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의 마음
러셀 무어 지음, 윤종석 옮김 / 복있는사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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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입양에 관심이 많았다. 남편을 설득하지 못해서 그렇지, 설득만 되었다면 입양을 하였을 것이다. 입양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세 가지 정도다. 한 가지는 아기의 영혼이 하나님께서 오는 것이기에 혈육이든 아니든 내 소유가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다. 아기를 직접 낳아보니 이 사실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낳기만 했을 뿐인 나에게 아기는 너무나 신비한 존재이고 과분한 선물이다. (어째 이 영혼이 먹고 자고 싸는 것밖에 관심이 없긴 하지만 말이다.)
  다른 한 가지는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중학생 시절, 늦게 들어오는 엄마를 대신해 배다른 막내 동생을 돌봤었다. 그 경험을 통해 자기 아기가 아니라도 자기 아기처럼 사랑하고 안타깝게 여기는 게 가능함을 알았다. 아기를 잘 돌봤다는 의미가 아니다. 나는 육아에 서툴렀고 그 일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입양을 통해서도 모성애가 발현될지 두려워하는 어떤 이들에게 해줄 말은 있을 듯 했다.
  마지막 한 가지는 내 유년시절과 관련 있다. 그 시절 내가 가장 좋아했던 소설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였는데, 제제에게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다. 나도 가족의 사랑을 갈망했지만, 엄마는 일 하느라 바빴고 아빠는 곁에 없었다. 게다가 우리 집은 형제도 많았다. 내가 아이들을 잘 돌보지 못하면서도 아이들 돌보는 일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 시절 내 주된 정서가 사랑받지 못함이었기 때문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에 대해 깊은 연민을 갖게 된다.

 그런 관심 때문에 러셀 무어의 입양의 마음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입양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를 또 알게 되었다. 결혼이나 출산처럼 입양에도 복음의 진수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양자로 받아들여졌는데, 그래서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고 그 분의 유산을 상속받는다. 인간이 하나님을 떠나 우주는 고아원이 되었지만, 하나님은 예수님을 보내셔서 택하신 이들의 죄를 청산하시고 다시 자녀 삼으셨다.
  입양된 존재인 우리가 이 복음을 기억하고 그 분을 닮아간다면, 그 분의 사랑을 드러낸다면, 세상은 조금 더 하나님의 마음에 맞는 곳이 되리라. (하나님은 본인을 고아와 과부의 아버지라고 말씀하시는 분이다.) 그리고 세상은 하나님의 마음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리라. 우리의 어떠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친아들을 못 박으면서까지 우리를 구하려 하신 그 사랑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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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명, 문화를 입다
안재경 지음 / SFC출판부(학생신앙운동출판부)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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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 신도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십계명은 모세가 돌판에 받은 율법이다너무 유명하기 때문일까요즘에 와서는 깊이 있게 가르치고 배울 필요 없는 낡은 규율처럼 취급받곤 한다예수님이 오신 후그러니까 신약 시대가 열린 이후부터는 굳이 십계명에 목매지 않더라도 신앙생활을 하는 데 무리가 없으니 말이다그렇다면 십계명은 지금 시대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최근 안재경 작가의 <십계명문화를 입다라는 책을 읽게 되어 십계명에 대해 새로이 깨닫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SFC 출판사의 2017년 신간서적 중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은 이유는 무엇보다 얇다는 장점 때문이다책이란 모름지기 얇아야 맛(?)이다저자가 월간지 연재글을 모아 엮은 책이라서 설명이나 주장들이 구구절절하지 않고 챕터별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라’ 라는 반대하기 어렵고 단순한 말씀으로 무수히 많은 율법을 총정리해주셨다그렇다고 해서 십계명을 비롯한 구약 시대의 율법들이 쓸모없어진 것은 아니다율법들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이 바라시는 신도의 삶이 무언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 안에는 친부모에게 효를 다하라는 기본적인 정의만 있는 것이 아니다하나님께서 세우신 직분을 맡은 사람들(학교의 교사국가의 공무원회사의 상사 등)에게 복종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또 다른 예로,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 속에는 그 행위를 하지 말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사람의 몸을 성의 도구로 보거나 상품으로 보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십계명의 정신을 알려준다는 것뿐만이 아니다현 시대의 문화가 십계명 정신과 얼마나 반대로 가고 있는지 대조적으로 보여준다강영안 교수님은 추천사에서 문화를 매개로 십계명을 다룬 책은 아마 이 책이 유일하지 않을까 한다며 칭찬했다저자는 문화 중에서도 대표적인 문학과 미술의 예를 들어 내용 이해를 돕는다중간 중간 미술 작품들이 컬러로 인쇄되어 있어 미술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반가울 것이고 미술에 관심이 없던 독자들은 관심이 생길 수 있다. (나는 컬러 인쇄로 인해 책값이 비싸졌을 거라는 얄팍한 생각을 했다.)
 
