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자 - '남성 마이너리티' 자의식의 탄생 20대 시리즈
천관율.정한울 지음 / 시사IN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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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은 여러 논란이 있어온 매체이지만, 논란이 없는 언론매체를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비근한 논란을 고려하면 시사인에서 나온 이 책에 색안경을 끼고 보기 쉽지만, 다소 놀랍게도 상당히 중립적인 관점에서 쓰였으며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흥미롭기도 하다.


책이 담은 내용의 퀄리티와 분량을 고려하면 꼭 이런 가격을 매겼어야 하나 싶지만, 그래도 설문조사 결과 데이터를 풍부하게 담고 있어서 용서가 된다.


저자들은 설문조사 결과에서 20대 남자를 타겟으로 잡았으나, 본문에서도 서술하고 있는 대로 보다 광범위한 조사가 절실해 보인다. 저자들도 언급하듯 같은 세대에서 성별간 여론이 이렇게 갈리는 것은 드문 일일 뿐더러 그 원인을 다들 지레짐작만 할 뿐 탄탄한 근거를 가지는 설명이 없다.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젠더를 둘러싼 크고 작은 사회적 갈등 현상들은 그 자체로 또다른 갈등의 원인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증상이라 볼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표출되는 수많은 젠더 갈등 가운데 많은 부분이 남성의 병역 의무에서 기인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끝나면 참 편리한 설명이겠지만 본 서적에서 다루는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런 주장은 근거가 부실하다. (원인에 대해서는 저자들도 "모르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거대한 소모적 젠더 논쟁의 진영 어딘가에 소속감을 가진 이들이라도, 이 설문조사 결과를 읽어본 뒤 스스로를 객관화해본다면 새로운 문제의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조명하고 있는 20대 및 30대 남성이 성장하면서 사회의 보다 큰 축을 이루기 시작하면 정치적 지형에도 큰 변화가 예고되며, 정치적 변화는 곧 사회적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그간 몇 번인가 명멸했던 "안티 페미" 진영의 대표자 자리가 언젠가는 분명하고 지속 가능한 정치적 중심으로 나타날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이 책은 그동안 개인적인 경험만을 바탕으로 지레짐작해왔던 젠더 여론의 지형을 거칠게나마 구체적으로 밝혀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끝없이 불타기만 하는 사회적 갈등에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추가적인 조사와 연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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