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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er than day before
  • 격정세계
  • 찬쉐
  • 18,000원 (10%1,000)
  • 2024-01-31
  • : 4,004


 

내일이 드디어 3개월 만에 만나는 달궁 독서모임의 날이다. 불과 하루를 앞두고 내일 독서모임 책인 <격정세계>를 마침내 다 읽을 수가 있었다. 우리 두목님도 말했지만, 읽히지 않아도 너무 읽히지 않는 책을 마침내 다 읽었다. 내 자신이 뿌듯할 지경이다. 시간이 되면 찬쉐 작가의 다른 책인 <마지막 연인>도 읽어 보려고 했으나 기진해서 불가능하게 되었다.

 

680쪽의 <격정세계>는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는 그런 느낌이었달까. 가상의 도시 중국 남부의 '멍청'이라는 도시에 둥지를 튼 <비둘기 북클럽> 멤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이별의 격정적 드라마 그리고 그들을 하나로 묶는 문학이라는 힘을 중독성 있는 서사로 풀어내는 찬쉐 작가의 도전에 경의를 표하게 됐다.

 

일단 비둘기 북클럽의 창립멤버는 헤이스, 페이 그리고 리하이다. 이들은 멍청에서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내면에는 문학에 대한 격정으로 가득차 있다. 아니 좀 더 원초적으로 표현을 하자면, 문학에 죽고 사는 이들이다. 어떻게 보면 이상주의자들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가 아무리 오랫동안 독서모임을 유지해 왔지만, 그들처럼 온전하게 자신을 투영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격정세계>는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장마다 격정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커플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우선 일번타자로 대학동창이었다는 샤오쌍과 헤이스가 나온다. 샤오쌍은 이 아저씨라는 그야말로 멍청 문학계의 태두 같은 지긋한 어르신과 교류를 하며 내적 성장과 발전을 이뤄간다. 그리고 우연히 만나게 된 헤이스에 이끌려 비둘기 북클럽에 안착하게 되면서 문학의 넓디넓은 세계에 투신한다. 그들에 북클럽에서 하는 토론을 보면서 이들은 밥은 먹지 않고 살 수 있겠지만, 문학을 빼앗는다면 어떻게 살 수 있을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구체적으로 그들이 토론을 하게 되는 책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는 점을 <격정세계>에 대한 약점으로 꼽고 싶다. 충분히 찬쉐 작가의 의도는 알 수 있지만, 너무 추상적이고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책에 대한 지나친 찬사는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동시에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이렇듯 멍청의 모든 독서인들이 빠지게 되는가 에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맹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비둘기 북클럽은 계속해서 등장하는 인물들을 모두 빨아들이는 흡입력 강력한 블랙홀 같은 그 무엇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거의 모든 이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비둘기 북클럽을 추종한다. 심지어 코어 멤버들에 대한 존경심에, 자신도 속히 도전과 연구를 통해 성장과 발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까지 가지게 된다. 비둘기 북클럽은 절대 손쉽게 모임에 나가 읽을 책들을 논하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거의 신계에 도달한 독서의 달인들과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만약 현실 세계의 북클럽에서 이런 식의 진행을 했다가는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나가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20명에 육박하는 이들이 모여서 의견 개진을 하다가는 독서 모임이 시간이 무한정으로 늘어지지 않을까라는 현실적 궁금증도 생겼다.

 

비둘기 북클럽 회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연애관계는 너무 복잡하게 전개된다. 1부에서 헤이스와 샤오쌍의 밀당이 너무 지루하게,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신중하게 진행되면서 흥미를 감소키신다. 하지만 결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 그들이 격정적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간, 거칠 것 없는 사랑의 단계로 넘어간다.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하는 불륜도 그들은 문학의 힘(?)으로 가볍게 돌파해낸다. 세상의 어떤 기준도 문학 앞에 세운다면, 용서받을 수 있다는 걸까. 독학으로 천재 소설가 반열에 오른 한마와 그의 남편 페이의 케이스가 그렇다. 페이는 결국 웨를 임신시키고, 동반자 한마의 곁을 떠나지 않는가. 홀로 남은 한마는 같은 비둘기 북클럽의 열성 회원 샤오웨와 새로운 사랑을 추구한다. 아무래도 이건 좀 아닌데 싶지만, 문학으로 똘똘 뭉친 그들에게 헤이스가 언급한 "삶의 결계" 앞에 과연 불가능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

 

모름지기 독서인이라면 스스로 부족함을 깨닫고, 부단하게 연구와 도전을 통해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찬쉐 작가의 꾸짖음 같은 서사도 조금 버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즐거움이나 오락을 위해 책을 읽는 행위는 그들에게 용서받을 수 없다는 말일까. 결국 책으로 대변되는 이상세계에서 안주할 것이 아니라, 현실 생활에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이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적용시키야 한다는 주장에 도달하게 되는 건 아닐까. 아니 자각한 지성은 결국 그럴 수밖에 없다는 작가의 선언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는 내내, 버겁다는 생각이 든 건 어쩌면 바로 이런 깨달음의 발로는 아니었는지. 더 놀라운 사실은 모두 12권의 찬쉐 작가 소설 중에서 <격정세계>가 그나마 접근성이 가장 좋다는 점이다. 아니 그렇다면 도대체 작가의 다른 책들은 어떻다는 말이지.

 

찬쉐 작가가 구축한 멍청이라는 이상향에서 펼쳐지는 책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배치된 인물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희로애락의 드라마는 확실히 우리 같은 독서인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무언가 결정적 사건사고가 배제되어 많은 분량을 읽어내는데는 역시나 쉽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 사서 열심히 읽다가 지쳐서 잠시 보류해 두었다가, 결국 시험을 앞두고 초치기를 하는 심정으로 그렇게 읽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나는 완독하는데 성공했고 나머지 부족한 부분들은 내일 달궁 동지들을 만나서 채우는 것으로 갈음하겠다.

 

[뱀다리] 참 소설의 초반에 표범과 검은 고양이 그리고 후반에는 호랑이까지 등장하는데 과연 그 녀석들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우리 고수들에게 의견을 물어봐야겠다. 리뷰마저도 시간에 쫓겨 쓰다 보니 어쩌면 더 추가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모임에 가기 전에 토론할 내용에 대해서도 좀 정리해야 하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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