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오후 - 시인 최영미, 생의 길목에서 만난 마흔네 편의 시
최영미 지음 / 해냄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사회생활을 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데만 급급하고 해야할 일들만 생각하는 시간들이 많아진 시절,성취와 성공이란 단어와 관련된 많은 인생서적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했고 그것이 내가 찾아낸 여유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그게 나만의 생각이란 걸 알게되었다. 사회생활에서 요령이 생겼다는 것과 여유는 다르다고 했고, 그래서 문득 시를 읽으면 마음이 편해졌던 것이 떠올랐다. 작가님이 아껴 읽던 엄선된 작품들이니만큼 아름답고 진지한 무게감이 있을 거 같은 이 시집은 위트와 허무함에서 오는 암울함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서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시를 읽기 시작했는데, 그러다보니 가볍게 달콤한 작품들을 먼저 접하게 되었었고, 그래서 다시 사랑하도록 도와주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시에 대해 정의내리고 있던 소소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리고 이 작품들은 모두 살아라,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느꼈다. 시라는 건 위트가 넘치고 한번 두 번 이중으로 감싼 언어를 해석하면서 담담해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겪은 슬픔을 담담하게 읽다보면, 실제로도 담담하게 적은 부분이라.. 그 무너진 가슴을 이해하게 되면 내가 위로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시만 풀어 놓은 것이 아닌, 작가만의 독백 어조로 시의 연대기와 작가들의 일생을 함께 알려주는 내용들 덕분에 작품의 작가들을 더 이해할 수 있었고 교훈을 얻을 수도 있었다. 모두가 처음 접했던 작가들이었는데 외국 시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재번역도 감행했던 작가의 노력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책구성이 다소 시만 찾아서 읽고 싶을때는 불편함이 있지 않나 싶다.


작가님의 영향인지.. 나도 바이런의 시가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데, 이네즈에게 -p.50 노티나는 시가 사실은 정말 인생의 고뇌를 모두 담고 있어서 큰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의 그대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p.130 은 너무나도 잘 알고 몇 번이고 읽었던 시라 왠지 작가님이 선정한 작품 목록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믿음이 갔다. 그리고 마야 안젤루의 그래도 나는 일어서리라 -p.144 세상에 대해 무너지지 않고 다시 더 도전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녀의 시가 정말 삶의 미학이 있다면 이렇겠구나 싶은 시였고, 무너진 자아를 찾는데 도움이 되었다. 고등학생땐 시의 함축적 의미를 찾아 외우던 시절이었는데 이렇게 다시 접하게 된 시들은 참 많이 위로도 받고 깨달음도 얻고 나답게 살 수 있는 방법도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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