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로메 유모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2
시오노 나나미 지음, 백은실 옮김 / 한길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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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자유로운 상상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신화속, 역사속 인물들의 또다른 인격을 만나보시라~!!

<오디세우스의 정숙한 아내>
20년간 수절하며 남편 오디세우스를 기다린 정숙한 아내의 대표주자 페넬로페는 20년 동안이나 집을 비운 남편에 대해 끊임없는 푸념을 늘어 놓는다. 호메로스가 본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이지만 페넬로페 입장에서 본 오디세우스는 명예욕에 불타고, 잔머리 하나는 끝내주게 잘 굴리며, 전쟁 10년을 제외한 나머지 10년 동안 지중해의 아름다운 곳곳을 여행하며 숱한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고 돌아온 얄미운 남편이었던 것이다.

<살로메 유모 이야기>
유대의 왕 헤로데의 딸 살로메는 시나 오페라에서는 세례자 요한의 사랑을 갈구하다 거절당하자 그의 목을 자르게 하는 광기어린 여인으로 묘사되지만, 시오노 나나미의 펜끝에서는 요한을 체포해 놓고 그의 처형을 망설이는 아버지 헤로데왕의 미묘한 입장을 헤아려, 춤의 대가로 요한의 목을 요구하는 효녀로 탈바꿈한다.
요한의 설교를 듣고 사랑에 빠지기는 커녕, '선의로 가득하고 청렴한 사람이 과격하게 세상을 개혁하려고 설교하는 것만큼 위험천만한 일은 없다'라고 생각하는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단테 아내의 탄식>
이상주의자인데다가 오만하고 자존심만 강하며, 완벽할 정도로 처세술에 서툴렀던 남자 단테.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던 무지하게 한심스러운 이 남자랑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본인의 개방적이고 명랑한 성격 덕분이었다며....
사람들이 단테의 여인으로 아내인 자신보다 베아트리체를 먼저 떠올려도 그닥 섭섭하지도 화가 나지도 않는다는, 단테의 아내 젬마의 심각하기는 커녕 밝고 가볍기만한 탄식.

<성 프란체스코의 어머니>
청빈을 통한 사랑의 신앙을 실천했던 성 프란체스코 뒤에는 지극한 사랑과 믿음으로 그를 뒷받침해 준 위대한 어머니가 있었다.

<유다 어머니>
아들에 대한 욕심이 지나쳐서, 무조건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힌 극성 맞은 어머니 밑에서 의기소침하게 자랄 수 밖에 없었던 유다. 처음엔 어머니, 다음엔 예수.. 항상 누군가에게 정신적인 지배를 받으며, 거기에서 벗어나려다가 결과적으로는 실수를 범하고, 종내는 스스로 목을맬 수 밖에 없었던 가여운 존재....
자고로 어머니의 교육방침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니깐!!

<칼리굴라 황제의 말(馬)>
카이사르가 제정로마의 길을 열어주었고, 아우구스투스에 이어 티베리우스까지 탄탄하게 구축해 놓은 팍스 로마나. 그런 로마 제국을 물려 받은 칼리굴라 황제. 하지만 어리고 여린 칼리굴라한테는 강대한 황제의 권력 자체가 소화하기 힘든 권한이었던 듯....
팍스 로마나를 담기에는 칼리굴라가 가진 그릇은 턱없이 작았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노예 이야기>
알렉산드로스에 대한 뭍사람들의 사소한 비난까지도 노예의 입을 빌려 정당화 시키는 걸 보면.. 시오노 나나미는 확실히 영웅에 약하다.

<스승이 본 브루투스>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던 카이사르 vs 지나치게 이상적이었던 브루투스?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비롯된 결과였을까?
어쨌든, 카이사르 암살음모의 주도자였던 브루투스는 그의 스승이 아무리 그를 변호하려고 애를 써도, 나 스스로 그다지 용서하고 싶지 않은 인물이다. 난 확실히 카이사르에 약하다.

<그리스도의 동생>
위대한 종교의 창시자들은 가족을 걸림돌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나보다. 남들에게는 그토록 사랑을 설교하며 다니는 예수가 정작 본인의 가족에게는 차갑고 매정하게 대하는 걸 보면.... 어찌보면, 사랑의 실천이란 게 종교와는 무관한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네로 황제의 쌍둥이 형>
로마제국의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황제 네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아내를 살해하고, 그리스도교 대학살에 이르기까지 피로 얼룩진 그의 치세의 배후에 쌩뚱맞게도 쌍둥이 형이 있었단다. 네로는 더없이 착하고 어진 사람인데, 태어난 직후 버려진 그의 쌍둥이 형이 어느날 네로 앞에 나타나 네로에게 자신이 형임을 알려준 뒤, 착한 동생을 이용해 지맘대로 세상을 휘둘렀다는 얘기다.
예수의 동생을 만들어내 비인간적인 예수의 모습을 그리더니, 이번엔 네로의 쌍둥이 형을 만들어내 인간적인 네로의 모습을 그렸다.

이미 고정화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역사 속의 인물들을 이리 비틀고 저리 갔다 붙히면서, 새롭게 재구성해 낸 그녀의 익살넘치는 역사 파괴 작업! 함께하는 내내 유쾌하기 그지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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