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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도
소날리 데라냐갈라 지음, 김소연 옮김 / 나무의철학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지금의 소소한 일상 속에 대화들이 너무나 소중한 한편의 기억이 될 수 있다고 말해준다. 책의 저자 소날리 데라냐갈라, 그녀가 지진해일로 인해 겪게 된 슬픔을 그녀 스스로가 이겨낼 수 있었던 건, 그녀 자신이 그들이 잃었다는 슬픔에 잠식되어 살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당신없이는 살아갈 자신이 없어, 라고 자기 자신도 믿고 싶지 않았던 시간들을 견뎌내면서 그녀는 그들의 추억 속에 살았다. 집안의 모든 것들을 보면서 유쾌하고 화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던 그 기억들이 떠올라 그녀는 정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보였다. 저자의 경험과 동시에 감정적인 그 진정성이 더욱 마음을 끌었다.
그녀의 인생은 해마다 용기를 내야하는 연속이었다.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그 자리에 그녀는 혼자였다. 그녀가 사랑한 가족들을 잃은 슬픔을 그녀는 혼자서 감당해야했다.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나았을까, 그녀의 발목을 잡는 그 기억들 때문에 사는 것이 버거웠다.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급급한 일상에서 그녀에게 중요한건 그러한 일상적인 문제들이 아니었다. 책장을 넘기면서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그 자연스럽고 익숙함에 그 이상의 것을 바라게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현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고통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도 힘들어, 라고 누군가의 위로를 바라는 일들도 어떻게 보면 그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투정을 부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투정을 받아줄 수 있는 이들을 잃었다는 슬픔은 정말 견디기 힘든 고통이라는 것을 그녀의 기억들을 따라 가다보면 알게 된다. 그래서 더 슬퍼질 수밖에 없었다.
아들들을 투정과 어리광을 받아주면서 항상 중심을 잡고 바르게 고쳐주던 엄마로써 해왔던 일들이 그녀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게 되었고, 그녀를 더 괴롭게 했다. 내가 엄마였던 기억도 점점 잊혀간다는 그 말이 그녀의 허무함에 묻혀 가슴이 아팠다. 이 세상에 엄마들이 엄마가 되고나서부터 인생의 굴레가 한번 바뀌게 되는데 그 인생을 처음 그 마음그대로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기란 너무 어렵기만하다. 소중한 아이들을 더욱 사랑할 수 있게 되길 이 책은 모든 엄마들에게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