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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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은 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첫 번째는 「키친」, 두 번째는「만월」, 마지막 세 번째는 「달빛 그림자」로 구성되어 있다.

「키친」은 주인공인 미카게가 할머니를 여의고 난 후 이별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미카게가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당분간 유이치의 집에서 지내게 되면서 상처를 보듬어 간다.

「만월」은 「키친」과 이어지는 내용으로 유이치의 엄마이자 아빠인 에리코의 죽음으로 다시 미카게와 만나면서 상처를 치유해 간다.

마지막인 「달빛 그림자」는 위의 두 내용과는 이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하면서 연인을 잃고 난 후의 과정을 보여준다.

『키친』은 가족과 연인, 사랑하는 이를 잃고 남겨진 이들의 아픔과 상실감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담하고 잔잔하게 보여준다.

할머니를 여읜 미카게, 엄마이자 아빠인 에리코를 여읜 유이치, 그리고 연인인 히토시를 잃은 사츠키, 형과 연인을 동시에 잃은 히라기는 각자의 방식으로 아픔을 받아들이고 극복한다.

언젠가는 모두가 산산이 흩어져 시간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30p


깨끗하게 치워진 내 방을 비추는 햇살, 거기서 이전에 살았던 집 냄새가 났다.

부엌 창. 친구의 웃는 얼굴, 소타로의 옆 얼굴 너머로 보였던 대학 교정의 싱그러운 녹음, 밤늦게 거는 전화 저편에서 들리던 할머니의 목소리, 추운 날 아침의 이불, 복도로 울리는 할머니의 슬리퍼 소리, 커튼의 색……다다미……벽시계.

그 모든 것. 이제 거기에 있을 수 없어진 모든 것. -46p

신이시여, 아무쪼록 살아갈 수 있도록. -50p


히토시가 죽고 난 후 사츠키는 매일 아침 조깅을 한다. 어느 날은 조깅을 하다 알 수없는 사람인 우라라를 만나고 달빛 그림자라는 제목만큼 우라라는 동 트기 전, 새벽에 강 근처에 오면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해준다. 백 년에 한 번뿐이라는 말과 히토시와 제대로 된 인사 없이 헤어진 사츠키는 그 자리에 나가게 된다. 그리고는 히토시를 만나고 안녕을 고하며 영원한 작별을 맞이한다.

약간의 판타지가 첨가된 소설이지만 그 와중에도 우라라가 너무 신비한 존재로 나온다. 하지만 우라라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한 번이라도 보고싶은 마음에 이곳저곳 떠돌던 사람이었다.

상실의 아픔을 잔잔하게 치유하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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