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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우리가 하는 말
한유석 지음 / 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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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에 관해 쓰려다 말고, 결국 또 맥주를 손에 들었다.


 

2.

끝없는 진심보단 시시껄렁한 농담이 듣기 편했고,

다큐멘터리보단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이 훨씬 마음 편했다.

시간이 갈수록 현실이 가지는 진중함보단 허구가 가지는 가벼움이 편했다.



 

3.

그렇게 나는, 에세이가 불편했다.

흩어진 시간/ 토막난 이야기/ 그 안의 감정/ 마음 ...

그런 것들이 주는 묵직함이 책을 더욱 무겁게 했다.

불편하다기보단 그래, 버겁다는 표현이 더 맞겠지.

글쓴이가 담은 시간과 이야기와 감정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어

이 제목 저 제목을 기웃거렸다.


 

4.

그런데 이 책은 참 신기하게도 감정의 무게에 굴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물 흐르듯 술 넘기듯

물물

술술

..

 


5.

우리의 이야기를 '술'로 진득하게 엮어 그랬나.


6.

정말 술이 맛있어서 좋아한다기보다,

술자리 분위기가 좋아서, 취기가 좋아서,

그렇게 건네는 위로가 좋아서.


 


7.

기대어 하고 싶었던 말들이

숙취처럼 따라온다.



 

8.

따뜻하고, 뜨겁게.

 

 

 

 

***

사실, 이 책을 읽는데 꽤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하나는 감정의 요동(봄이라 더욱 심했다 믿는다)이고, 또 하나는 맥주를 마시고 싶은 욕구였다.


책을 읽을 때 전자와 같은 어려움은 종종 생겼으므로 그러려니 했지만,

후자와 같은 경우는 처음이었다.

책을 읽는 도중에 맥주가 생각나다니.


맥주와 책. 그러니까 '취중독서'.

막상 해보니 정말 좋았던 두 조합.

종종 독서를 핑계로 맥주를 들 것 같은 이 상쾌한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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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사는 건 가능합니까
임재훈.전진우 지음 / 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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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답다, -같다, -스럽다와 같은 접미사

 

 

2.

나답다, 너같다, 우리스럽다와 같은 말들

 

 

3.

특성. 성질본바탕.

 

 

     

4.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나답게 사는 것이 가능하냐고 물으면

무어라 대답해야 할까.

 

 

5.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떠밀려나오면서

나는 지난 시간동안 내가 흩뿌린 흔적들을 되돌아보았다.

생각없이 널어놓은 일들, 엉성하게 매듭지은 관계,

여전히 입 벌리며 나를 애타게 기다리는 그런 것들

.

.

.

 

5-1.

그땐 이 무슨 밑빠진 독에 물붓기인가, 했지만

지나고보니 모든 일들이 의미로 얼룩져있었다.

나도 그런 것 아닌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지나쳤는데 지나고보니 문득 나인 것.

그런 것.

 

 

 

6.

세상 안을 걷고 있는 우리가 세상의 담론 밖으로 생각을 뻗치는 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만의 철학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그 필요성을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이렇게 보고 배우며 자랐는데 그 틀을 어떻게 쉬이 무시할 수 있을까. 나 또한 그랬고 사무실 옆자리 동료도 그래왔(을 것이).

 

 

 

 

7.

나답게 사는 것은 어렵지 않다, 고 책은 웃으며 말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나다운 것을 꽤나 어렵게 생각하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두려워한다고 뒤돌아 보여준다.

그러니까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행하기 때문에

정작 스스로의 내면을 바라볼 시간은 적은 것이다. 

 

 

 

8.

바라보지 않고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내가 나를.

  

 

 

9. 

당연한 것들에 질문을 던지면, 당연한 답들이 툭하고 떨어진다.

그러나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순간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10.

