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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이 나타나는 목욕책 : 돌고래가 첨벙! ㅣ 아기 그림책 나비잠
테레사 벨론 지음 / 보림 / 2022년 2월
평점 :
이번 북디자인 탐구의 부제는 원래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였다. 그 이유는 첫째, 아이들이 책을 피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즐길 수 있도록 한 이 책의 취지와, 둘째, 그 취지를 위해 무려 적과의 동행을 선택한 북디자인을 고루 그 의미에 담기 위해서였다.

책을 꺼내어 만져보면 얼핏 수영복이나 튜브를 만지는 느낌이 난다. 아니, 이걸 책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라는 생각이 일전의 헝겊책에 이어 다시 한번 든다. 두 책의 공통점은 상대하는 독자가 아주 유연한 나이대라는 점과 유연한 독자에게 유연하게 다가가고자 한다는 점이다.
예전에 아이들과 책이 친해지게 하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책을 장난감처럼 활용하는 활동을 다룬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사 사진 속에서 아이들은 책을 관념적인 ‘책’이 아닌 그저 내 앞에 놓인 하나의 물체로 여기며 집을 짓기도 하고, 탑을 쌓기도 하는 등 책과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기사가 문득 기억난 것은, 우리가 새로운 독자를 대하기 위해 책을 어떻게, 얼마나 새롭게 볼 수 있을지 생각하는 까닭이다.
책의 변화 중 물과의 만남이 이 책만의 생각은 아니지만(종이와 더 유사한 질감의 돌 소재로도 바캉스용 책을 만든 케이스도 있다.)언제나 북디자인이 행하는 신선한 시도의 일환 중 가장 도전적이다. 어린 독자들에게 <돌고래가 첨벙!>과 <개구리가 퐁당!>은 장난감으로서 다가간다. 책과의 만남이 인위적이지도, 강제적이지도 않게 말이다.
대학교 1학년 시절 철학개론을 수강할 때, 스스로를 성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아무 의심 없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의심하는 것이 가장 쉽다던 교수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그리고 스스로를 성찰할수록 우리는 다양한 인간상에게 더욱 부드럽게 스며든다. 북디자인은 책에 대해 의심 없이 이루어지는 생각을 전복할수록 다양하고 유연해진다.
* 보림 출판사 대학생 서포터즈 아티비터스 11기로서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동화를 이해하려는 국문학도로서 솔직한 배움을 기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