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의 영혼
오히예사 지음, 류시화 옮김 / 오래된미래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어떤 책을 읽을지 생각하지 않고 보통 도서관으로 향한다. 어문학 코너 맨 끝 영미문학쪽 서가 쪽에 낮익은 이름의 번역자가 있어 책을 뽑아 들었다. 류. 시. 화.  예전 이 시인의 시집을 몇권 사서 읽어본 기억이 난다. 언제부턴가는 명상과 구도자들에 대한 여러가지 명상서적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개 하는 작가이다. 정신세계사에서 나온 명상서적들을 좋아하여, 해당 시인이 번역한 책도 몇권 읽었다. 왠지 책 내용이 좋을 것 같았다. 

이 책은 오히예사(인디언 말로 승리자라는 뜻)라는 유명한 인디언 출신 의사이자, 미국과 영국 각지를 돌아 다니며 아메리카 인디언의 사상과 그들의 정신세계에 대해서 알리고자 많은 노력을 한 인디언 출신의 위대한 작가의 이야기다. 오히예사는 E.T. 시튼과 함께 보이스카웃 창단에 깊에 관여를 했으며 인디언들의 정신과 자연에서의 생활 방식을 바탕으로 보이스카웃이 출발하도록 한 것은 전적으로 오히예사의 노력 덕분이었다. 

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인디언의 영혼》은 오히예사의 대표작인 《인디언의 어린 시절 The Indian Boyhood》, 《인디언의 영혼 The Soul of the Indian》,《야생의 숲에서 문명으로 From the Deep Woods to Civilization》의 주요 부분을 옮긴 책이다. 

오히예사는 성공적으로 백인사회에 편입했지만, '운디드니 대학살 사건'을 경험한 후 본격적으로 아메리카 인디언의 고귀한 정신과 사상을 알리고 인디언의 권리를 위해 노력을 하였다.

오히예사의 책은 다른 백인 작가들의 인디언에 관한 책들과 다르게 전통적인 인디언 교육과 백인사회의 교육을 마친 인디언과 백인사회의 문화와 철학에서도 조예가 깊은 사람으로 누구의 입을 거치지 않고 인디언 자신의 입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이 의미가 깊다. 

수첩에 적어두고 마음 속에 새겨두고 싶은 말이 많은 책이다. 

책의 내용은 메모한 글로 대신한다.

"지식을 구하는 길은 우리가 옛날에 사냥을 하던 방식과 같다. 처음에는 작은 오솔길, 하나의 발자취로부터 시작한다. 그 길을 열심히 따라가다 보면 좀더 분명한 길, 큰 도로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 다음에는 서로 엇갈리며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또 다른 길들과 만나게 된다. 이때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성공이란 옳은 길을 선택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은 네 앞에 수많은 방해물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가장 위험한 것은 악령의 물(술)이다. 그것은 인간이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p129, 얼굴 흰 사람들의 오솔길에서)

'우리 인디언들도 종교를 갖고 있으며, 그것은 조상 대대로 그 자식들에게 전해져 왔다. 그 종교는 우리 얼굴 붉은 사람들에게 세상 모든 일에 감사하라고 가르쳤다. 또한 서로 사랑하라 이르고, 서로 기대어 살라고 일깨웠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변치 않는 마음을 가지라고 가르쳤다. 우리 얼굴 붉은 사람들은 종교에 대해선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종교는 각각의 사람과 신과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p136, 대지의 모든 생명은 한 형제)

우정을 간직하는 것, 그것이 인디언에게는 가장 중요한 인격의 시험이었다. 가족과 친척에게는 누구라도 쉽게 신의를 지킬 수 있다. 같은 피가 흐르기 때문이다. 한편 남자와 여자 사이의 애정은 성적인 본능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욕망과 자기 중심적인 태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친구를 갖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친구에 대해 진실한 태도를 버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사람됨의 표시다. 인디언들에게 친구는 '나의 슬픔을 대신 지고 가는 사람'이란 뜻이다. 
(p169, 인디언의 영혼)

우리 얼굴 붉은 사람들은 소유에 집착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믿었다. 물질적인 길을 뒤쫓으면 머지않아 영혼이 중심을 잃는다. 따라서 인디언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자비심의 미덕을 배웠다. 자기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남에게 주라고 가르침을 받았으며, 그리하여 일찍부터 주는 것의 기쁨을 알았다. 만일 아이가 사소한 물건에 너무 집착하거나 혼자서 모든 걸 독차지하려는 성향을 보이면, 베풀 줄 모르는 욕심 많은 사람이 어떻게 손가락질을 당하고 불행해지는가를 일깨워 주는 설화나 우화들이 등장했다. 
(p190, 아름다움과 함께 걷기)

진정한 인디언은 자신의 재산이나 노동에 값을 매기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가진 힘과 능ㄴ력으로 베풀 따름이었다. 그는 힘들고 위험한 일에 자신이 선택되는 것을 영광으로 받아들였으며, 그것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다.
(p192, 아름다움과 함께 걷기)

인디언들은 용기를 최고의 도덕적인 가치로 여겼다. 우리 얼굴 붉은 사람들에게 있어 용기란 공격적인 자기 과시가 아니라 완벽한 자기 절제에서 나온 것이었다. 진정한 용기를 가진 사람은 어떤 두려움과 분노, 욕망과 고통에도 자신을 굴북시키는 법이 없다. 그는 모든 상황에서 자기 자신의 주인이다. 그리고 그의 용기는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진정한 영웅의 높이에까지 이른다. 

"어떤 추위와 배고픔도, 어떤 고통과 두려움도, 그리고 이빨을 곤두세우고 덤벼드는 위험과 죽음의 면전에서도 선한 일을 하려는 그대의 의지를 포기하지 말라"

굶어 죽어가는 부족 사람들을 위해 한겨울에 들소를 찾아 떠나는 한 인디언에게 부족의 늙은 추장이 한 말이다. 이것이 얼굴 흰 사람들이 유치하다고 여기는 인디언들의 용기다. 
(p198 ~ 199, 아름다움과 함께 걷기)

인디언들의 민주적인 정신 속에서 어머니 대지는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열려 있으며, 누구도 다른 사람을 가난하게 만들거나 노예로 전락시키지 않는다. 대지의 좋은 것들은 우리 혼자만 독차지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형제들과 즐겁게 나눠 가져야 할 것들이다. 나눠 갖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가진 특권이다. 
(p215 ~ 216, 태초에 인디언과 들소가 있었다)

나는 오늘날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인디언의 정신을 가르쳐야 한다고 믿는다. 더 많은 부를 쌓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려가면서 우리는 너무도 오랫동안 대지로부터, 자연의 정직한 삶으로부터 멀어졌다. 인간다움이 무엇인가를 잊었다. 
(p248, 아메리카 원주민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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