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비 온다 보림 창작 그림책
이상교 지음, 이성표 그림 / 보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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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온다.”


어딘가로의 외출이 등교에서 출근으로 가까워지며 저 말을 달갑게 여긴 적이 없다.

 

서초까지 가야 하는 회사에서 사무보조 알바를 하던 여름. 그렇게나 비가 와서 매일 아침 조금이라도 하늘이 꾸물거리는 기색을 보이면 우산을 챙기곤 했다. 광역버스 안에서 둘 곳도 마땅치 않고 여기저기 구정물을 흘려대는 우산이 참 귀찮았다.

 

하지만 퇴근길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면 아침과 조금 다른 감상을 가지긴 했다.

 

물방울이 포슬포슬 우산에도 촘촘히 수를 놓던 우천이다. 굵게 내리면 이윽고 나타나던 시침질과도 같던 빗줄기가 아득하다.” -나의 일기장

 

이런 글이 일기에서 발견되니 말이다. 어쩌면 내가 비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은 얼핏 여유라는 것을 잃은 까닭일 수도 있다. ‘얼핏 여유라고 씀은 내가 정확히 무엇을 잃었는지, 잃을지 감이 안 오는 까닭이다.

 

비를 기다리게 하는 마음을 무엇일까? 우리는 조금씩 잊었지만 비를 기다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 비 온다>의 순진한 동심은 우리를 그 지점으로 회귀시킨다.



 

우산을 선물 받은 단이는 비 오는 날만 오매불망 기다리며 민들레에게도, 고양이에게도, 개구리에게도, 물고기에게도 우산을 선물한다. 모두 함께 맞는 비는 어쩜 그렇게 신나게 오는지 소리도 요란하다. 모두들 신이 났다. 뭔가를 충분히 기뻐할 수 있는 마음은 사소할지라도 소중하다.


 

회귀는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거나 돌아감이라는 뜻이다. 맞다. 동심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잊었는가의 차이이다. 어쩌면 비 오는 날 천천히 마음을 술렁이게 하는 책, <, 비 온다>이다.

 

*보림출판사 대학생 서포터즈 아티비터스 11기로서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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