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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의 서재
  •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프로데 그뤼텐
  • 15,120원 (10%840)
  • 2025-01-15
  • : 4,509

나에게 남아있는 날이 살아온 날 보다 확실히 더 짧아져 그런지 몰라도 요즘 자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예전보다 두려움은 덜하지만 암담함은 여전하다. 존재해봤기에 분명 무의 세계로 가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닐 것이다. 인간이었기에 복잡한 감정이 없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것을 다독여 어떤 죽음을 맞던 그저 담담하기만을 바랄뿐이다.

 

삶의 마지막 날을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행운을 만나기 쉽지 않다. 닐스 비크는 비 내리는 11월, 자신의 생의 마지막 날을 특별하게 만들지 않는다. 15세 때부터 페리를 몰며 피오르를 오가며 사람과 가축을 실어 나르던 그는 마지막 날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새벽 5시 15분에 일어나 똑같은 하루를 시작한다.

 

피오르(fjord)는 빙하의 침식에 의해 만들어진 U자곡에 바닷물이 들어와 형성된 길고 좁은 만을 의미한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피오르가 생성된 곳은 노르웨이 해안으로 피오르란 단어도 노르웨이어에서 유래하였다. 즉 피오르의 생활상은 곧 노르웨이의 생활상이라고 할 수 있다.(나무위키)

 

닐스 비크에게 피오르는 삶의 현장이다. 그는 수많은 세월동안 ‘MB 마르타(아내의 이름)’란 이름의 페리를 운전하며 항해일지를 썼다. 닐스 비크는 삶의 마지막 날에 항해일지를 들여다보며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보기로 한다. 페리를 탔던 과거에 속한 자들을 차례로 만난다. 각 시간마다 만나는 사람(죽은)과 거기에 뒤얽힌 사건과 대화, 긴박함, 안도, 환희, 슬픔, 그리고 침묵은 닐스 비크의 삶이 얼마나 파란만장하고도 흔들림이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과거에 속한 사람들을 다시 만나기에 그때 왜 그랬는지에 대한 이유와 그들의 기분도 알 수 있다.

 

그는 어느 순간에도 침착성을 잃지 않는다. 성실하고 다정하며 굳건하다. 인정이 있으며 불의를 참지 못한다. 그 어떤 유혹과 부정한 것에 넘어가지 않으며 인간미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다. 일상의 무게를 견디며 바보 같지만 우직하게, 가난하지만 풍부한 세상을 살아낸다. 드물지만 세상에 분명 이런 사람도 존재한다. 소설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이지만 지독하게 ‘사적인 영역’이기도 하다. 닐스 비크는 죽음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저 일상의 끝이라고 여긴다. 이 책은 죽음보다 오히려 일상의 숭고함을 얘기하고 있다. 마지막 날까지 함께 같이 온 지루하고 고된 여정의 일상이 있다. 사람이 그 무언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상과 이왕이면 그것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견뎌내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닐스 비크가 만나는 과거의 사람들과의 여러 에피소드는 모두 감동적이었다.

 

[내 안의 날씨도 이렇게 변한다. 그는 일지의 어딘가에 이렇게 쓴 적이 있다. 나는 피오르 같은 사람이다. 피오르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았다가, 다시 부풀어 오르고 가라앉는다. 그렇다. 페리 운전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람이지만 신뢰할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피오르 안팎을 막론하고 항상 그가 있어야 하는 자리에 있다. 마치 물이 부서졌다가 합쳐지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감싸안는 것처럼. 그러나 그는 항상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마치 그의 손목시계 바늘처럼. 그는 이미 앞을 향해 출발했고 곧 엔진을 끌 것이며 배는 완전히 멈출 것이다. -p.119~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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