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르 곤충기 논술대비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명작 54
앙리 파브르 지음, 박종규 옮김, 박연정 그림 / 지경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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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바쁘게 지내는 날들이다. 나도 그래야 하나. 무엇을 두고 바빠야 하는지 사실 그것이 헷갈리던 때, 나는 밤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거의 두 해 동안 이 책 저 책 손에 잡히는 대로 아이들옆에 누워 아이들 책을 읽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파브르 곤충기"였다. 다른 책들은 대부분 한 번 읽히고는 다시 책장의 다른 책들 틈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파브르 곤충기"는 무려 세 번을 반복해서 읽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면 친절한 사람인지 아닌지 (자기들 말로는 "착한 사람인지 아닌지") 잘 살펴본다. 그래서 친철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함께 있으려 하고 그렇지 않으면 되도록 피한다. 아이들도 나름대로 어른들의 얼굴 모양이나 표정, 목소리, 태도를 주의 깊게 살핀다. 나는 같은 책을 세번째 읽어주다가 이렇게 된 이유가 파브르가 착한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앙리 파브르는 1850년대 활동했던 프랑스의 곤충학자였다. 본업은 학교 선생님이었다. 곤충학 분야의 논문도 발표해서 상도 받았고, 10권의 곤충기를 쓰기도 했다. 그리고 가난했다고 한다. 파브르 곤충기 원작의 제목은 "곤충학 회상록 Souveniors of Entomology"이다. 오랜 시간 곤충 연구를 한 나이 든 곤충학자의 회상록인 셈이다. 그렇다면 곤충학자인 자신의 경험을 주로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도 같은데, 이 책의 주인공은 쇠똥구리, 매미, 사마귀, 전갈이다. 순전히 곤충들의 이야기이다. 그것도 재미있게. 과학적인 방법으로 조건들을 통제하고 논리적인 추론을 통해서 알게 된 곤충의 생태를 전하는 이야기에 파브르의 곤충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애정이 잔뜩 담겨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 속 곤충들은 다 의인화되어 표정과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쇠똥구리가 태연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전갈이 허둥거리기도 한다.

 

그럴 듯한 무언가를 이루어 머지 않은 언젠가 보란 듯이 내놓으려면 좀 더 바쁘게 지내야 할 것 같은 데, 나는 요즘 밤 마다 아이들 옆에 드러누워 책을 소리내어 읽고 있다. 아이들이 듣다가 잘 자게 목소리에 신경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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