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천양희 지음 / 문예중앙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二讀

 

'바람이 분다......살아야 겠다'

폴 발레리의 시를 온 몸으로 체득한 천양희 시인의 산문집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는

제목부터 눈길을 잡는다.

'아무리 아픈 눈물이라도 끝은 있다

눈물의 끝에는 늘 웃는 울음이 생겨난다'

몇 편의 짧은 산문을 읽고 나면 그와 관련된 작가의 시나 다른 시인의 시가 실려있다.

 

이 책은 조금은 천천히, 때로는 아주 천천히 읽는 것이 좋다. 

문장을 읽을 때마다 낙타가 새끼를 낳은 후 젖을 먹이지 않을때 들려주면 눈물을 흘리며

다시 젖을 먹인다는 마두금 소리가 나는 듯 하다.

어느 수수밭에서, 바람 아래 해변 몽산포에서 울던 한 여인의 처절한 통곡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듯도 하다.

직소포의 명창같은 소리가 마음을 울리며 잃어버린 것들에 기대며 오늘을 산 작가의 삶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어떤 것을 쓴다는 것은 그것을 사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시인의 기진맥진한 삶에서

구급차가 된 시(詩)는 읽으면 읽을수록 감춰진 것들이 조금씩 드러난다.

 

친절하게도 시인은 자기 시의 비밀을 산문에 풀어놨다.

내 안에 말하지 않는 말의 침묵과 고통과 독대하는 시인의 고독, 시절을 견디게 한 시달림

등에 관한 비밀들이다.

 

'혼자 사는 일이란 가장 추운 동지와 가장 더운 하지를 공유하는 일'이라는 작가의 얼굴은

이제 어느 수도자의 모습처럼 편안하다.

울지 않는 바람의 얼굴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작가의 지금 모습이 아닐까?

 

천양희 시인에게, 죽을 만큼 살아봤느냐고 호통치며 굽은 마음을 곧게 일으켜 준 직소폭포, 

'인생이란 가장 슬픈 날 웃을 수 있는 용기를 배우는 것'이라는 시인의 말이 단순한

위로가 아닌,울지 않는 바람이 건네는 토닥거림으로 들리때 다시 살아갈 용기가 생긴다.

마음 속 통곡을 다 비워낸, 웃는 울음을 소유한 시인이 독자에게 슬픔이 힘이 되는 시간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때론 강렬하게 메아리처럼 들려주는 책이다.

눈물은 나에게 세상의 온갖 것들에 슬퍼할 줄 아는 영혼을 지니게 해주었고, 인간은 역경을 거치면서 현명해진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그나마 눈물이 없었다면 나는 세상의 탁류 속에 떠밀려 갔을 것이다.
-‘웃는 울음‘ 中-

문학이란 실재에대한 배고픔이며, 갈등과 결핍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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