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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가족이야기이다. 그런데 여느 이야기와는 다르게 가족을 사랑을 지키기 위해 너무나 힘들었던 딸이 가족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완벽한 가정처럼 꾸며진 메릴린의 가족들.
어느 가정사든 문제가 있을거란 생각을 해왔지만, 딸로 살아가면서 들었던 중압감을 세심하게 펴낸 이런 이야기는 다시는 없을 거라 생각된다.
제임스, 멜릴린, 네스, 리디아, 한나. 5명의 가족의 이야기는 리디아의 의문의 돌연사로 시작된다.
딸아이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와 그 시기에 모든 것이 망가져버린 가족이란 이름. 그리고 시작된 엇나간 추측과 의심. 리디아의 죽음은 그녀의 가족들을 처음부터 다시보게되는 계기였다.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갔는지, 보여지는 그 행동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담담하게 읽게되는 이야기는 상당히 충격을 줬다. 다른 성격의 다른 사람으로 느껴지는 가족들이 진실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해준다. 리디아의 행방을 쫓아나가면서 그녀의 가족들을 다시 한 번 보게된다.
메릴린이 다시 공부를 해서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난 적이 있었다. 한창 엄마를 찾던 시기에 사라진 엄마를 네스와 리디아는 정말 너무나도 그리워했다. "엄마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할거야." -p.187 엄마를 원했던 딸은 작은 소망과 함께 약속했다. 그리고 돌아온 엄마를 위해 정말 불평이란 없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딸이 되었다. 그렇게 알지도 못하게 불행이 시작되었다.
리디아의 희생으로 가정은 평온하게 돌아갔다. 부모님의 모든 관심은 리디아에게 돌아갔고, 외국에서 동양인으로 살았던 제임스의 남모를 아픈 시간들은 보상받기라도 하듯이 자식 3명중 가장 미국인처럼 생겼던 리디아에게 더할 수 없이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모두들 아픔이 있었기에 그것을 숨기고 살아가려고 발버둥을 쳤었던 시간이었고, 그렇게 억지로 맞춰진 시간들이 딸과 아들의 유대감을 형성했고, 그 유대감을 깨고 도망가길 원했던 네스에게 실망한 리디아와 그 모든 상황들이 그 선택으로 몰아갔던 것이 아니었을까.
담담하게 펴낸 리디아의 이야기는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정말로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고 생각된다.
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던 제임스와 그의 수업을 들어와 우연히도 한눈에 반한 메릴린과의 만남.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결혼을 하게 된 그녀가 인생에 의미를 두지 못한 것도 아마 너무나 빨리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녀의 엄마에게 들었던 오로지 남자를 잘 만나라는 말이 그녀에겐 독이었을텐데.
그녀 또한 딸아이에게 독립적인 여성이 되라고 강요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치 그녀대신 그녀의 인생을 살아달라고 말하듯이, 모든 엄마들은 자녀들이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기를 원하면서 꿈을 투영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이기심을 너무 숨막히게 했었기에 리디아의 선택을 나무랄 수도 없었다. 조그만 더 마음을 열고, 다르게 살았더라면 정말로 행복할 수 있었을까.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게 진행되었지만, 아마 내 생각엔 이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난 당신은 다르다고 생각했어” -p.334 그녀 스스로 포기해야만 했던것과 맞바꾼 것에 대한 보상을 딸에게 원하고 있었던 것이었고, 남편에게 원했던 건 아니었을까. 리디아가 겪었던 이야기들은 어쩌면 부모들이 모두 겪었던 고통이었던 것이다. 그 고통을 애써 무시하고 지냈기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이었다. 그래서 훗날 그들의 미래는 다시 한 번 한나에게로 전해지게 되었고, 그들은 다시 한 번 다르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의 엔딩은 너무나 애절하게 슬펐지만, 그들을 바꿀려면 리디아를 알아야했다. 그래서 이 책은 너무나 감동을 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