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열전 - 영웅부터 경계인까지 인물로 읽는 고려사
박종기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고려사의 재발견이라는 전작을 읽은이후 새 책 출간소식에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고대와 중세사회 사이에 존재하는 고려시대는 참 흥미로운 점이 많은 것 같다. 또한 불교와 유교 지배 이데올로기 사이에 존재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전체적으로 다른 시대상보다 다양한 생각과 문화들이 더 많았던 시대인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 고려는 전기 왕권강화 시점과 후기 원쇠퇴기와 찾아온 개혁과 혼란의 시점 그리고 먈망이라는 이 두 가지에 대한 지식이 대부분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원간섭기의 고려시대에 대해 몰랐던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즐겁고 그 당시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준다
작가가 서문에서도 밝히듯이 이 책에서 다룬 인물은 16명(견훤,궁예,왕건을 제외하면 13명)으로 고려시대의 기간을 생각하면 많지는 않다. 하지만 고려시대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어 짧지만 임팩트있게 읽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책의 분량이 많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고려시대를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원의 제후국으로 전락한 고려는 천자제후 관계에 입각해 두 나라 관계의 역사를 새롭게 인식하고 서술하려는 이른바 ‘당대사‘ 연구가 14세기 이후 성행했던 배경이 깔려 있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한 이제현 같은 역사가들의 여사서술이 조선 초기 고려사》 편찬 과정에 반영되었다. 자연히 대몽항쟁 관련 기록은 많이 누락될 수밖에 없었다.p.60

최영의 처단과 죽음은 고려 말 이후 천자 제후의 사대 명분질서를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는 출발점이었다. 조선시대 이후 중국 대륙의 천자는 불변의 존재이며, 해동의 왕조는 제후로만 존재한다는 사대 명분질서가 정치, 사회, 사상 및 문화 전반을 규정하는 이념으로 굳게 자리잡는다. 중국 대륙의 천자와 구분되는 해동천자가 존재한다는 다원주의 이념과 그것을 기반으로 한 고려 다원사회는 설 땅을 잃게 되었다. 최영의 죽음은 해동천자의 자존의식을 강조한 고려 특유의 다원적 천하관이 종말을 고했음을 암시한 것이었다. p.87

이러한 시대 변화에 편승해 부곡인 출신의 역관인 유청신은 원나라 황권의 총애를 받는 등 권력층의 핵심에 다가갈 수 있었다. 원나라의 지배가 고려 기득권층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주었을지언정, 잃을 것이 없는하층민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대부 중심의 정치질서를 구축하려던 조선 초기 역사가들에게 하층민의 지배층 진출은 결코 달갑지 않았다. 그들은 사농공상은 각자 고유한 역할이 있다는 이른바 사민 분업론 위에서 사 계층만이 지배계층이 되어야 한다는 신분관을 갖고 있었다. 
그것이 유청신이 간신전에 실린 이유일 것이다. p.117

이규보는 《삼국사기)가 신화와 전설을 생략한 것은 세상을 바로 다스리기 위해 편찬된 역사책이기 때문이라 했다. 군주와 신하의 선악과 중. 나라와 백성의 안위에 관한 사실을 드러내어 후대에 역사의 고을 남기기 위해 《삼국사기>를 편찬했다는 김부식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김부식은 신화와 전설 위주의 고대적 역사인식에서 탈피해 당시 등아시아의 보편적 이념인 유교이념에 입각한 효과적인 통치를 위해 삼국의 역사를 새롭게 편찬하려 했던 것이다. p.156

이승휴의 다원젓인 역사인식은 여러 경로를 통해 형성된 것이지만, 두차례 원나라 사행이 그의 세계관과 역사인식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던 것은 분명하다. 제왕운기에서 세계제국 원나라의 강대함을 강조한 서술은 외면하고 단군조선을 강조한 내용에만 주목할 이유는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왕운기 속에는 단군을 간조하는 자주의 측면과 원나라를 상국으로 인식하는 일종의 사대적 측면의 역사인식이 공존하고 있다. 다원적 역사인식이라는 또 다른 특성을 제왕운기에서 발견하게 된다.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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