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사랑을 그리다
유광수 지음 / 한언출판사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고전 이야기 속에는 한계를 극복하고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라고 끝나는 이야기가 많다. 너무나도 잘 알려진 선녀와 나무꾼, 미녀와 야수 등 고전문학이 아니더라도 알고 있는 이런 이야기에 슬픈 이야기는 없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쉽게 사랑하면 항상 행복할 거라는 인생을 만들어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모르고 있던 고전 사랑 이야기를 더 많이 알게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냉정한 판단과 추리력에 신선한 충격을 받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차분히 누군가가 어디서 살았고 어떻게 살았다라고 구전되거나 집필된 이야기들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뒤따르는 저자의 당당하리만큼 독설적인 문체와 냉정한 판단에 거북해졌다. 내가 알고 있던 애틋하고 순수한 이야기를 아름답게 표현해도 부족한데 사사건건 현실적인 판단을 앞세우고 그건 순수한 게 아니야 미련한 거야 라는 대답하다니 서늘해진다.

 

이야기 하나를 읽고, 이렇게 강한 충격을 받고 나면 점점 문체에 익숙해져 가고, 여럿 단편들이 모두 사랑이야기지만 더 이상 순진한 잣대로는 볼 수 없게 된다. 이젠 웬만한 선정적인 단어에 놀라지도 않게 되는 건 옵션이다. 단편 속 이생과 초옥의 사랑을 끄집어내면 포의지교는 순순한 만남인데 그들 사이에는 이미 다른 것이 끼어 있었다. 이생은 초옥의 몸을 탐했고 초옥은 이생의 선비다움을 선망했다. 서로 바라는 것이 있는데 순수할 수 없고, 서로 바라는 것이 다르니 합해질 수 없다.[p.185] 그들에게는 사랑이 이미 뒤틀어진 사랑이기에 영원하기가 어려웠었다. 한 번 읽으면 진정한 사랑 같고, 두 번 읽으면 가짜 사랑이었다. 쉽게 만나고 헤어짐은 사랑이 아니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찬찬히 따라가면, 그 중에 바른 사람이 어떤 부류인지 알 수 있다. 부귀공명을 버리고 영영을 택한 김생은 멋지기만 한 남자가 아니라 착하고 바른 남자이다.[p.272] 어느 시대에서 봐도 매력은 변치 않았다. 누군가는 선택에 미련스럽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자신이 택한 선택의 결과가 꼭 아름다워야 떳떳하고 당당한 것은 아니다. 등장인물처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책임감 있는 선택이 필요해진다. 그리고 그걸로 반쪽 짜리 사랑을 구별한다.

 

저자가 했던 말 중 사랑해서 찾아 오는 게 아니고, 사랑하려고 찾아가는 진정한 사랑이란 말이 있다. 어느새 다가온 결혼적령기에  결혼하려고 사랑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미리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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