  다만짧은 지면 안에 십계명과 문화라는 방대한 주제를 함께 다루려 하다 보니 설명이 더 되어도 좋을 부분들이 축약되기도 했고대안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탐구되지 못한 점들이 아쉬웠다그러나 십계명의 정신을 타락한 우리 문화 안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는 책을 덮고 나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한 챕터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다양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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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가야 할 길
M.스캇 펙 지음, 신승철 외 옮김 / 열음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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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위하여

럽투르니에


우리는 사랑을 위해 일하기 때문에 성장하는 것이며, 또 우리가 사랑 그 자체를 위해 일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가야할 길 298p


<아직도 가야할 길>이라는 책을 처음에 아무렇게나 폈을 때 2부 제목이 <사랑>이란 걸 알게 되었다. 책을 읽어가며 이것이 1부와 3부, 4부를 아우르는 주제라고 느껴졌다. 성장에 관한 내용이라 여겼던 책이 사랑에 대해 깊이 다루고 있어서 적이 놀랐다. 과거에 한 번 읽긴 했지만 그 때 어떻게 읽었는지 처음 읽는 것처럼 신선했다. 이 책을 쓴 스캇 펙 박사는 하버드 대학과 캐이스 웨스턴 리저브에서 수학했다. 미 코네티컷 주 뉴 밀퍼트에서 정신과 의사로 개업해 있으면서 밀퍼트 종합병원 정신건강 치료센터의 책임자로 재직했다. 종교와 정신심리학을 밀접하게 연결시킨 책을 써왔다.

그는 사랑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자기 자신이나 혹은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 이것은 목적을 육체적 성장도 아니고 물질적 성장도 아니고 요즘 시대에 와서는 구질구질해진 ‘정신적 성장’에 둔다. 이것을 위해 자기의 생각과 태도를 수정하고 발전시키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자기 훈련을 잘 할 수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훌륭하게 훈련시킬 수도 없다.

즉,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타인을 사랑할 수는 없다. 자기에 대한 사랑과 다른 사람을 향한 사랑은 동시에 가능하며 사실 분리될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타인을 더 잘 사랑하기 위해서 나 자신을 더 잘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은 사랑이 일방적인 자기 희생, 곧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 확대라는 것은 더욱 채워지고 성장해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자기중심성을 포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지런한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다.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끊임없는 관계를 가지지 않고서는 성장을 북돋워줄 수 없다. 스캇 펙 박사는 인간의 원죄는 게으름이라고 말한다. 아담이 선악과를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알아보려 하지 않았던 것이 게으름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되어 있기도 했다. 극복하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 무언가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직면해야 한다.

