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1. 보온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오리진 시리즈 1
윤태호 지음, 이정모 교양 글, 김진화 교양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한가지 분야의 마스터가 된다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하고 그뿐만 아니라 지독하고 깊은 그 깊이로 뿌리를 내려야한다. 마스터가 피라미드 상위에 올라서있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그들은 절대로 위를 보고 올라간 것이 아니다. 집요하고 지독하게 반복적으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본질'에 다가간 것 뿐이다. 그러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우리의 내면을 파고드는 이들이 있다. 그들을 우리는 작가라고 부른다.

윤태호 작가님의 작품이 좋은 이유를 고르자면 수없이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압축시켜 표현하자면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인류, 그런거 말고 정말 저 만화 속에 인물들은 살아있다고 느껴지는 생동감 말이다. 이번 <오리진>은 이제껏 보여줬던 작품들과 비교하자면 색다른 도전이었다. '교양' 그것도 과학공상, SF라니, 작가님의 작품속 인간적인 면모를 좋은 이유로 꼽는 내게는 청천벽력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반신반의하며 읽은 프롤로그 10장은 작가님에게 또 다시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 냈다.

'역시 윤태호구나.'



아름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각형의 단조로운 로봇 '봉투(BONG TWO)'가 등장한다. 봉투는 인간처럼 성장하고, 인간처럼 학습을 해야한다. 배움이 없으면 배움 없이 성장한다. 아이같이 순수하고 본능적인 행동으로 '보온'의 활동을 하는 봉투를 보면 경이롭기까지하다. 순진하게 'YES'를 보내는 봉투를 보면 '나쁜 아저씨 따라가면 안돼!'하고 알려주고 싶은 내 생각의 근원도 떠오르게 만든다.

추우면 온도를 높이고, 더우면 온도를 내린다. 얼핏 보면 당연해보이는 말이다. 우리의 몸이 자연스레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키고 있으니까 너무도 당연하게 넘기고 있는 이 말은 결핍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모든 일의 1순위가 된다. 아이의 열을 내리기 위해 밤새 간호를 하는 부모,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해주기 위해 부둥켜안고 옷을 여며주는 모습들. 첫번째 이야기 '보온'은 당연하게 여기지만 가장 본능적이고 중요한 일이 체온유지라는 것을 알려준다. '일상의 재발견' 이라는 단어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책을 만난 것이다.



이 멋없이 투박한 로봇에게 빠지리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SF는 배경일뿐이지 스토리를 분류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미래에서 왔다는 로봇을 통해 인간의 순수함과 본능적인 행동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단순하게 생긴 로봇이 결국엔 우리를 다시 바라보는 매개체였다. <오리진>은 공상과학을 배경으로 한, 인간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였다. 

001번 보온은 장대한 이야기의 서막일 뿐이다. 남은 이야기들의 기대감이 더 높아진다. 결국 교양이란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교육이다. 그 교육을 <오리진>에서 보기 쉬운 만화로 만날 수 있다. 지금은 5-6살정도의 성장을 하고 있는 봉투와 함께 배우고 성장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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