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수사 드라마에서 절대 알려주지 않는 과학 이야기라는 흥미로운 주제가 눈길을 끌었던 것이 생각난다. 나도 이 책에 써있는 드라마를 다 본 것은 아니었지만, 마치 내가 봤을 것이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재밌는 풀이에 감탄했다. CSI과학수사대, 본즈, 프리즌 브레이크, 하우스, 덱스터, 닙턱, 고스트 위스피러, 나는 여검사다, 크리미널 마인드 등 한번쯤 접해봤을 미국 드라마들의 에피소드들의 간략한 스토리도 한 몫했다. 드라마에 빠지다보면, 말이 안되더라도 '뭐, 어때? 어차피 드라마인데..'라고 쉽게 지나쳤던 거 같다.
궁금증이란, 스토리 전개상 주인공이 범인을 잡고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궁금증을 자세히 파헤쳤다. 나는 재밌는 과학선생님에게서 수업을 듣는 것처럼 어느샌가 책에 빠져들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저자는 과학의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게끔 유도하면서도 고등학교 때 기본 수업으로 들었던 생물, 물리, 화학의 세계로 친근하게 안내했다. 신경에서부터 뇌까지. 방사성 탄소를 이용한 연대 측정법을 살피다 보니<본즈>의 이번 에피소드에 오류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p.170] 보톡스를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들어볼까요?[p.174] 처럼 질문을 먼저 던지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방법이 더욱 궁금증을 가중시켰다. 듣다보니 생각이 기우는 것처럼, 읽다보니 더 궁금해졌다. 그리고 드라마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 진 경우라면, 그 실화 속 주인공들의 사진을 실어 더욱 명백해졌다. 신종플루같은 독감 바이러스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기에 사망에까지 이르렀던 것이었는지, 성 정체성이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대충은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솔직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이 책은 뿌리깊게 박힌 잘못된 상식을 학설적인 관점에서 바로 잡아주었다.
한 챕터에서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읽고 나면, 다음은 어떤 드라마의 에피소드가 있을지 기대하게 되었다. 내가 아는 내용이면, 100% 공감하면서 읽었고 내가 모르는 에피소드는 새로운 내용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솔직히, 모르는 내용이 더 많았던 것같다. 아마, 이 책에서 등장한 드라마 중 내가 보지 못한 드라마를 찾아서 보고 있지 않을까? 배운 것을 적용시키면 추리력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