사랑은 이렇게 에너지가 많이 들고 그래서 모든 인류를 대상으로 할 수가 없다.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자신을 펼치기만 해 사랑이 엷어지는 것’을 피해야 하는 것이다.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서 사랑하려는 것은 상대에게 거짓말을 하는 결과를 낳고 만다. 이 선택에는 많은 요인이 고려되어야 하겠지만, 그 중 하나를 꼽자면 사랑을 받은 사람이 그 사랑으로 인해 정신적 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사랑의 길을 걷기란 벅찬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나를 보살피고 나의 성장을 돕는 무언가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 도처에서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나곤 하는데 예를 들면 내가 위험한 사고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해왔던 것을 들 수 있다. 스캇 펙 박사는 그것의 이름을 ‘은총’이라는 종교적 개념으로 부른다. 은총은 내가 나의 성장을 포기하고 사랑을 포기할 때조차 존재한다. 변두리에서 우주의 중심으로, 사랑의 세계로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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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죄인가요?
김기현 지음 / 죠이선교회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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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면 지옥 간다고 하기 전에

한국 사회에서 유명인부터 일반인까지 자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겨진 이들의 눈물도 마를 날이 없다. 시의 적절하게 <자살은 죄인가요?>라는 책이 나왔다. 자살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한국 교회에서는 자살하면 지옥 간다는 말을 되풀이할 뿐 모든 죄를 사하는 예수의 보혈을 적용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저자 김기현 목사는 그런 가르침이 남은 이들의 마음을 더 찌르는 것을 안타까이 여기는 마음으로 글을 써나가고 있다. 그는 침례신학대학교 대학원에서 종교철학과 영미신학을 전공하고 여러 저서를 집필하였다.

자살을 했으니 지옥에 간다는 말로 이미 자살한 이를 비난하고 정죄하는 설교가 예배당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자살을 하면 회개할 기회를 얻지 못하니까 용서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사고사나 의식불명으로 죽는 경우에도 회개를 못했기에 지옥에 가는가, 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생각나지 않아서, 몰라서 회개하지 못한 죄가 있다면 또 어떡한단 말인가? 신학적으로도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에 따른 것이지 남김없이 죄를 회개해서 얻는 것이 아니다.

자살하면 지옥 간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되는 요한계시록 21:8 말씀도 세 가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성경은 성경인물들의 자살에 대해 어떤 가치평가를 보여주고 있지 않다. 그런데 자기 살인이라는 오늘날의 개념으로 자살을 죄라고 확정할 수 있는가? 만약 죄라고 해도 살인자는 다 지옥에 가는가?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쳐도 성경 말씀에 지옥에 간다고 적힌 비겁한 자들, 신실하지 못한 자들, 거짓말쟁이들 등등도 구원받지 못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쯤 되면 천국에 갈 자는 아무도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고 자살이 죄가 아니라고 해서는 안 된다. 예수를 믿으면 용서받을 수 있겠지만 죄는 죄인 것이다. 아퀴나스의 주장, 본 회퍼의 주장, 하우어워스의 주장, 장 아메리의 주장 등이 소개된다. 저자는 그 중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결정해야할 생사를 자기가 결정했기에 자살이 죄라고 한 아퀴나스의 주장에 동의를 표한다.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기에 죄라고 한 본 회퍼의 주장에도 무게를 싣는다. 자살을 무조건 감싸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

이러한 큰 죄인 자살을 방지하고자 한다면 자살=지옥이라는 설교가 아닌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 설교가 먹혀들었다면 현재 한국 개신교의 자살 비율이 전체 평균보다 낮았을 것이다. 그러나 에밀 뒤르켐에 따르면 다른 어떤 종교에 비해서 개신교인의 자살 비율이 높다고 한다. 한국에서 자살한 연예인 중에도 개신교인 비율이 높았다. 한국 개신교인을 대상으로 자살 충동 조사를 한 통계청 결과도 뒤르켐의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자살이 한 개인의 결단이나 책임만이 아니고 그가 속한 사회와 공동체 전체가 연루된 일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한국 개신교 공동체는 실패를 한 것이다. 서로를 살려야할 하나님 나라 공동체가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우리는 조금 더 예수 그리스도께 받은 사랑을 나누며 서로의 짐을 들어줄 필요가 있다. 나부터가 주위에 삶의 고통에 짓눌린 이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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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글쟁이들 - 대한민국 대표 작가 18인의 ‘나만의 집필 세계’
구본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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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권의 사람 -<한국의 글쟁이들>을 읽고