청춘, 이 흔해빠진 멋진 것을 들어

좀 다르게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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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만드는 남자 - 이천희의 핸드메이드 라이프
이천희 지음 / 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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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등학교 6학년 수업시간에 책꽂이를 만든 적이 있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합판을 자르고 작은 망치로 뚝딱뚝딱 못질도 해보고.

그렇게 정성스레 만든 책꽂이를 품에 안고 집으로 가는데

봄이었나,

바람이 살랑였다.



 

2.

책을 처음 받아들었는데 불쑥 그때의 시원함이 떠올랐다.

도톰한 종이들이 한가득 들어있어 그랬나,

아니면 표지가 그 합판을 연상케해서 그랬나.

그때 옆분단에서 키 작은 남자 아이가 책꽂이를 뚝딱뚝딱 만들어냈는데,

그 아이도 가구를 만들고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읽은 책.



 

3.

제목부터 표지까지 이 책은 겉모습부터 섹시하다.

이성이 무엇을 만드는 일에 열중하는 것만큼 섹시한 모습이 없다고 생각하는 나인데,

이 남자는 담백한 어투로 글까지 섹시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만듦'과 '취미'에 대한 생각이 나와 너무도 비슷해

그렇게 느끼고부터는 배우 이천희를 잊고 내 이야기 마냥 글을 읽어나갔다.


 

 

4.

가구를 만드는 남자라고 했지만,

그보단 자신을 가다듬고 그렇게 스스로의 삶을 만들고 있었던 사람.


 


5.

누구나 자신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모습을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배우도 마찬가지일 텐데, 이천희는 이번 책을 통해 자신을 담백하고도 섹시하게 잘 보여준 것 같다.

정말 더 알고 싶어졌고, 응원하고 싶어졌으니까.

 


6.

10년 후쯤 다시 한번 글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그러지 않는다면 지금의 삶을 이야기하는 인터뷰라도 어딘가에 실렸으면 좋겠다.

자신을 어떻게 만들어나갔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이야기가 앞으로도 궁금할테니.





***

책을 처음 펼쳐들었을 때부터 했던 생각.

이 책

목수들의 작고 두꺼운 '잡지' 같은 느낌이다.

그만큼 읽을거리도 볼거리도 풍부한데,

마음에 드는 한 곳은 찢어서 벽에 붙여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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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할머니 레시피
이선영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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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3 때,  긴 등교시간에 지쳐 학교와 가까운 외할머니댁으로 짐을 싸들고 간 적이 있다.

그리곤 두 달 동안 그곳에서 학교를 다녔다.

나는 그 두 달의 시간보다 활기찬 아침을 보낸 적이 없다.

일찍 일어난 할머니와 가까운 학교 덕분에 아침엔 늘 여유가 넘쳤고, 평소에 챙겨먹지 않던 아침밥도 곧잘 먹었다.

매번 고봉밥이었던 것이 부담이었지만 이 맛있는 음식들을 어떻게 남기나 아까워하며 1시간에 걸쳐 밥을 먹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높이 쌓인 밥과 푸릇푸릇한 반찬들을 먹으며 할머니와 아침부터 웃고 떠들었다.

그리고 기억해보면, 상위에선 친구와 나눌 수 없던 이야기도 할머니에게 곧잘 했으며,

할머니도 딸에게 할 수 없던(어쩌면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내게 (대신)해주시곤 했다.  





2.

왜 하필 이탈리아 '할머니'일까,

궁금해하며 펼친 책.

작가는 진짜 이탈리아인들의 식탁이 그리웠고, 그것을 느끼고 싶었다 했다.

돌이켜보니 나도 '고향'이 그리울 때 늘 할머니와 함께 했던 그 '상'이 생각났다.

허름하지만 늘 가득 차있던 곳.

할머니가 음식을 만드는 것을 더듬어보면 외가의 식탁이 보이고 우리집의 식탁이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그 위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들려오는 듯도 하다.

그러니까, 작가는 이탈리아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3.

