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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ㅣ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랫만에 읽은 소설다운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소설다운 소설이라는게 무슨 뜻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질문에 당장 대답하기는 좀 어렵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서 '글'을 읽는 재미를 모처럼 느낀 것만은 분명하다. 남의 삶을 바라보는 재미, 그것도 '글'을 통하여. 이게 사실상 소설읽기의 본질이 아닐까? 그래서 이 작품 이후 작가의 아쿠타카와상 수상작 파크 라이프도 읽었고, 이제 열대어를 읽을 차례다.
이제는 일본의 문화에 조금은 익숙해지고, 일본인 친구도 몇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의 작품 속에 숨어 있는 엽기성은 아직도 낯설다. 이 잔잔하고 지극히 산문적인 소설에도 그러한 엽기성은 스며있어, 조금은 나를 불편하게 한다. 그런데 하편, 그것은 그저 양념이 아니라 소설을 지배하는 일상성의 안티 테제로써 소설의 한 중요한 구성 요소로 작용한다고 생각된다. 뒤의 화자로 갈수록 엽기성이 짙어진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이야기의 결말 장면도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엽기성 (=비일상성)이 일상성에 묻혀버린다는 것을 묘사하고 있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