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사람들
M. 스콧 펙 지음, 윤종석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선을 향해 아직도 가야할…

-<거짓의 사람들>을 읽고


악에 대해 탐구한 <거짓의 사람들>은 악이 거짓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고 보면 사탄은 ‘거짓의 아비’라고 성경에 나온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이자 유명한 저술가인 스캇 펙이었다. 악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윤리적인 책에서 많이 다루었지만, 정신 과학자의 입장에서 악을 치유해야할 질병으로 보고 접근하는 책은 이 책을 본 것이 처음이었다. ‘악’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들여다보고 있기 꺼림칙하면서도 흥미를 유도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들이 지닌 악의 모습은 다양했지만, 자신과 타인을 속이길 원하는 거짓의 속성이 공통적으로 드러났다.

스캇 펙이 볼 때 악은 회피에서 비롯된다. 첫 사례로 나온 조지의 강박증 이야기 역시 그랬다. 그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어떤 글자가 현실이 될까봐 괴로워하면서 신경쇄약에 걸린다. 강박증을 없애기 위해 악마와 계약을 하기에 이른다. 그가 악인의 기로에 섰다고 파악한 스캇 펙은 그를 강하게 권면한다. “조지, 한마디로 말해서 당신은 겁쟁이입니다. 일이 좀 어려워진다 싶으면 내빼지요.” 조지는 과거의 기억이나 삐거덕거리는 결혼생활, 죽음의 공포에 대해 회피하기만 했고 그 결과 강박증에게 쫓겨 다니게 된 것이었다. 질병이 그러하듯이 악을 치유하기 위해서도 고통을 직면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악한 이들에게는 단지 자신의 의지만이 있을 뿐인데, 이것은 정신의학용어로 ‘악성 나르시시즘’이라 불리며 일반적으로 ‘교만’이라고 불린다. 교만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이들은 내면의 그러한 혼돈을 절대 밖으로 내비치지 않으며 존경받는 이미지를 고수한다. 그러므로 자기 성찰 작업인 정신 치료 역시 받으려 하지 않는다. 스캇 펙도 이들에게 치료를 권하지만 거부당한다. 기독교에서는 교만을 큰 죄로 여긴다. 잠언 곳곳에 교만을 경계하라는 메시지가 들어있다. 세상이 나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 악은 참으로 오만한 얼굴을 하였다.

악은 타인에 대해 세심한 관심을 가지지도 못하게 한다. 악한 부모는 자신의 자녀에게 무심한 나머지 그를 병들게 한다. 바비의 부모는 바비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형이 자살한 권총을 주면서도 그것이 왜 잘못되었는지 모른다. 바비는 자신도 자살해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을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로저의 부모는 로저의 필요를 무시한다. 로저가 기숙사 학교로 가길 원했을 때는 성 토마스 고등학교에 보냈다가 이제 그 학교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는 기숙사 학교에 보내버린다.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괴이한 행동이다. 이 정도는 아니겠지만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도 이런 악이 숨어 있지 않을지 주의해야 한다.

악에 대한 글을 읽고 또 쓴다는 건 힘들고 조심스러운 일이다. 내 안에도 존재하는 지배욕과 소유욕, 위선적인 모습을 돌아보아야 했던 것도 어려웠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불완전한 자기 모습을 인정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리라. 하지만 이러한 인정이야말로 선을 향한 첫걸음이라니, 고통의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겠다. 그러고 보면 나의 부족함 때문에 울어본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그래서 마음은 평온했겠지만 겸손이라는 덕목을 쌓는 데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언제쯤 나 자신을 부정하고 참으로 겸손해질 수 있을지, 아직은 평온한 마음을 보며 한숨이 앞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