이탈리아 할머니의 레시피를 그렇게 식탁을 들여다보면서

이탈리아를 수십 년간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듣자니 그곳의 삶이 참 풍요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내용 중

우리가 필요로 하는 '먹는' 시간은 고픈 배만 채우는 시간이 아닌 영혼도 함께 살찌우는 시간이 돼야 한다.

는 구절이 있는데 그들은 먹는 것을 즐기기도 하지만 만드는 시간 또한 즐기면서 보낸다.

부유해서 풍요로운 것이 아니라, 마음이 풍요로운 이탈리아 할머니들이었다.





4.

 문화차이겠지만, 우리나라 할머니들도 할머니가 될 지금의 우리도

마음이 풍요로웠으면 한다. 그렇게 하루 세 번 즐거웠으면 한다.





5.

음식 이야기가 기본이 되는 책이다보니 도전해볼 만한 음식들은 눈여겨보고 레시피도 따로 표시해두었다.

곧 부엌에서 책을 다시 한번 펼쳐보아야겠다.




6.

우리 할머니도 자주 사용하시는 말이지만 이 책에 나오는 할머니들께서도 손맛의 중요성을 아시는 건지 무엇이든 '적당히' 넣으면 된다고 하시는데,

'적당히'라는 말이 요리에서도, 삶에서도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말이지만 우선 부딪히고 봐야지.

그래야 나만의 적당함이 생길테니.





***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결심한 건데,

올해는 꼭 김장철에 할머니댁에 가야겠다.

도란도란, 할머니와 이야기도 나눌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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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의 발견
곽정은 지음 / 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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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한다. –파스칼

1.

상대방의 표정 하나하나를 신경 쓰며 전전긍긍하던 그때, 혼잣말처럼 되뇌던 질문.

언제쯤 온전한 나로 서있을 수 있을까.

2.

사람이 좋았고, 그럼에 늘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사람을 절절히 원하는 그때 사람과 함께해도 마른 목을 축일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 시절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문장은 내 가슴을 후벼 팠다.

3.

사람이 좋다.’는 말은 무모했던 것일까. 사람이 좋아 사람 주변을 맴돌았는데 결국 내게 남은 것은 뜨거운 생채기였다. 그 직선 같고 곡선 같은 상처를 끌어안으며 나는 얼마나 울었나.

4.

시간이 지나고 상처가 아물 때쯤 혼자 지내는 법을 배웠다. 아니, 터득했다.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기 위해 혼자 지내는 법을 터득해야만 했다.

5.

그런데 참 이상한 것(2)은 전보다 훨씬 마음이 편했던 것이다. 사람이 주는 온기 이외의 다른 것이 나를 따스하게 맞아주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위로는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때때로 나는 혼자일 때 드러누운 침대에서, 무심코 펼친 책장에서, 드리운 햇살에서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때때로 스스로에게서 위로를 받기도 했다.

5.

그런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이따금 혼자가 아닌 둘의 이야기도 하지만, 기본은 혼자에 대한 것이다.

6.

추운 겨울 이불 속에서 혼자읽어보면 좋을 책.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과 얽힌 관계들을 생각해보면 더욱 좋을 책.

7.

그리고 다음 날 누군가의 손을 잡고 한 장 펼쳐 보여도 좋을 책.

***

내가 읽은 책의 저자를 만난 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곽작가님은 학교 강연 때 한 번 본 적이 있다. 기다랗게 늘어선 줄 틈에 나도 들어가 그녀를 기다렸었지. 그때 마주한 그녀는 자신감 넘치며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이 주는 매력이 얼마나 큰지를 직접 느끼게 되었다. <혼자의 발견>을 읽으면서 문장과 문장 사이로 곽작가님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도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생각하니 왠지 씁쓸한 건 나뿐인지 모르겠다. ‘혼자 있을 때 행복한 사람이 함께 있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은 혼자 있어도 하물며 함께 있어도 외로웠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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