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지난날이라는 말은 잠깐의 아쉬움과 아련한 그리움을 동반하여 찾아온다.

이책은 "지난날" "우리"를 잠시나마 떠올리게 해주는 책이다. (물론, 20대의 나는 지난날을 떠올리겠지만 10대들 에게는 다가올 내일을 안내해 주겠지) 개밥바라기는 우리들 모두 한번쯤은 거쳐 지나야할 청소년기의 꿈과 갈등,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 가슴속에 꿈을 간직하고 있으면, 길고 긴 인생에 잠시 방황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타락이 아니라 꿈을 향한 밑걸음일 뿐이라고 말이다. 나는 진심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았다. 스스로의 방황에서 꿈이라고 이름 붙인 것들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진 않은가. 하고.. 그러고보니 나는 나의 꿈과 내가 정한 고귀한것. 삶속에서 잃고 싶지 않은 것들을 한때의 객기로만 여기고 버려둔채 혼자서만 무작정 인생이란 길위에 올라 열심히 걷고 있었다. 중요한 것들은 이미 지나온 길위에 버려두고 혼자서만 걷고 있으니 그 길을 제대로 완주할 수 있을리가 없다. 아니 그길을 완주했다손 치더라도 왜 그길을 걸어야만 했는지, 결국엔 그 이유조차 몰랐을 것이다. 그 길이 맞는 길이었는지, 다른 길로 가야했던건 아니였는지. 라는 뒤늦은 후회만 하면서....

 

아. 나는 언젠가 부터 내가 가야하는 도착지를 잊어버리고, 살았구나- 하고 망치로 머리를 탕- 하고 맞은 것마냥 생각했다. 나는 방황이 아니라 타락중이었던 것이었구나... 소중히 바라는 것 하나 가슴에 품어두지 못한채 되는데로만 살고 있었구나, 하는 순간의 후회. 그리고 깨달음.

책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 해져왔던 적은 수도 없이 많지만, 이렇게 가슴이 벅차오르며 한편으로는 막막해지기는 또 처음이었던것 같다. 지금부터 다시, 내가 지난 날 버려두고 온 나의 소중한 것들을 주섬주섬 마음속에 담아두고, 조금은 천천히 걷게 되더라도 함께 가야지. 하고 생각했다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라는 황석영 선생님의 말씀이 귓가에 울린다.

 

 

개밥바라기별

 

나는 말야, 세월이 좀 지체되겠지만 확실하게 내 인생을 살아보고 싶은 거다.

학업을 때려 치우면 나중에 해먹구 살 일이 뭐가 있겠어?

어쨋든 먹구 살 일이 목표겠구나. 헌데 어른이나 애들이나 왜들 그렇게 먹구사는 일을 무서워하는 거야. 나는 궤도에서 이탈한 소행성이야. 흘러가면서 내 길을 만들거야.

 

 

내가 알고 있는 것. 나의 것. 그것은 끝없는 바다. 스물한 살, 나는 거리의 생활에서 도망쳐 나왔지. 선원이 되었고 배위에는 일이 있었다. 나는 놀랐지, 그전에는 생각만 했어. 배 위에서는 바다를 보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바다를 보는 거라고.

배는 닻을 내리고 뱃사람들의 휴가가 왔지. 나는 등을 돌리고 출발했어.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고. 나는 바다를 내 속에 갖고 있었다. 내주위에 영원히 넓혀진 바다를. 어떤 바다냐고? 그것이 그런데 무엇인가가 있는데. 말하려고 해도 도저히 확실하게 말할 수가 없다네.

 

 

작가의 말 中

 

나는 이 소설에서 사춘기 때부터 스물한 살 무렵까지의 길고 긴 방황에 대하여 썼다.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 고 끊임없이 속삭이면서, 다만 자기가 작정해둔 귀한 가치들을 끝까지 놓쳐서는 안된다는 전제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너의 모든 것을 긍정하라고 말해줄 것이다. 물론 삶에는 실망과 환멸이 더 많을 수도 있겠지만,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다. 그들은 네가 다른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아직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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