럽투르니에


어린 시절에 친구들과 시장놀이를 하면 나는 서점 주인이 되었다. 어떤 친구는 옷장에서 옷을 꺼내어 옷가게를 열었고 어떤 친구는 냉장고에서 간식거리를 꺼내어 식당을 차렸다. 나는 종이를 한 장 접어 앞면엔 제목을, 뒷면엔 권장가격을, 안쪽엔 시덥잖은 이야기를 써서 팔았다. 사실 책을 파는 서점 주인보다는 글을 써서 책을 만드는 저술가 역할이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책을 쓰는 저술가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책이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저술가 18인을 취재하고 그들을 새롭게 조명한 <한국의 글쟁이들>이다. 저자 구본준은 <한겨레> 사회부 기동취재팀장을 거쳐 문화부 대중문화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술가가 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용기가 필요하다. 한국 사회에서 글로 먹고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안정적인 교수직에 있으면서 틈틈이 글을 쓰는 이들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글로 먹고 살겠다 결단하고 글쓰기를 계속한다는 건 모험이다. 미술 저술가 이주헌의 경우 출판사에 취재비용으로 1천만원을 요구하여 선인세로 받고 온 가족과 유럽 여행을 떠나는 모험을 한다. 그의 기획은 시대의 요구와 맞아떨어져 결과물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기행>이 히트를 치고 저술가의 길이 열린다.

일단 저술가가 되고 나서는 방대한 자료들을 정리하고 저술하기 위해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보다 더한 시간 관리가 필요하다. 일주일에 책 한 권 읽기가 쉽지 않은 나로서는 그들 집안을 가득 메우는 책들, 기록들이 놀랍기만 하였다. 저녁에 사람을 만나러 나가지 않는다든지 하는 것은 내가 흉내도 내볼 수 없는 시간 관리였다. 그들은 그렇게 얻은 시간으로 깊이 독서하고 지식을 재구성하며 생각을 다듬어 창작을 한다. 효율적인 시간 사용을 위한 자료 정리법이나 집필 노하우는 신기하다 못해 신비로웠다. 국문학 저술가 정민의 경우, 의사들이 쓰는 환자 차트를 꽂는 거치대를 사서 자료 차트를 꽂고 빙빙 돌려가며 사용했다.

구본준에 따르면 이 18명의 저술가들에겐 ‘전달력’을 중요시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학자들이 연구해 논문으로 펴내는 ‘아카데미즘’적 글쓰기의 전문성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쉽고 정확하게 쓰는 ‘저널리즘’적 글쓰기로 이어서 대중에게 전해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학자들이 논문으로 쓰거나 기자들이 기사를 써서 알릴 수 있는 지식보다 저술가들이 대중적인 책을 내서 전할 수 있는 영향력이 더 클 수 있다. 지식에 더해진 스토리는 생명력이 있어서 많은 이들에게 호소한다.

내가 볼 때는 그들의 얼굴 사진에서도 어떤 공통점이 있었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이지만 부담 없이 편안한 인상이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 특유의 즐거움이 묻어난 얼굴인지 모른다. 재능을 사용하여 의미 있는 삶을 산다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또 있겠는가? 그들의 손엔 펜이 있었고 그 펜을 사용함으로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이 시점에서 나도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얼마만큼 준비하고 공부하였는지 고민해 본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공부와 독서를 배우기 위해선 무릇 사계의 정통한 사람을 찾아가 고개 숙이고 배워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동안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부족했던 듯하다. 18인의 저술가들 중 내가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저자는 NGO 저술가 한비야 밖에 없었다. 죄송하지만 17인의 저술가들은 이름을 아는 정도였을 뿐이었다. 물론 선정된 저술가들의 저술 분야가 역사, 미술, 전통문화, 교양과학 등으로 방대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내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글쟁이를 만난 것은 새로운 책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회가 된 뜻 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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