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 베스트셀러 한국문학선 9
이효석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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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마치 안개 마냥 흐드러지게 펼쳐진 메밀꽃밭. 새까만 밤.. 한가운데 부우옇게 떠있는 상아색의 흐릿한 달..그 밑으로 허생원과 동이, 조선달의 까아만 그리메(그림자)가 줄줄이 걸어가는 그 모습이었다.

이효석님의 '메밀꽃 필 무렵' 은 서정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백지 위에 까만 글씨로 그리다 못해 회화적 필체로까지 그 단계를 발전시킨 것 같다. 이 '메밀꽃 필 무렵' 은 이야기가 두 갈래로 나뉘어진다.남녀간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친자 확인(親子確認). 이 이야기들이 겉줄기와 속줄기를 이루고 미묘한 운명을 엮어가는 과정에서 '메밀꽃 핀 산길' 이 등장한다.

그곳은 낭만적 정취를 듬뿍 머금은 달밤의 산길이자 생업(生業)의 길목. 괴로운 인생사의 현장이기보다는 삶과 자연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세계. 또한 현실과 격리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일 듯이 들리는' 마치 시를 떠올리는 듯한 꿈의 세계이다. 여기에 사랑의 추억과 인연의 끈질김이 어우러지면서 한 늙은 장돌뱅이의 애환이 드러난다
.
이 소설에서 작가는 인간 자체를 각각의 성격을 부각시켜 하나의 인격체로서 나타내지 않고, 그들을 자연의 한 개체로서 승화시켰다. 달이 환하게 비치는 메밀 밭 사이를 걷는 그들. 허생원, 동이,그리고 조선달. 상상만 해도 이 작품의 표현 그대로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당장이라도 진한 메밀꽃 향기가 나의 코밑으로 달려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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