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
윤영무 지음 / 명진출판사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 시대 장남이란 고개 숙인 한국 남성의 표상이다. 제사라는 굴레를 아내에게 씌우는 남편으로서, 동생들을 보듬어야 할 능력 없는 큰형으로서, 또 조만간 생계 능력을 상실할 부모를 모셔야 할 큰아들로서 이중삼중, 책무만을 지닌 존재일 뿐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몸담은 직장에서는 물론 친구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자존심과 '곤조'는 버리지 못하고, 실제로는 눈치와 편법만 늘어가는 비겁한 '하류 인생'으로 전락해 버렸다. 특히나 현재 30대의 장남은, 이전 세대가 가지고 있었던 책임의식마저 진즉 소멸되어 버렸다.

"나는 왜 장남으로 태어났을까…." 저자는 지천명을 앞두고서야 겨우 이 질문을 거둬들일 수 있었다. 그 사이 아내가 집을 몇 번 나갔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반백이 되셨으며, 아우들도 하나 둘 가정을 꾸렸다. 저자는 조금씩 장남으로서 역할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삶을 지탱할 수가 없었다. 그러한 방황을 겪으면서 장남으로서 강인해지고 지혜로워졌으며, 제법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오랜 세월 저자의 가슴을 막막하게 했던 '나는 왜 장남으로 태어났는가'라는 질문은 이제 와인처럼 숙성되어 '우리 시대에는 모두가 장남이어야 한다'는 답을 내린다. 그래서 저자는 '나는 장남이기에 행복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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