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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폐암이 온 몸에 전이되어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일주일이 지났다.
한살, 두살 나이를 먹어가다보니 누구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암투병 중이시다 혹, 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왠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는 당연히 노환으로 세상을 뜨실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아마도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는 고통없이 편히 생을 마감하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할아버지의 병환은 다행히 그리 길지 않았다(물론 할아버지나 병간호를 했던 엄마에게는 짧지 않은 시간이었겠지만. 또 한편으론 할아버지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생을 갈구하지 않으셨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점점 여휘어가는 몸과 혈색없는 얼굴, 초점없이 허공만 바라보는 눈동자, 시간이 흐를수록 잦아지는 허공을 가르는 헛손질.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병상의 할아버지 모습이다.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 하신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 할아버지는 눈을 감으셨다.
병원에서 초상을 치르면서 명절에도 보기 힘들었던 일가족이 모두 모여 할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였고 가족들 모두 손님을 치른다고 정신이 없었다. 아침, 점심, 저녁 제를 올릴 때야 할아버지가 여든이 넘도록 하신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할아버지가 나와 오빠에게 입버릇처럼 말씀하던 것이 무슨 뜻인지 깨닫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부나 권력과는 거리가 먼, 그야말로 평범하고 평탄한 삶을 사셨던 분이셨다. 가끔 나와 오빠를 앉혀 놓고 "본디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 자식을 낳고 가족을 일궈야 한다." 인생이라는 것이 특별함이 아니라 그저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의미였으리라.
[인생]을 지은 위화의 말이 떠오른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할아버지도 사람으로 태어나 자연스럽게 사람의 본분을 지키며 살아가셨던게 아닌가 생각되면서 연약해지던 병원에서의 할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오빠와 나를 앉혀 놓고 생기있는 모습으로 말씀하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한편으로 나의 기억에, 할아버지의 삶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