2,166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 소설도 읽게 됐다. 영화를 만들기 전에 영화 감독이 원작자인 무레 요코 씨에게 원작소설을 써달라고 했던가. 그래서인지 소설은 영화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또 다른 그런 면모들을 보여 준다.

 

영화가 대뜸 독자들을 핀란드 헬싱키 모처에 있는 <카모메 식당>으로 초대했다면 소설은 일본에서 시작한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도 나는 계속해서 주인공 하야시 사치에(38세)가 어떻게 해서 핀란드에 오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영화에서 알려 주지 않은 부분들을 소설에서는 아주 친절하게도 알려 주었다.

 

합기도 도장 사범을 하던 사치에 아버지의 인생 모토는 "인생은 모든 것이 수행"이었다. 사치에의 어머니가 트럭 교통사고로 돌아가셔도 그 말을 되뇌였다고 한다. 슬픔도 그렇게 인생의 모토로 갈음이 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리고 어머니를 대신해서 자신과 아버지의 도시락까지 담당하게 된 사치에는 어려서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고, 대학 졸업 후 식품회사에 취직해서 도시락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그런 일에 싫증을 내고 탈출을 도모한다.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 아니었던가.

 

아버지 합기도 도장에서 인연이 있던 지인을 통해 핀란드행을 결심한다. 결심만으로는 세상 일들이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치에가 선택한 건 바로 복권이었다. 아, 소설적 상상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1억엔, 우리 돈 10억 복권에 당첨된 사치에는 드디어 꿈을 이루게 되었다. 허탈하구만 그래.

 

그런 사치에에 비하면 사에키 미도리나 마사코 씨의 사연들은 덜 극적이다. 촉탁 사원으로 이십 년을 일하다가 직장이 공중분해되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미도리 씨는 지도에서 아무 데나 찍어서 골라 여행길에 나선 곳이 바로 핀란드였다고 한다. 그리고 헬싱키의 <아카데미아> 서점에서 사치에를 만나 동거인이자 카모메 식당의 직원으로 새출발하게 된다.

 

마사코 씨가 숲에 가게 된 건, 영화와 달리(토미의 추천이었다) 사치에와 미도리의 추천으로 숲에 갔다. 그리고 거기서 딴 버섯을 먹었다가 안면마비가 왔다고 하던가. 그 레퍼토리는 영화에서 슬쩍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 버렸지만 말이다. 오히려 소설의 설정이 더 마음에 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이유 없이 등장해서 식당 내부를 째려 보던 리사 아주머니의 삶에 대해서도 소설에서는 아주 디테일하게 잡아내고 있다. 대머리 남편 아저씨의 외도로 가정이 파탄나고, 사랑하던 애견 쿠카까지 죽게 되면서 리사 아주머니는 삶의 의미를 잃어 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항상 별 것도 아닌 일로 시시덕거리고 좋아죽는 카메모 식당 사람들을 보면서 호기심 반 질투심 반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러다 갑자기 쳐들와서는 핀란드 소주라는 코스켄코르바를 냅다 마시고는 쓰러져 버리는 바람에 카모메 식당의 단골식객 노릇을 하던 토미 힐트넨 청년이 리사를 업고 집까지 배달하는데 한몫하지 않았던가.

 

영화만큼이나 소설도 잔잔바리 모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확실히 다른 건 몰라도 카모메 식당 식구들의 과거사에 대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그런 설명들이 마음에 들었다. 영화에서는 절대 알려 주지 않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어쩌면 그게 바로 핀란드식 사고방식의 원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해봤다. 타인에게 절대로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추운날 버스를 기다리는 정거장에서도 멀찌기 떨어져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사진에서 보고 참, 기분이 그랬다. 반면 공동체의 누군가가 그렇게 위기에 처하게 되면 두 손 두 발 다 걷고 나서는 장면은 핀란드 사람들의 마음에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지.

 

문득 영화에 나오는 카모메 식당에서 사치에가 사용하는 일본 전통식 음식 도구들은 어디에서 왔는지가 궁금해졌다. 설마 핀란드에서 잘 만든 오니기리를 담는 대나무 소반을 판다는 말은 하지 말아 주시길. 그렇다면 사치에는 일본에서 핀란드에 일본 가정식 식당을 내겠다는 결심하고서 그런 도구들을 다 준비해서 공수해 왔단 말일까. 나는 그게 좀 궁금해졌다.

 

참 소설/영화에서 사치에는 오니기리는 남이 해주는게 맛있다고 했었지. 그렇다, 라면도 내가 끓이는 것보다 남이 끓여 준 라면에 맛있다. 그게 맞는 것 같다. 오래 전부터 한 번 보려고 했던 영화였는데 참 오래도 걸려서 보게 됐다. 그리고 동네 책방지기가 왜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하려고 했는지 책을 보고 나니 알 수 있었다. 부담 없이 가볍게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서가 아니었나 추정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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