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정천 가족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4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얼마나 될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나빠지는 이유는 아주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이 책은 둔갑술로 유명한 너구리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한편의 드라마를 보고 온 것처럼, 머릿속에 아직도 장면,장면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책이었다. 사실 박장대소한 웃음을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음모와 배신 그리고 베일과 반전,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항상 쓸모없다고 생각하던 형제들이 아버지의 죽음의 비밀을 알게되면서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위기를 극복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가장 위대한 너구리였던 그들의 아버지, 소이치로. 그가 남긴 메시지, 재미있는 건 좋은거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면 그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너구리 가족이 자신들의 특성에 맞게 인간의 모습으로 둔갑한다는 장면 말고는 가벼운 스토리란 생각은 전혀 안 들기 때문이다. 인간과 같이 생활하고 인간과 같은 생각을 하지만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는 없는 너구리. 금요구락부의 송별회는 그들이 잡혀 너구리냄비요리가 되지 않도록 피해다녀야 하는 날이다.그리고 그 날, 유정천 가족의 아버지, 소이치로의 죽음이 있었다. 그리고 시작되는 비하인드 스토리. "이해해요, 어머니 그 녀석은 제 동생인걸요. 저도 알아요. 알기 때문에, 그래서 괴로운 거예요."[p.251]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야기의 포인트이다. 형제들의 행동들 하나하나가 작은 긴장감을 불렀다. 아버지의 죽음의 베일이 밝혀지면서 야이치로, 야지로, 야사부로, 야시로, 4형제에게 다가오는 시련들. 인간의 세상에서 서로가 공존하면서 살아가지만 결코 인간과 같아질 수 없는 너구리들로 작가, 모리미 토미히코씨는 인간에게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너구리의 시각에서 세심하게 표현한다. 인간이지만 텐구가 된 여자, 벤텐이 자주 하는 말. "너구리 주제에. 그야 난 인간인걸." 너구리냄비요리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잔인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지만 언제나 야사부로를 도와주는 그녀는 인간이기에 가지는 이중적인 모습을 잘 나타낸다. 그녀의 외로움의 부각으로 유정천 가족애가 더 가깝게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유정천이라는 의미가 그들에게 바라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한 삶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가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좋다는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