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됨의 뜻:철학적 인간학
이규호 / 좋은날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배우는 학생이다. 교수님께서 이 책을 언급하셔서 책을 펴게 되었지만, 커뮤니케이션과 이 난해한 철학책의 관련점을 찾지 못해 머릿속은 한참을 헤매야했다. 책을 뒤적거리며 얼마간의 고민의 시간을 거친 후에야 교수님이 왜 이 책을 주천하셨는지 알 것 같았다. 쉽게 느껴지지 않지만, 그만큼 사고의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사람은 삶의 주체이며 삶을 통해서 스스로를 이룩한다.'저자는 이렇게 운을 떼며 글을 풀어 나간다. 삶의 문제의 핵심은 '사람이 무엇이냐'하는 것이고, 한 사람의 '사람됨'은 그의 삶을 통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사람됨'이라는 단어의 선택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사람은 처음부터 고정적인 모습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스스로를 형성해간다는 것이다. 사람은 '이성'을 가진 존재다. 이 책에서는 여러 학자들의 말을 인용하여 이성에 대한 논의를 소개한 후 이렇게 결론내린다. 이성은 인간의 비이성적인 정열과 본능들을 절제하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 대화를 가능하게 하며, 정상적인 삶의 공동 관계를 이룩하는 것이라고. 이성은 모든 개인들 사이의 담을 넘어서 포괄적인 공동관계를 성립시킨다는 것이다.

사람은 미완성의 존재이기에 자연으로부터 받은 창조의 능력으로 스스로를 형성한다. 그러기에 사람은 '자유'스런 존재이다. 그러나 역사적 전통과 사회적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이런 '문화'를 객관화하고 전통화한 것을 '얼'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사람은 얼에 의해서만 사람의 모습을 갖는다고 말한다. 집단 구성원들이 상호작용을 하여 규범 형성을 통해 이뤄낸 이 문화라는 틀 안에서 지속적인 영향을 받으며 '사람됨'을 만들어가는 인간의 모습. 사람됨은 역사적인 얼에 뿌리박음으로서 이루어진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삶을 축적해 역사를 만든 각 사회에 속한 각 사람들은 '사람됨'에 각기 다른 의미를 두고 그렇게 게'삶'을 살아간다.

산업 사회와 기술 사회는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다. 생활은 편안하고 안락해졌으나, 정작 목적성을 가진 반성의 존재인 인간은 설 곳을 잃었다. 저자가 우려하는 것은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로봇인간'이 현대의 사람됨의 모습으로 나타날까 하는 것이다. 편리를 위해 인격적인 자유를 포기한 인간의 모습 말이다. 우리 시대에 사람됨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간이 어떻게 성숙한 이성을 실현함으로써 인간다운 무게를 되찾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민주화된 공동체 안에서도 인간이 스스로의 인격과 자기의 삶과 공동체의 질서와 인류의 역사에 책임을 느끼지 않으면 '이성'에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저자는 말한다. 나의 선입관과 나의 이해관계 등이 나의 사유와판단과 행동을 제약할 때, 객관적인 공동의 진리에 접근하는 길은 삶의 입장을 달리하는 사람들 사이의 대화의 길 뿐이라고. 결국 해결점은 커뮤니케이션에서 찾아진다. 독단과 독선을 넘어선 그러한 노력만이 성숙한 이성의 실현을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두 번째가 끊임없는 자아의 실현이다. 스스로의 감정과 심층적 충동을 다스리지 못하면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없는 것이다. 열린 대화를 통해, 자아성찰을 통해, 그러니까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나 자신과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이 성숙한 이성을 실현할 수 있게 하며 이것이 바로 기술사회 안에서 병든 인간과 역사의 위기를 극복하는 첫 걸음이 되는 것이다.

사람의 존재에 관해서는 '앎'과 '삶'과 '됨'이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문제라고 했다. 인간의 언어와 커뮤니케이션에 활동에 대해 알고, 그것을 삶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적용하며, 그렇게 나는 삶을 살아가며 '사람됨'을 이루어나갈 것이다. '사람됨의 뜻'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지만 이러한 노력이 더해질 때 성숙한 이성으로서의 접근이 가능하며 이 시대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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