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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을 열다
송인갑 지음 / 청어 / 2012년 7월
평점 :
우리는 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의 오감으로 세상을 인식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개개인 별로 차이가 큰 것은 후각이 아닌 가 싶다. 그리고 후각은 반응이 둔해지는 순응이 가장 빨리 나타나는 감각이기도 하다. 따라서, 순간적으로 후각으로 느낀 감각을 말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가 어려운 것 아닌 가 싶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후각과 향기에 대해서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이야기를 풀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어떤 부분은 여행기 같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논문의 한 부분인 거 같기도 하고 책의 마지막 부분은 사진첩같기도 하다. 은근히 빽빽하게 많은 내용을 담고 있기에, 다른 책보다 읽는 시간도 많이 필요했다.
책은 크게 5개의 부로 나뉘어져 있다. 후각을 열다, 공간과 향, 향기 여행, 역사 속의 향, 비통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순간이라는 제목을 가진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후각의 열다'에서는 후각의 특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고, 치매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후각 기억, 그리고 향과 향수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공간과 향'에서는 여러 장소에서 긍정적으로 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향기여행'은 이 책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다. 저자가 여러가지 향을 찾아서 다녔던 여행기들을 담고 있다. '역사 속의 향'은 우리 전통의 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이러한 향들이 제대로 전수되거나 서양의 향수처럼 발전되지 않는 저자의 아쉬움들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마지막 부인 '비통'은 조선시대 실학자 최한기 선생의 기측제의에 있는 '비통' 전문을 수록하고 해석하고 주석이 달린 부분이다. 저자가 많은 연구를 하여서 작성한 부분인 듯 하지만 난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록은 부록이기는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눈이 즐거운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향을 찾아 다니는 여행 중에 찍은 아름다운 사진들과 글이 담겨 있다. 다만 옥의 티라면 책의 가장 마지막에 특정 회사의 연구소와 제품명이 써져있고 그 다음 페이지는 그 제품의 광고까지 담겨 있는데, 특정 회사와 제품명은 숨기고 광고는 별지로 삽입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 제품을 광고하기 위해서 이 책을 길게 썼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에 깊게 남았다.
후각만큼 개인차가 크고, 표현하기 힘든 감각이 없으며, 더욱이 아직까지는 향기를 재현하는 기술이 일반화 되지 않았다. 저자의 말대로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코를 막고 살수는 없고 그렇게 된다면 항시 후각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뇌의 처리를 받지 않는 감각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서 후각과 향기에 대한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지만, 너무 많은 내용을 접하다 보니 머리에 남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