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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 개정판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평점 :
정말이지, 나는 그녀가 부럽다. 여행을 하고 싶다고, 무작정 떠나고 싶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게 할일 많은 현실에서 그리 쉬운 일인가. 그런데 그녀는 세계여행을 7년 하고, 안방같은 제나라로 돌아와서 또 여행이다. 물론, 그녀가 하는 여행은 단지 눈 즐겁자고 하는 호사스런 여행과는 거리가 멀다. 힘들고 어려운 것은 기본이고, 별의 별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하는데, 그러면서도 행복해하는 표정을 그녀의 책 곳곳에서 본다. 그녀의 오지여행을 장문의 글로, 혹은 책 속 몇 컷의 사진으로 상황과 배경을 짐작하면서 몇 번이나 생각했었나. 나도 이렇게 다른 세상과 만나고 싶다고...
그녀가 도보로 우리 땅을 걸을 생각을 하고, 단촐한 짐을 챙겨 길을 떠났다. 우리 땅 곳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너무나 정겹다. 걸쭉한 사투리들이 튀어나오고, 각박한 도시에서 잊혀졌던 한국 전통의 인심들이 마음을 훈훈케 한다. 한국, 내 땅이라고 걷는 것이 마냥 쉬우리냐마는 그녀는 걷는 고생보다 더 큰 무엇이 있음을 입증한다. 오지 여행기처럼 흥미진진하지도 않고 신기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저자의 눈을 통해 보는 우리나라 산천의 아름다운 모습들하며, 저자와 함께 나누는 내 나라에 대한 생각의 교류하며, 맛깔스런 한비야만의 글을 조목조목 읽어나가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도보여행의 즐거움과 함께, 그녀 안의 외로움이나 고독을 엿보기도 하고, 그녀가 주장하는 인생철학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기도 할 일이다.부지런히 이 땅을 걸어 목적지에 선 그녀의 모습에 꿈 하나를 이룬 뿌듯함이 보이고, 그 자리에 나도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땅에 대해 느껴보지 못했던 애정을 이 책을 통해서 한 번 느껴봄이 어떤지. 여행을, 우리의 땅을, 그리고 자신을 진정 사랑할 줄 아는 그녀가 나는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